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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그의 하루 -3
게시물ID : readers_94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뭐하면수전증
추천 : 0
조회수 : 1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2 18:52:42
그가 깨어나고 3주일째.
 
 
오늘도 그의 하루는 컴퓨터의 기계음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삐빅, 삐비빅, 삐빅...
 
불규칙적이고 기분 나쁜 알림음. 쉘터 안에는 햇빛 한점 비추지 않아 낮과 밤따위 구분되지도 않지만, 적어도 아침임을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설정한 타이머가 알리는 소리.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여전히 어둡기만한 방안을 보고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쯤 이 어둠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제였지만 일단 알림이 일어난 순간 아침이기에 일어날 수밖엔 없었다.
 
기계적으로 컴퓨터를 확인하고, CCTV를 확인하고, 날짜를 확인한다. 여전히 사람들의 수면상태는 이상이 없고, 저장고와 온실과 발전기 또한 이상이 없으며, 이제 겨우 3주일째가 흘렀음을 확인하고는 돌아섰다.
 
자, 이제 뭐하지?
 
이 것이 그가 3주째에 직면한 가장 큰 문제였다. 시스템 설정을 모두 돌려 확인하고, 기계장치들도 그의 지식 내에서 모두 수정했다. 온실은 애초에 최대한 자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고, 그나마 남은 경작지도 매뉴얼에 적힌대로 갈고 씨뿌리고 나면 버튼만 눌러줘도 알아서 자랄 일이었다. 자라고나서야 뭔가 할 일이 생기겠지. 입구의 잔해나 더 치워볼까 싶었지만, 며칠 전 괜히 건드렸다가 더 무너져 그나마 얼굴만하던 통로가 팔이 간신히 지나갈만한 구멍이 되어버렸다.
 
할 게 없다. 할 일이 없다.
 
도무지 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도 심심하고 외로운 일일 줄이야. 미처 몰랐던 사실이 그는 너무도 눈물겨웠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제발 일이 좀 없기를 바랬던 시절도 있었다. 가끔 귀찮을 정도로 많았던 그의 친구들, 그가 맡았던 나름대로 중요한 일들, 그가 새로이 배워야 할 많은 지식들. 그런 것들이 잠시도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바랬던 것이,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쉬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바램은 그로부터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나 억지로 이루어졌다. 너무나 억지로, 생각지 못했던 상황으로. 그랬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괴로운 것일줄이야. 그 시절 아 좀 쉬고 싶다,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다고 노랠 부르던 자신을 데려와 때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자, 이제 뭐하지?
 
다시 한숨이 나온다. 정말 뭘 해야될 지 감도 안온다. 그는 어딜 나가든 할거리 놀거리가 있던 과거가 그립기만 했다. 뭐 딱히 즐거웟던 것만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다채롭던 나날들이었으니, 어쨌든 그립다.
 
자, 이제 뭐하지?
 
무심코 고개를 돌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두꺼운 쉘터의 메뉴얼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상황을 대비해 쉘터 안에서 해야할 일들에 대해 적어 놓은 책. 마치 지식의 백과사전과도 같이 수많은 분야에 대해 수많은 방법을 담아놓은 그 책. 그래, 어쨌든 책. 어쨌든, 책. 책.
 
 
책.
 
 
그는 메뉴얼을 집어들었다.
 
서문. 그가 얼굴만 알던 사람이 편집자로써 남긴 글이 제일 처음에 실려있었다. 이런 책 치고는 꽤나 감상적인 서문이었다.
 
내가 알고 지내던 이들 중 한명이라도 살아남는다면 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만들기 시작하여...
 
 
그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메뉴얼을 읽어나갔다. 알던 사실도 모르던 사실도 적혀있는 그 책을, 아주 천천히, 깊고 깊게 빠져들어 읽어나갔다. 비로소 찾아낸 오늘의 할 일. 그 사실이 너무도 소중했고, 그 시간이 너무도 중요했으니까.
 
독서의 시간은 그렇게 깊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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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짧죠? ㅠㅠ
 
...아직 생각중인 극적인 이야기까지는 멀고 멀었습니다.
 
프롤로그격 이야기만 앞으로도 몇편은 더 써야해요...
 
천천히 그가 쉘터안에 갖혀 혼자 지내는 장면들을 더 그려내고, 그의 변화해가는 모습들을 몇 화 이상은 더 써볼 생각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에 나왔던 그들처럼 살아남기 위해 혼자서 여러가지 일을 해야했던 이들보다는 할 거리가 없는 주인공이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요...
 
쓰는 저도 고민이지만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같이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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