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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포트홀 - 1
게시물ID : readers_352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저어새
추천 : 2
조회수 : 2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2/11 20: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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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문화류씨 선생님의 강의를 듣습니다.

저한테 과제로 한 학기동안 소설을 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성적평가에 반영한다고 합니다ㅋㅋ

어디에 올릴지 모르겠다고 하니, 일전에 선생님께서 글을 자주 올리셨던 오늘의 유머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늦게나마 차근차근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시간 나시면 한번씩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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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겨울 밤바다였다. 여자애들은 모래사장 한 가운데에 모여 어디선가 사온 선향불꽃을 터트리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멀리 빠져나와 담배를 물었다. 그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밤하늘은 밤바다와 구별되지 않았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수평선을 눈으로 찾았다. 그 경계선은 뚜렷이 보이는 것 같다가도, 이내 흐물흐물해져서 사라지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황급히 경계선을 찾으려고 했다.

무리로부터 태성이가 걸어 나왔다. 가까이 오더니 왜 혼자 있냐고 물었다.

 

 

그냥, 쟤네들 담배 냄새 싫어하잖아.”

 

 

불도 안 붙인 담배 냄새를?”

 

 

태성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제야 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고 했다. 바닷바람이 쌔서 라이터에 불이 붙지 않았다. 태성이가 손으로 라이터와 담배를 가려주었지만, 바람은 그 커다란 손 틈을 비집고 들어와 불을 꺼트렸다. 포기하고, 나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꺼내 으스러뜨려 버렸다.

 

 

태성이는 내 곁에 서서 무리를 바라보았다. 아침에 채팅어플에서 만난 여자애들이었다. 고등학생이었고, 우리보다 나이는 두 살 정도 많았다. 추운지 자기네들끼리 다리를 맞대고 있었다. 따뜻해 보이는 노스페이스 패딩 밑으론 스타킹 하나 안신은 맨다리였다.

 

 

폭죽을 쏘면 민원이 들어온다더라.”

 

 

태성이가 말했다. “아까 슈퍼에서 사려고 하는데, 못 사게 하더라고. 밤바다엔 폭죽인데, 아쉽지.”

 

 

언제 폭죽을 사러 갔었던 건지, 내게 말한 기억은 없었다. 언제 나만 따돌리고 갔다 온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괜히 내뱉지는 않았다.

갑자기 옆구리를 태성이가 팔꿈치로 푹 찔렀다. 그러더니 마음에 드는 애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시선을 여자애들을 향해 돌렸다. 마음 가는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굳이 태성이에게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연상은 잘 모르겠다.”

 

 

내 대답에 태성이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지금 연하라고 해봤자, 초딩말고 더 있냐. 그러지 말고 말해봐.”

 

 

불꽃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여자애들은 자기네들끼리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 작은 그룹의 리더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 보조개로 웃는 얼굴이 예뻤다.

 

 

없는 것 같다.”

 

 

저 세 명중에 한 명도?”

 

 

.”

 

 

새끼, 재미없게. 진짜 한 명도 없어?”

 

 

.”

 

 

이유라도 들어보자.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냥.”

 

 

그냥? 진짜로 그냥?”

 

 

태성이는 웃으면서 내 옆구리를 몇 번 더 찔렀지만 내가 별 반응이 없자 이내 그만두었다.

 

 

, 저거 보여?”

 

 

태성이가 손끝으로 가리킨 곳은 수평선이었다. 내가 보고 있을 땐, 밤하늘과 구별도 안 가던 수평선이 지금은 너무나도 잘 보였다. 수평선 그 너머가 밝았다.

 

 

뭔데 저렇게 밝을까.”

 

 

태성이는 내게 물었지만, 내가 알 리가 없었다. 나는 단지 수평선 너머에 커다란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거대한 크루즈선에서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모습을.

 

 

 

 

 

 

 

 1

 

 

야간자율학습 도중이었다. 반장이 급하게 교실 앞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나를 불렀다. 담임이 찾는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반장은 어서 나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애기만 전달할 뿐이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반에 있던 애들은 난데없는 소란에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 중 몇몇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집중이 깨졌다는 무언의 항의 표시었다. 별 수 없이 나는 빠른 걸음으로 교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 무슨 일인데 그래.”

 

 

복도로 나오자마자 반당에게 다시 물었다. 반장은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대답했다.

 

 

사고……라는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일단, 주차장으로 빨리 가야할 것 같아. 담임 선생님 거기서 기다리고 계신다던데…….”

 

 

사고. 불현 듯 어머니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보아하니 반장도 아는 건 없어보였기에, 나는 반장에게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대신 빠르게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장은 그런 나를 앞서 뛰어가더니 빨리 가야한다며 나를 재촉했다. 뛰어가는 반장의 짧은 뒷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주차장엔 무거운 디젤 엔진소리가 가득 울리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까이가자, 검은색 SUV 옆에 서 있는 담임이 보였다. 전화통화 중인건지 한쪽 귀를 손으로 막고 있었다. 시야에 나와 반장이 뛰어오는 것이 보이자, 핸드폰의 마이크를 손바닥으로 가리더니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아니 씨, 부른지가 언젠데 이제 튀어와!”

