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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5) / 여자의 속내
게시물ID : readers_34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2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01 23: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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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다시 일상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매일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일을 함에도 남자는 여자에게 특별히 마음을 쓸 여유를 갖지 못했다. 다만 여자가 원하는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써 주기로 작정을 한 탓에 그 일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자료를 챙기기도 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여자는 말 잘 듣는 얌전한 학생마냥 열심히 따라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바람에 여자는 자기 자신이 목표를 정하고 해야 하는 일들에는 정작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영종도에 대한 일들이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질 즈음 남자는 다시 영종도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그것도 여자와 함께. 갑자기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졌던 일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바람이 있었고 파도가 높았다. 아직도 가건물 깃이 팔락거리고 바깥바람을 막으려고 둘러친 비닐 바람막이가 세게 파들거리고 있을 것 같은 그 칼국수 집이 떠올랐다. 그 집은 아직도 겨울의 한 가운데에 있을 것이다. 그 때의 일을 떠올리자 남자는 여자와 함께 간다는 것에 묘한 흥분 같은 것을 느꼈다. 그런 기분은 여자도 마찬가지였던 같다. 그러나 그곳 출장지에 오는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을 알고 있으므로 모처럼 이런저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여자에 대한 별다른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남자는 반가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정작 회의가 시작되었을 때는 서로 정답게 인사를 나눌 때의 즐거움은 어디로 가고 모두 눈을 지그시 감고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늘 회의라는 게 그렇듯 참으로 지루한 일정이었다. 마침내 일정이 끝났을 때는 저녁이라고 하기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다. 마침 끝나는 시각이 제각각이었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다시 인사를 나눌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았다. 몇몇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여자와 남자는 차에 올랐다. 여자는 능숙하게 자동차를 운전했다. 잦은 일은 아니었지만 여자와 남자가 함께 출장을 갈 때면 늘 운전은 여자의 차지였다. 남자는 힐긋 여자 쪽을 바라보았다. 여자의 자그마한 체구가 운전대와 시트 사이에서 일렁거리고 있었다. 두 손을 운전대에 걸치고 앞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의 표정은 즐거워보였다. 혹시 여자가 또 취중의 이야기를 꺼내지나 않을까 마음조리고 있었다. 어쩌면 여자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속도로에 올라갈 때까지 여자와 남자는 직장에서 일어났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화제에 올렸다. 고속도로에는 차량들이 물결지어 일렁이고 있었다. 영종대교는 언제나 수많은 속도감시 카메라가 줄을 이어 천정에 달려있었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 하나가 그걸 눈속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그걸 무시할 만큼 강심장이 못되어 언제나 대교를 지날 때면 카메라를 의식하며 속도를 지켰다. 마치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하긴 정해진 규칙이라는 건 누가 보고 안 보고를 떠나서 지켜져야 할 일이다. 규칙의 일방성이 다소의 문제가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규칙은 곧잘 무시되었다. 마침내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숙맥에 속하는 세상이라도 되어버린 듯하다. 옆 차선의 차량들이 빠르게 휙휙 여자와 남자를 지나치고 있었다. 그들이 여자와 남자를 힐긋거리며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그건 여자와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와 남자는 그런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바보들. 어쩌면 비웃음의 내용은 달라도 그걸 표현하는 말은 같을 것 같은 생각에 웃음이 났다. 여자는 오늘 회의 내용에 대해 내게 물었다.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었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여자의 주관심사였다. 여자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남자는 장황하게 설명을 했고, 늘 그러하듯이 여자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던 여자가 요금소를 빠져나오자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우리 강화도 가요.
그러나 남자는 여자에게 왜 강화도를 가야하는지를 묻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란 원래 남자와 달리 질문이 있다는 누군가가 들려준 싱거운 농담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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