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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싶은 글은 다 써야 한다. -2
게시물ID : readers_36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4
조회수 : 38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2/01/15 23: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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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술을 끊은 관계로 술을 먹고 쓰지는 않습니다.

겨우 2회만에, 이런 의지없는놈.

 

하지만 술을 먹지 않고 쓴다고 해서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첫화에 말씀드렸다시피, 비문이 섞여있음은 물론 개연성이라고는

한개도 없는 글, 또 시작합니다.

 

 

 

 

.

 

 

.

 

 

.

 

 

 

양철나무꾼과 겁쟁이사자를 지탱하던 에메랄드의 힘이 모두

사라져 그들은 땅의 일부가 되었지. 마지막에 허수아비만 남아

도로시 곁에 오래도록 함께했는데, 어느 저녁 해저녁마을 입구

어디에선가 둘은 걸으며 내일 아침에는 어디서 뭘 먹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문득 허수아비의 기척이 없어 뒤를 돌아보니, 허수아비는

마을 입구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평범한 허수아비로

돌아갔다고 전해져. 도로시는 울지도, 허탈해 하지도 않았어.

그렇구나, 그럼 먼저 갈게. 단지 그 말만을 남긴 채 해저녁마을로 들어갔고

그 뒤로 도로시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고 해.

 

 

그런데,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건... 뭐 그냥 보통 사람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이고, 사실 도로시는 그 뒤로도 오랜친구 앨리스와

함께 분쟁지역을 돌고, 아직 이 세계에 남아 활개치는

공허파편들을 없애고 다녔어. 그게, 사실 도로시의 동료가 모두 흙으로

돌아가거나 케케묵은 설화의 일부가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그녀가 가진

하늘찢개검은 여전히 에메랄드힘의 일부였으니까. 앨리스가 가진 6열 공냉식

기관포도 여전히 건재했고 무엇보다 둘은 불로불사였으니까.

 

 

둘의 소식을 제일 잘 아는 피노키오는 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무기상으로

온갖 분쟁지역과 내전지역에 무기를 팔아먹는 악덕 무기상인이 되어있었는데,

본인 말로는 

 

"나는 장사를 하는 것 뿐이지 실상 그렇게 못되먹은 놈은 아니야.

고아원도 운영하고, 나병환자들을 위해 치료재단도 운영한다고. 글쎄 뭐,

내가 팔아먹은 백린탄 박격포에 어린이들이 좀 많이 죽긴 했지만 포격

좌표를 내가 따고 탄약수를 내가 한건 아니잖아?"

 

허허 거 참, 고결한 놈일세. 빛이 드는 세상의 선한 사업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의 세계에서는 지옥의 무기상인. 이 역시 강자 앞에서는

강하고, 약자 앞에서는 약한 행동이라고 하면 어폐가 좀 있을까?

 


제페토할아버지는 죽기 전 피노키오를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어.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수없이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온갖 욕을

먹었지만, 너는 곱절로 욕을 먹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라.

그게 니가 행복해지는 길이란다. 부디 그리하여 우리 지옥에서

만나자꾸나."

 

 

피노키오는 울며불며 꼭 나쁜짓으로 돈을 많이 벌고 욕을먹어가며

살아 지옥에서 다시 만나자고, 우린 지옥에서도 무기를 팔아먹을

거라며 그때까지 건강히 지옥불에 고통받고 계시라며 울었지.

 

 

 

각설하고, 앨리스와 도로시는 여전히 피노키오와 자주 만나곤 했는데

사실 둘은 피노키오를 만날때마다 뚱한 표정을 지으며 귀를 후비거나

바닥에 침을 뱉고, 담배를 꼬나물고 "저 나무새끼 저 씨팔 저" 하면서

욕을 하곤 했어. 그도 그럴게, 피노키오는 항상 둘을 만날때마다 거대한

비공정에 호위함선을 두 대나 붙여서 오곤 했거든.

 

 

그래도 셋의 우정은 꽤 오래 지속되었어.

앨리스와 도로시는 훌륭한 정보원으로 온갖 분쟁지역의 정보와 공허의 세력

잔당들이 남아있는 위치를 기가막히게 알았고, 피노키오는 댓가로 둘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돈과 탄약의 샘으로써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어.

 

 

피노키오가 그 명줄이 다 해 죽기전까지는 말이야.

꼭 그렇더라. 나쁜놈들은 오래살아. 뭐 흠. 근데 제페토할아버지,

지금쯤 피노키오하고 지옥을 모두 쓸어버렸을까?

 

 

도로시와 앨리스는 천년이 지나도 어린아이와 같은 외모를 유지하며

시대에 따라 복장만 조금씩 바뀐 채 살아갔어. 그 사이에 직업은 여러번

바뀌었고, 갤리선이 범선이 되고, 증기기관차가 전기열차가 될 때까지,

마침내 그 하찮은 인간들이 우주로 최초의 우주선을 쏴올렸을때까지,

 

 

아참, 최초로 그 우주선이 쏴올려졌을 때 앨리스가 그걸 보며 한 말이 있어.

 

 

 

"길게도 걸렸다. 멍청한놈들."

 

 

 

인간 과학자들이 앨리스를 보며 '우리도 노력 조홀라게 많이 했그등요'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긴 했는데 별로 개의치는 않았던 것 같아.

 

 

산적두목, 군인, 용병, 탐정, 살인청부업자, 군사학박사, 또 군인, 사기업 용병,

조폭두목, 흠 뭐, 도돌이표같이 느껴지는건 네 착각은 아니야.

 

이제 세상에 더이상 남은 공허파편도 없고, 분쟁지역은 여전히 존재하고

세상의 평화는 아주 국소적으로 요원하고, 그래도 세상은 예전과

별로 다르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아. 이들의 직업이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듯 세상은 계속 그렇게 돌아가는 모양인가봐.

 

 

아 근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안물어봤어? 응. 나도 니가 물어봤다고는 생각 안해.

그냥 우리 보스가 오기 전까지 좀 심심하기도 하고, 니가 살 날이

우리 보스가 오는 시간과 마침 딱 맞아 떨어지니까. 죽기전에 좋은

이야기 하나 들려주려고. 왜, 그런거 있잖아. 자기전에 엄마가

자식한테 동화책 읽어주는거.

참고로 우리 보스의 성함이 앨리스란다. 내 이름은 도로시고.

 

저기 보스 오네. 저 돌은년 오늘 기분 좋아보인다 야.

넌 이제 영원히 잠들거니까, 지금은

내가 니 엄마야. 잘자라. 오분짜리 아들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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