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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 편지
게시물ID : readers_74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왈숙이
추천 : 3
조회수 : 16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25 11:15:1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 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기억 (記憶)을 버릴 거요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 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난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고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 할 수 없소

결혼할 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 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





가을방학의 노래에 모티브가 되었다길래 찾아서 읽어내려봤는데, 참 먹먹해지고 멋진것같아 올려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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