 

 

반장은 담임 앞에 서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라고 말했다. 담임은 못 들은 척 내게 다가오더니 거칠게 팔을 잡아채 자동차의 뒷문을 열고는 나를 안에다가 집어 던졌다. 오래된 인조가죽 냄새와 박하향 방향제 냄새가 순간 코를 찔렀다. 운전석에는 3반 담임이 타있었다.

 

 

, 진짜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열린 뒷좌석 문을 붙잡고 담임이 3반 담임에게 말했다. 담임은 항상 3반 담임에게 깍듯했다. 둘 다 해병대라고 들었다.

 

, 언제 올지 몰라. 일단은, 니가 교장 선생님한테 다시 연락한번 넣어두고…….”

 

 

예예, 방금 통화 됐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일단 잘 전달해 두겠습니다.”

 

 

괜히, 애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 퍼지지 않게. 선생님들보고 주의하라고도 전달해주고.”

 

 

, 잘 알겠습니다.”

 

 

3반 담임이 목짓을 하자, 고생하시라는 말과 함께 뒷문이 쾅하고 닫혔다. 그와 동시에 차 안에 희미하게 켜져있던 할로겐 실내등도 커졌다. 3반 담임은 재빠르게 기어를 넣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안전벨트 매라.”

 

 

나는 오른쪽 어깨 부분에 있던 안전벨트를 쥐고는 꽃을 구멍을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부지런히 찾았다. 발밑에는 운동화 같은 게 채이는 것 같았다. 체육시간마다 보이던 3반 담임의 오래된 흰색 운동화가 퍼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자 방금까지 느껴지지도 않았던 발냄새 같은 게 밑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간신히 벨트를 꽂았을 무렵엔 차는 이미 학교 밖을 빠져나와 대로변을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잘 짐작가지 않았다. 사고라고 했으니, 대학병원 같은 데에 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누구의 사고인가. 짐작 가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었지만, 어딘가 무겁게 짓눌린 분위기와 왠지 모를 공포심에 나는 섣불리 누구의 사고인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창 밖에는 네온사인과 사람들이 휙휙 지나쳐갔다. 10분 전만해도 나는 역사교과서를 보고 있었다. 가야연합의 관한 내용이었다.

 

 

지금 무슨 일 때문에 가는 지 알아?”

 

 

신호에 걸려 차가 서자, 3반 담임이 내게 물었다.

 

 

전혀…… 못 들었는데요.”

 

 

큰 사고가 나서…… 태성이가 다쳤단다. 좀 심하게.”

 

 

태성이. 예상치 못한 이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서로 거의 연락을 끊다시피 살아왔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어머니의 사고소식이 아니라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사고라면 굳이 우리 반 담임이 아닌 3반 담임이 나를 태워줄 이유가 없었다.

 

 

큰 사고라뇨?”

 

 

오토바이 사고라는데, 나도 자세하게는 못 들었어.”

 

 

태성이는 예전부터 오토바이를 좋아하던 친구였다. 고등학생이 되면 원동기 면허를 따 하루 종일 오토바이위에 있는 게 소원이라는 녀석이었다. 그런 태성이가 오토바이 사고라니, 사고의 경도가 어떨지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았다. 기억상 태성이는 꽤나 속도광이었다.

 

 

지금 병원에 태성이 어머니 혼자 계시대서 가는 중이야. 태성이 어머니께서 너를 찾으시더라고.”

 

 

저요?”

 

 

그래, 너도 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 둘이 제일 친한 친구라니까.”

 

 

.”

 

 

무의식적으로 짧은 탄식이 나왔다. 그 속엔 왜 태성이 어머니는 나와 태성이가 아직도 친한 사이라고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어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분명히 자신의 입으로 우리 관계의 종말을 고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쩌면 그의 어머니가 태성이의 사고에 대해 내게 책임을 물으려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태성이의 어머니가 내게 누르락붉으락한 얼굴로 원망을 내뱉는 광경을 상상했다. 태성이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면 오토바이 같은 것도 타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그에 대한 변명거리의 말들을 부산히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처음에 오토바이를 권유한건 태성이었다. 따지고 보면 피해본 건 나라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태성이는 큰 사고를 당했고, 태성이의 어머니는 그저 친한 친구였었던 내게 혹시 모를 작별의 인사라도 남길 기회를 주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차량은 신호대기에 걸려 오랫동안 정차했다. 퇴근시간은 지났을 텐데 대로엔 차들이 가득했다. 나는 창문너머 옆 차량에 시선을 주었다. 늦은 퇴근버스에 몸을 실은 직장인들이 보였다. 다들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깔고 있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나는 앞으로 한 시간쯤 뒤 저 틈바구니 속에 끼어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모조리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반장 머리통에 송골송골 맺혀있던 땀과, 오래된 인조가죽 냄새나, 태성이의 사고나 모두다.

