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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박노해) 중 시 하나
게시물ID : readers_39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신을놓자
추천 : 2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0/21 15:45:56

넌 나처럼 살지 마라

                                      박노해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는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 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 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이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말지 마라, 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당신은 나의 하늘이었어요

당신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서 떠밀려

어린 내 가슴 바닥에 떨어지던 날

어머니, 내가 딛고 선 발밑도 무너져 버렸어요

그날, 내 가슴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공포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지고 말았어요


세상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도 없고

돈 없으면 죽는구나

그날 이후 삶이 두려워졌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알아요, 난 죽어도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제 자식 앞에서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은 내팽겨쳐야 하는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차라리 죽어버리거나 죽여버리겠어요

돈에 미친 세상을, 돈이면 다인 세상을


아버지, 어머니,

돈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 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히 나의 하늘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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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시집의 이름입니다


이분 시집을 본게 학교 도서관이었는데


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리 잘 보진 않았는데


이분 시는 현실을 말한다고 해야하나.....좀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런걸 시에 잘 나타낸 것 같더라고요


시집에 이런 시 말고 좋은 시 더 많이 있어요 


이 시를 공책에 적어놓았던 걸 오늘 봐서 여기 올려보네요


故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시도 있어서 이건 사람에 따라 평판이 갈릴지도.......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그냥 시집 추천글입니다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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