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목과에서 콘크리트 구조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전공이 전공이다보니까 길 가다보면 항상 다리나 큰 건물 같은거 유심히 보고 다니는 편입니다. 그래도 8년 가까이 배워왔으니까 보면 교량의 경우 건설 공법 같은것도 대충 알겠고, 신기한 다리 보면 혼자 좋아하고 그러지.

근데 작년인가부터 내진(지진 대비) 보강을 좀 하더라고. 

돈이 좀 드는 일인데, 이쪽 시장에서 그걸 하기 시작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약하지만 지진이 꽤나 일어나기 때문인것 같아. 

뭐.. 서울에서 지진 좀 쎄게 났다 싶으면 서울 초토화 된다는 얘기도 있잖아? 

그게 예전에는 우리나라 건설 기준에서 내진에 대한 규정이 없었는데(요새는 있음), 토목 구조물이 원래 수명을 반영구로 잡거든.

그래서 예전 건물이나 다리, 터널은 지진 좀 쎄게 때리면 정말 작살날지도 모른다는거지.

그런 이유로 내진 보강을 하는 현장들이 간간히 보이더라고. 학교나 병원 같이 무너지면 사람 정말 많이 죽는 그런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특히 철에 비해서 가격이 싼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더 중요한 일이야. 콘크리트 건물은 기둥도 두껍고 뭐든 ㅈㄴ 커서 튼튼해보이지만 무너지면 사실 대책 없거든.

그 이유는 콘크리트의 재료 특성에 있지.

철(강)으로 만든 구조물은 기본적으로 탄성이 크고(고무줄을 생각해보면 땡겼다가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자빠졌을때 벌컥 자빠지지 않고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콘크리트는 강하고 다르게 와장창 무너지는 특성이 있어. 요새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차력하는 아저씨들이 차돌을 손날로 깨는거 보면 돌이 쪼개지지 손자국이 남지는 않잖아. 콘크리트 안 보통 철근을 넣어서 차돌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그래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그런 의미에서, 토목 공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이념(?)인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서는 내진 보강이나 내진 설계는 매우 중요하다는거지.

워너비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정말 중요하다고 보고.

근데 문제는 시공 방법에서 발생해. 요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내진 보강법의 주된 공법은 '강성' 보강이라고 알고 있어. 그 이외의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강성' 보강법은 일본에서 주로 사용해왔던 공법이고, 쉽게 설명하면 지진이 와도 안부러지게 존나 두껍게, 존나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이지.(다른 주된 방법으로는 지진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 쪽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연성' 보강법이 있지. 이건 기회나면 설명하던가 말던가)

그리고 그 결과는 예전에 고베 대지진에 우리가 봤던 이런 광경이 벌어지지.

고가도로(기본적으로는 교량이랑 같아) 자체는 멀쩡하고 걔들이 통째로 자빠지는거야. 

또, 지난번에 쓰나미때 원전이 작살났는데, 그때도 위에서 설명한 '강성' 보강 또는 강성 내진 설계를 적용했던 구조물은 대부분 작살났다고 해. 

이건 사실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뭐.. 반응 있으면 올려야짘ㅋ)같이 부실공사 때문에 일어나는 붕괴랑은 전혀 다른 양상의 작살이지.

뭐 사실 우리나라에 고베 대지진같은 큰 지진이 올 확률은 매우 적다고들 하니까 괜한 걱정을 하는걸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수준에서는 사실 강성 보강법을 써서 보강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고.

(여기서부터는 그냥 내 의견이라면 의견인데)

그래도 자동차를 만드는 아저씨가 브레이크를 헐겁게 달면 몇명의 사람이 다치거나 죽고, 주택을 짓는 사람이 개짓을 하면 일가족이 다치지만, 토목 공학자가 부주의하게 놀면 수백이 죽을 수 있어. 그래서 난 토목 구조물을 존나 더 짓는거보다 이런식으로 지금 있는 구조물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근데 이놈의 토목 사업을 발주하는 관공서나 지자체에서는,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뭔가 대단한걸 자꾸 지어제끼는게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흠..

뭐 그냥 써봤어. 시작할때는 예의 바르게 존댓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어쩐지 반말을 짓거려버렸네.

미안해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