 

 

나는 태성이의 사고에 대해 상상했다. 그가 타던 오토바이가 어느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 넘어지는 장면을. 하지만 아무리 속력을 내다 넘어져도 그는 가볍게 훌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심하게 다친 태성이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건 분명, 아픈 내색 한번 한 적 없던 그의 평소 모습 때문일 것이라.

 

 

 

 

 

 

수술실 앞에 태성이의 어머니가 혼자 앉아계셨다.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건 내 예상보다는 훨씬 고통스러운 표정이었기에, 나는 가슴 언저리를 강하게 쿡 찌른 듯 한 느낌을 받았다. 3반 담임이 먼저 달려가,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아 드렸다. 나는 별 말 없이 그 옆에 서 있었다.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을 보더니 간신히 참고 있었던 것 같던 눈물을 다시 뱉어내셨다. 담임은 구체적으로 태성이가 어떤 상태냐, 어떻게 다친 거냐고 물어보았지만, 어머니는 제대로 된 말로 그것을 설명해 낼 수 없었다.

나는 오래전에 보았던 실어증에 걸린 사람을 떠올렸다. 말을 하려고 혓바닥과 입술을 움직여도, 몸속으로부터 단어가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다.

 

 

내게 있어, 태성이 어머니가 오열하는 것은 일평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고압적인 태도로 나를 대하곤 하셨다. 내 어머니가 그의 어머니에게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아직 머릿속에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 사람이 완전히 무너져내려있는 장면을 보니 나는 다시 한 번 비현실적인 감각이 내 주변에 몰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야자 중에 잠깐 잠든 것이 아닐까. 잠에서 깨면, 교과서가 펼쳐진 책상 위고, 태성이는 오토바이로 밤거리를 달리며, 그의 어머니는 커다란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맡아지는 생생한 고통의 냄새는 이게 도저히 꿈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주었다.

 

 

불현 듯 나는 태성이가 죽었다는 직감이 들었다. 정확히 어디가 다쳤는지, 어쩌다가 다쳤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수술실 유리문 틈새로, 시커먼 죽음의 색 같은 게 삐져나오는 것 같았다. 옆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오열과 고통의 냄새는, 그가 멀쩡히 살아 돌아오리라는 생각을 들 수 없게 해주었다.

나는 몸 어딘가 불편해진 태성이를 상상해보았다. 큰 사고였지만, 수술이 잘되어 목숨은 건졌고, 그냥 몸 어디 한군데가 불편해진 태성이.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 광경이었다. 내가 아는 그는, 병신이 될 바에 죽을 것이었다.

 

 

수술은 새벽 1시가 좀 넘어도 끝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 전에 3반 담임의 전화를 빌려 어머니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집에 늦게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태성이가 크게 다쳤다고 들었음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어쩌면, 이대로 영영 일어나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게 내게 있어 좋은 일일 것이라고.

 

 

3시가 채 되기 전에 수술이 끝이 났다. 수술이 끝난 태성이는 곧장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그는 목에 커다란 부목을 대고, 머리에 붕대 같은 것을 칭칭 감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그가 태성이인지는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와 3반 담임이 다가가자 간호사와 의사들이 재빠르게 막아서는 것을 보면, 그는 확실히 태성이가 맞았다.

 

 

담당 의사는 어머니에게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단 목숨은 살렸다고. 하지만, 뇌손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그 뒤에 이어지는 태성이의 긴 상태에 대한 설명의 마침표로 그는 식물인간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마치 그가 죽은 것 마냥 곡을 하기 시작했다. 흰머리가 옆에 듬성듬성 난 담당의사는 마스크를 내리곤 어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익숙해 보이는 비통한 표정을 지은 채, 그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의사가 가고도 어머니는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갑자기 기절하듯 쓰러졌다. 담임은 놀라서 급하게 간호사를 찾았다. 간호사는 어머니를 진찰하더니, 잠에 든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다다른 거라고. 담임은 빈 침대 같은 건 없냐고 물었지만, 그런 건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담임은 응급실 의자에 어머니를 누이고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교장, 교감을 비롯한 몇 명의 선생님들과 짧게 통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통화가 끝나자, 담임은 수고했다며 이제 집에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내게 했다. 나는 같이 있을 생각이었다고 말했지만, 담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인마 내일 학교 가야지. 어디 살아. 나는 지금 자리 비우기가 좀 그러니까. 콜택이라도 불러줄게. 택시비는 줄 테니까.”

 

 

나는 요 근처에 산다고 말했다. 걸어가면 십 분이면 간다고.

 

 

그래, 그러면 딴 길 새지 말고 곧장 집에 가라. 오늘 니가 있어서 도움이 됐다.”

 

 

나는 죽은 듯이 자는 어머니와, 피곤에 절은 담임을 잠시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병원 복도를 걸어 나갔다. 소등에 들어간 병원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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