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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거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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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shinejade
추천 : 3
조회수 : 3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28 2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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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거창하다 

 

말장난을 좀 해보자.

우리의 삶은 정리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정리되어 있다는 말은, 정리가 끝난 그 순간밖에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마음과 몸을 다해 정리를 하려 해도, 정리가 끝나고 우리가 움직이거나,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정돈된 우리는 흐트러진다. 그렇기에 정리라는 것은 순간일 뿐이고, 우리는 삶의 매 순간을 흐트러진 채 어질러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삶의 정리는, 죽음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을 말하길래, 이렇게 거대하게 시작하느냐, 하면.
우리의 삶이 늘 어질러진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이 말을 인간관계에 주로 적용하고 싶은데, 사람과의 관계는 늘 어질러져 있으므로. 조금만 더, 부연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내 인간관계는 늘 구질구질하므로, 삶이라는 거대한 철학을 갖다 붙여야. 그나마 나의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하나의 소우주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사유의 깊이와 매커니즘 때문에서도 그렇지만. 솔직히 우주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변덕스러운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라고 함은, 이러한 소우주들의 격렬한 부딪힘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우주와 우주가 부딪힌다는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학작용 때문에, 우리네 인간관계가 그렇게 거지같이 힘들고.

늘 어질러진 모습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서도.

갈등이 전혀 좁혀지지 않는 관계지만, 관계는 유지되어야만 하는 관계. 흐트러진 것을 수습할 수 없지만, 그대로 그 가운데에 서 있어야만 하는 관계.

흔히 어른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어질러진 상태의 관계를 가장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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