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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날이 얼마 안 남은 기분은 어떠니
게시물ID : readers_34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9릴령샌얀뛰
추천 : 3
조회수 : 3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10 10: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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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햇살이 보드라이 환하던 휴일이었다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더니

노견공은 아무런 보챔도 없이 잠자코 현관문 앞에 엎드려 있길래

문을 열어주자, 늘 드러눕던 마당 한 편으로 어슬렁 가서 일광욕을 한다

연골이 죄 닳아서는 거길 가면서도 발이 엉켜 접질리다니

콧김을 길게 내뿜으며 풀썩 쓰러진다

담장에 나비가 있거나 말거나 짖지도 않고 눈을 꾹 감는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기척을 숨기겠다고 맨발로 다가가는데

눈은 감고 있어도 꼬리가 슬쩍 살랑인다

노견공이 기꺼이 받는 햇살을 가리지 않도록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축 처진 눈두덩을 바라보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쓰다듬어주니까 노곤한 곁눈질로 쳐다본다

찬찬히 훑는 눈초리에 지난 함께 한 감회가 교차했다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기분은 어떠니라며

개 귀에 알 리 없는 말을 하고 그저 한숨을 내쉬는데

고쳐 눕다가 기껏 고개를 들어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었다

멀게진 노안 속에 담긴 나를 보면서

내 눈동자 속에 담긴 널 보느냐고 맞통한 듯한 순간이었다

나비는 여전히 느즈러지게 뻗어 있고

노견공은 미동도 않고 날 쳐다만 봤다

햇살이 보드라이 환하던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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