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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카인, 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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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hinejade
추천 : 1
조회수 : 3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1/27 2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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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카인 - 주제 사라마구(해냄, 2015.)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교회에 다니시길 바라셨고, 난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주일을 지켰다. 그러다 조금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교회를 가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요일에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였고, 나중에는 구질구질한 가난이 싫어서였다.

한때의 일탈과 구질구질한 가난이라는 문맥 사이의 맥락은, 단지 쉼표 하나만으로 끝났지만, 나에게 있어선 매우 깊고 깊은 골이 패여있다. 그 골의 깊음은, 그저 피씨방에서 친구들과 게임 한판이라도 하고 싶은 철없음과, 내가 가장이 되어 부모님이 내 양어깨에 올라탔을 때의 책임감과의, 거리와 같다. 그렇다, 난 푸념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기에, 신을 믿지 않는다.

만약, 신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보슈, 왜 이렇게 내 세상은 힘든 거유?”

주제 사라마구 소설, “카인의 주인물인 카인도, (여호와)에게 물었다.

주께서 직접 창조한 것을 왜 시험한단 말입니까.”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그 자유의지로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었고,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앞으로 남자는 힘들게 일해야 하고, 여자는 고통스럽게 출산한다는 저주와 함께. 자유의지와 함께 주어진 것은 법(선악과를 따먹지 말라)이다. 고등학교 도덕 시간에 모두 배웠듯이, 규율이 없는 자유는 방종이듯. 신은 인간에게 마땅한 조건을 내려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조건을 내려준 이가, 신이라는 것이다. 신은 전지전능하다. 전지전능이라는 모순으로 가득 찬 단어를 차치하고서라도, 뭐든지 할 수 있는 이가 피조물들을 일부러 고난 속에 헤엄치게 하는 것은, 그저 고약한 취미생활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

카인은 신에게 이것을 근면히 지적한다. 몬티 파이튼의 부조리 희극처럼 멍청한 모습으로, 영화 밀양처럼 처절한 모습으로, 신과 카인은 논쟁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구약 성서의 유명한 일화들 속 감춰진 면을 일부러 밝게 비추며, 그곳에서 이 논쟁을 진행 시킨다.

늘그막에 얻은 자식을 산제물로 희생시키라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천사를 시켜 막을 예정이었지만, 그 천사는 아브라함이 올라가는 산의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 죄의 두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유황불로 불태워 버린 이야기(그 도시에 사는 어린 아이들은 죄를 지을 시간조차 없다는 말에, 신은 그저 사라져버릴 뿐이었다), 자신에게 헌신하는 욥의 믿음을 시험하고자 사탄이 그를 괴롭히게 놔둔 이야기(신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사탄이 착하게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따금씩 즐겁게 가지고 놀 희생자를 주면 된다”) . 주제 사라마구는 그만의 걸쭉한 입담과 함께, 카인의 입을 통해서 신의 모순성을 신랄히 비판한다. 결국 허망하게도, 끝이 나지 않은 채 말이다.

카인의 문장들은 모두 억지로 이어져 있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채, 대화와 대화에도, 설명과 나레이션에도, 줄바꿈은 없다. 나는 이것이 인과율의 법칙처럼 보였다. 마치 결국 신이 모든 것을 짜 놓은 운명처럼 말이다. 재밌는 것은 본문 속에서 물음표가 단 한번도 쓰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인과율의 법칙처럼 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정해진 세계에선, 의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질문 : 당신이 만약 신이라면, 세상을 리셋시킬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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