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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어느 밤
게시물ID : readers_90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뭐하면수전증
추천 : 3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9/30 06:10:52
그는 아내의 방문이 닫히기만을 기다린다. 

숨죽인 채, 십분, 이십분, 어느새 한시간을 참는다.

그러다 문득, 이명이, 그래, 아마도 티비를 끌때 그 소리인듯 싶은 그 것이 들려오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방문이 끼익, 열렸다 닫히는 소리.

아내는 그렇게 잠으로 향해 가서는 멀어져가겠지.

이윽고 안도 섞인, 한편으로는 조금 대범해진듯 깊고 큰 한숨을 내쉬고, 그는 방문을 열고 나온다.

그의 방 밖은 어두컴컴하다. 

아무도 없이 적막하다. 

하지만 그는 그 어둠이 이미 익숙한 사람.

아무렇지 않은듯 어둠 속을 태연스레 걸어 주방으로 향한다.

냉장고를 연다.

짧은 고민 끝에, 그는 냉장고 구석에 언제 처박아둔지 모를 햄 깡통을 꺼내든다.

아내를 피해 들어갔던 방에는 컴퓨터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먹다만 음료수외에는 먹을거리가 없었다.

이미 배고플을 한창 지나 뱃속은 가라앉았지만......

또 왠지 공허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럭저럭 뭔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어쨌든 그는 햄을 꺼냈고, 이마저라도 일단 먹어두자고 맘을 먹었다.

다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방으로 들어오는데, 아뿔싸.

뭔가 허전하다했더니 햄을 퍼먹거나 잘라먹을만한 어떤 도구 하나 안챙겨왔음을 그는 너무도 늦게 알아챘다.

이그, 으이그, 자책과 함께 그는 주방을 향해 돌아섰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아내의 방문이, 밤새 굳게 닫혀있으리라 믿었던 문이 갑작스레 열렸다.

끼이익, 그리 그지도 않은 소리에도 놀라 얼어붙은 그의 앞에, 마찬가지로 얼어붙은듯 눈만 동그랗게 뜬 아내의 시선이 부딪혀왔다.

그녀의 시선은 잠시 방황을 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그의 손가에 들린 햄에 도착하더니 뚝, 멈춰버렸다.

그리고는 서로 잠시 어둠과 함께 조용히, 가만히 있다가- 꽤 지루하지만서도 어찌할 수 없어 가만히- 그러다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 그, 나도 배고파서 나온건데..."

라고, 말했다.


"어, 그래? 그럼... 같이 먹자."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밤의 싸움은 조용히, 종막, 그렇게 조용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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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잠 안오는 밤 자려고 누운 김에 핸드폰으로 한번 써봤습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갑자기 써보고 싶어서......


난 그럴 수 없으니까 꿈이라도...글이라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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