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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내일 멸망한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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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에반젤린
추천 : 1
조회수 : 41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0/01/13 00: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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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선정적),(다소 폭력적)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실건가요?

 

01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 태양의 슈퍼플레어로 인함이다.

내일이라고 하지만 새벽녘인 6시를 기점으로 유럽대륙부터 시작해 전 지구가 불타게 돼서 여유가 별로 없다. 지금이 오전 8시이니 시간상으로는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한국에 살기 때문에 조금의 시간은 더 번 셈이다.

이번 멸망은 지구온난화나 핵전쟁등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위협에서 온 멸망이 아닌 우연이었기 때문에 자연앞에 인간이 무력하다는 걸 통감하게 한다.

지금 나는 같은 반의 여자애인 연우를 만나러 가려 한다.

물론 연우가 집에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굉장히 위험할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고백은 꼭 전하고 싶었다.

아니면 모두가 죽은 뒤에 아무도 없는 지구에서 유령으로 헤매야 하지 않겠나

밖으로 나가자 편의점이나 가게는 온통 유리와 문이 박살나 있다.

인쪽을 유심히 살펴보니 술과 담배쪽이 유독 더 어지러져 있는 것이 보인다. 나도 마지막인데 술이나 담배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학생으로 남기로 결정했다.

학생이라면 학생답게, 따분하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테지만 나 혼자라도 인류의 규율을 지켜나가는 것이 인류가 쌓아온 업적을 기리는 마지막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연우에게 줄 선물인 초콜릿을 몇 개 챙겨서 다시 길을 걷는다. 내 기억의 그녀는 분명 단 것을 좋아했었다.

가게를 지나가자 술병이 가득 쌓여있는 골목을 발견한다. 골목의 안은 그림자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남녀가 성행위를 하고있는 듯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것도 한쌍이 아니었다. 그리고 사춘기의 소년은 이런 장면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어이 거기 이리 좀 와봐

키가 큰 남자 한명이 나를 발견해서 골목 안쪽으로 부른다. 남자는 헐벗고 있었기에 무섭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세기말의 인정이 나를 그들의 유희 속에 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천천히 골목으로 걸어갔다. 아마 영화의 폐혜일 것이다.

부모님께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는데...’

아마 어머니께서는 직접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계실 것이다. 이토록 가족에 충실하고 또 사랑하시는 부모님을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텐데도 어린 나는 그런 소중함을 또 잃는다.

이런 상념에 젖은 것도 잠시

왜 부르셨어요?”

야 얘가 어린 꼬맹이랑 한번 해보는게 꿈이란다

어머 오빠 내가 언제 그랬어~”

내가 기대한 대로의 상황이다. 여자는 실루엣만 봤을 때도 몸매가 예뻤는데 가까이서 보니 얼굴도 예뻤다.

뭐해 바지 안내리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래도 나는 거절했다. 아니 도망쳤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 자리를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다.

애초에 세기말의 향락을 중학생이 견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자체가 오산이었다.

부모님은 물론 그걸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세상 경험을 할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기에 나의 약삭빠른 호기심을 놓아준 것이었다.

골목을 뒤로하고 헐레벌떡 연우의 집을 향해 달렸다. 주변에 널부러진 술병 때문에 도로를 일자로 달릴 수 없어서 우스꽝스럽게 중간 중간 술무더기를 피해 점프도 해야했다. 물론 옆으로 비켜가면 될 일이지만 그러면 아까의 일이 아쉬워 질 것 같아서 도무지 제동을 걸 수 없었다. 그런 잠시의 주저가 판단을 바꿀만큼 나는 아직 어렸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서 일자로 달렸지만 아마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내가 실성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내가 마구 고함를 지르며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네 탈진할 때쯤에 연우네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그녀의 집이 주택이라서 다행이다. 아파트였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두려울뿐더러 설령 무사히 엘리베이터에 탔다 해도 올라가던 도중에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멈춰세워 동승한다고 하면 그는 적어도 내 상상에서는 십중팔구 살인자이다. 또한 엘리베이터 의 작은 창사이로 빠르게 지나갈 각 층의 참상은 어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고 그건 성인용 요지경에 들어갈 작은 스너프 필름이나 포르노 필름이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런식으로는 어른이 되고싶지 않았다.

 

누구세요?”

 

나 민수야 할 말이 있는데 잠깐 나와줄 수 있어?”

 

예상대로 그녀는 집에 있었다. 그녀는 착했기에 가족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인간은 항상 돌변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잠시만

 

몇분이 지나자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들어와도 돼

 

충격적이게도 그녀의 가족은 이미 떠난 뒤였다. 착한 그녀를 남겨둔채, 오 그녀는 역시 천사답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사춘기 소녀라니

어 그래

집안은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구들장부터 마루로 이어지는 통로 전체가 그랬다. 심지어 피도 여기저기에 조금씩 흩뿌려져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 부모님은 원래 사이가 안좋으셨으니까 당연한거지 뭐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울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봤다. 그녀의 손목에 물로 급하게 지워낸 핏자국을

옅게 융기된 위선의 표식이었다. 그 사유가 어찌되었던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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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기말의 잔잔한 분위기를 묘사해 보고 싶었습니다.

매일 저녁 10시쯤에 학원이 끝나고 돌아오면 12시 반까지 한편을 쓰는 것을 습관화 하고자했는데

이 글도 그 과정을 일부입니다. 그래서 다소 거친 면이 있습니다.(이렇게 말하니 또 핑계같네요 제 실력의 부족이겠지요.)

완결까지의 스토리는 어느정도 생각해 놓았지만, 하루에 한편씩을 목표로 하다 보니 지긋이 끝까지 쓸 시간이 없었네요.

최대한 다양한 글을 쓰는게 원래 목적이기도 했으니까요. 딱히 상관은 없겠지만요.

사실 이제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3으로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에 학업에 열중하지 않으면 분명 나중에 후회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쓴 글을 몇개 올리고 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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