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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20) / 우주로의 감미로운 여행
게시물ID : readers_34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2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02 22: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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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남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기록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기록을 3분을 늘려 잡았으나 1시간 40분대를 유지한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더욱 대견스러운 일은 이번에도 별 무리 없이 완주를 했다는 사실, 그래서 긴 여정이 막을 내렸다는 사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또다시 승자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서리쳐지는 처절함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달리는 내내 당신이 함께 했었습니다. 사랑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어서 참으로 먼 길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거리를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달리는 초반에 당신이 있을 법한 그 거리를 지날 때는 혹시라도 응원을 나오지는 않았을까 해서 갓길로 달리며 길가에 응원 나온 사람들을 눈으로 비집고 찾았답니다.
여자 또한 메일을 통해 말했다. 여자는 마음으로 남자와 함께 달렸고, 진심으로 기도했다고 했다. 그리고 여자는 자기도 몸서리 쳐지는 처절함 속에서 느끼는 쾌감을 언젠가는 함께 느껴 보고 싶다고 했다. 여자는 남자의 마라톤 기록에 찬사를 보내주었다.
 
남자는 하늘을 나는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는 그 동안의 노고가 한동안 녹아내린 탓인지 아직도 초저녁인데 스르르 잠이 왔다. 그러다 문득 스마트폰의 메일 알림 소리에 잠이 깨었다.
-지금 당신 집 밑에 와있습니다. 나오실 수 있어요?
여자의 메일이었다. 9시가 채 못 된 시간이었다. 가족들이 남자의 행동을 눈길로 쫓았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
남자는 별일 아닌 듯 무심해 대답하고 집을 나섰다. 남자에게 여자는 그런 무심 속에 감추어놓은 사람이었다. 그런 탓에 이제는, 여자의 인기척만 느껴져도 그 무심이 작동을 하는 듯 했다. 이제는, 여자의 모습만 보아도 남자는 그저 아이가 되는 듯 했다. 남자는 여자를 늘 생각 속에 가두어두고 있었다. 그러므로 남자는 여자가 늘 자기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남자가 그런 여자에게 자기의 마음을 드러낸 문자를 보낸 적도 있었다.
-당신의 당신임에 행복해 합니다.
여자는 가로등 아래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가 차에 오르며 물었다.
-어쩐 일이야?
-갑자기 보고 싶지 뭐야. 마라톤을 한 당신 몸을 직접 보고 싶었어. 정말 괜찮은지.
 
여자는 남자의 마라톤 기록이 대견스런 모양이었다. 몸은 괜찮은지, 힘들지 않았는지 여자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남자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묻고 또 물었다. 사랑은 관심이니까. 사랑은 함께 힘들어함이고 아파함이니까.
남자와 여자는 온통 건설이 한창인 바다 끝 매립지로 나갔다. 어두운 밤바다의 여린 바람이 감미로웠다. 까만 하늘에 띄엄띄엄 별들이 파리하게 매달려 있었다. 수없이 반짝이던 별들이 있었던 곳이라는 표식 같은 별들이었다. 바닷물은 썰물인 모양으로 어둠 속으로 시야가 닿는 곳은 온통 갯벌이 거뭇하게 드러나 있었다. 여자는 운전대를 잡은 채로 남자에게 기대왔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 먼 길을 달릴 수가 있어요, 그래?
그러면서 여자는 남자가 정말 괜찮은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뺨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허벅지를 주물러 보기도 했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손길을 기분 좋게 즐기고 있었다. 여자의 손은 어둠 속에서 자유로웠다. 여자의 손길에서 남자의 온몸이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남자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여자의 하얀 얼굴이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남자의 손길의 여자의 몸을 천천히 헤쳐 나아갔다. 여자는 몸을 꿈틀거리며 남자의 손길을 받았다.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당신 참 대단해. 그 먼 길을 그렇게 달리다니. 그리고도 피곤한 기색도 없어. 정말 대단해.
-당신이 옆에 있으면 피곤이 자리할 틈이 없지. 당신은 내게 훌륭한 활력소니까.
남자는 즐거워했다. 여자가 몸을 움직여 남자 쪽으로 기대자 작고 아담한 젖가슴이 남자의 손으로 밀려들었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참 편안해.
여자는 웅얼거리며 남자를 향해 고개를 쳐들며 남자의 입술을 찾았다. 입맞춤은 언제나 감미로웠다. 달콤한 사탕 같은 여자의 혀가 남자의 입안을 휘돌았다.
남자는 다시 긴 여정의 마라톤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밤하늘에 서넛 남아 있던 별은 제 빛을 죽이고 조각달은 짐짓 딴청을 피우는 듯 했다.
-오늘 마라톤 하느라 피곤했지?
여자가 비음을 가득 담으며 남자 위로 올라왔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온몸을 맡기며 둘은 또 다시 먼 우주로의 감미로운 여행을 떠났다. 푸른 바다 위를 날다가 하늘로 치솟고 이름 모를 별자리를 지나 끝없이 내달았다. 광활한 우주로의 내달음에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목울대가 크게 솟아오르다 마침내 몇 번이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남자와 여자는 깊은 환희에 몸을 떨었다. ! 사랑하는 당신이여.
-아직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 어떻게 몇 번씩이나 숨 막히는 순간이 올까? 정말 신기한 일이야.
 
여자는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거칠어진 호흡을 가라앉히며 웅얼거렸다. 그러다 거친 호흡이 잦아들자 여자는 그렇게 달리기를 하고도 아직도 힘이 남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라고 했다 남자는 그냥 빙그레 웃어보였다. 하늘이 높이 올라앉아 있었다. 밤바다는 여전히 조용했고, 가로등은 멀리서 깜박이며 졸고 있었다. 향긋한 봄 냄새가 어디선가 좁은 둘 사이의 공간을 비집고 기어들었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여자의 몸은 참으로 자그만하다. 눈부시게 하얗고 자그마하다. 남자가 보기에 여자의 작은 몸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해보였다. 남자는 여자의 목울대를 간질이며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 가슴을 헤집었다. 그리고 수줍어 차마 솟아오르기를 주저하고 있는 여자의 젖가슴을 다시 찾았다. 자그마한 여자의 젖가슴이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앳된 소녀 같은 작은 젖가슴. 그녀는 파리하게 떨었다. 떨림이 가슴에서 손으로 전해졌다. ! 여자는 가벼운 떨림을 토해내며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텅 빈 하늘이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
여자는 낮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이렇게 당신을 안고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게 행복일거야.
마치 응석받이 아이처럼 그렇게 여자는 웅얼거렸다. 가쁜 격정에 들떴던 여자의 얼굴이 아직도 발그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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