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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헤어진 그녀와의 만남
게시물ID : readers_59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뭐하면수전증
추천 : 0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15 00:49:36

 당신은 불현듯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걸까?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말을 몸소 느끼며,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열심히 딴청을 부려보지만, 아무래도 좀 늦었던 모양이다. 당신의 시선이 나를 서서히 찔러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금새라도 뺨을 후벼팔 듯한 기세에, 나는 항복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마주친 시선. 당신의 눈빛은 내 생각보다 담담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조금 아쉬운 것은 못난 나만의 생각이니, 부디 그대로 담담해다오, 하고 빌어본다.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은 눈빛만큼이나 담백한 목소리로,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내 이름을 부른다.


 "--씨, 오랜만이네요."


 내 이름 뒤에 붙은 한글자 때문에 나는 실소를 하고만다. 그리고 동시에 더욱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것이 우리의 거리구나. 이제는 이만큼 멀어지고 어색해졌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리라. 내가 그녀에게 상처를 준게 대체 얼마인데, 이정도도 예상 못했단 말인가. 정신차려라, 정신! 억지로 자신을 다잡아보지만 한번 흔들린 속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솟구치는 아쉬움과 미련에 질리면서, 나는 간신히 대답한다.


 "그러게요, 잘, 잘 지냈어요?"


 젠장, 젠장! 태연하려고 노력했건만 나도 모르게 말을 살짝 흩트리고 말았다. 그러나 쏟아버린 물처럼 되돌릴 수 없는 말은 이미 그녀의 귓가에 도착했다.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지만, 여전히 그 얼굴에는 표정이라 할만한 것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글쎄요. 덕분이라고 해둘게요."


 순간, 무슨 말인가 꺼내야 될 것 같은 사명감 같은 무언가가 머릿속을 휘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입밖에 한마디도 꺼내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멋쩍은, 그러면서 그저 어색한 웃음만을 입가에 띄우고만 있을 뿐. 우리의 멀어진 사이 만큼이나 그 웃음은 어딘가 공허하고 쓸쓸하다. 쓸쓸,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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