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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 손 교수의 웜홀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
게시물ID : science_429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레고로케
추천 : 4
조회수 : 5369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4/11/11 16:29:34
어제 인터스텔라를 보고 왔습니다.
인터스텔라는 제게 '인생의 영화급'이었습니다.
여운이 남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이 글을 씁니다.
 
이 영화에는 웜홀이 등장합니다.
물리학자 킵 손의 과학자문을 받았다고 홍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는 인터스텔라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는 더이상 없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좋습니다. 
이 글의 주제는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라는 부분으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스토리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이 영화의 근거가 된 킵 손의 유명한 논문은 아래와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 a tool for teaching general relativity" (1988)
링크 : http://www.physics.uofl.edu/wkomp/teaching/spring2006/589/final/wormholes.pdf
 
이 논문에는 아주 유명한 그림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웜홀을 2차원 평면으로 나타낸 도식도입니다.
 
20141111_144921.png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웜홀을 2차원 원으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인터스텔라 영화에서는 이 웜홀이 3차원 구형으로 등장합니다.
웜홀이 3차원 공간 어디에서 보더라도 원이라면
웜홀은 3차원 공간에서는 구형으로 보이게 될 테니까요.
 
이 논문은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 덕분에 쓰여지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지요.
 
칼 세이건이 소설을 쓰기 전까지의 물리학계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전까지 시간여행의 통로로는 블랙홀이나 슈바르츠실트 웜홀이 고려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블랙홀에는  '지평선(horizen)'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지평선이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의 경계면을 말합니다.
이 지평선 안에 들어가면 중력을 뿌리치고 밖으로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쌍방향 통행이 불가능합니다.
한편, 슈바르츠실트 웜홀은 순간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통로로 사용되기에는 불안정했습니다.
 
그래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시간여행이 이론상은 가능했지만
인간이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습니다.
 
1988년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 박사는 칼텍의 킵 손(Kip Thorne)교수에게
웜홀을 시간여행의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지 자문을 구합니다.
킵 손 교수는 아주 특별한 속성을 갖춘 물질이 있다면 웜홀을 안정되게 할 수 있고,
양자역학적으로 고려할 때 그러한 물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합니다.
그 논문이 바로 위에 링크를 건 논문입니다.
 
킵 손이 위의 논문에서 밝힌, 통로로 사용되기 위한 웜홀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안정적이어야 한다.
2) 일반상대성이론을 위배하지 않아야 한다.
3) 웜홀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이 연결되어야 한다.
4) 지평선이 없어야 한다.
5) 여행자에게 미치는 중력의 영향이 적어야 한다.
6) 여행자가 웜홀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야 한다.
7) 웜홀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 갖는 속성이 물리적으로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8) 우주선이 통과하더라도 섭동이 적어야 한다.
9) 제작이 가능해야 한다.
 
1989년에 킵 손은 칼텍에 교환교수로 방문한 한국의 물리학자 김성원 교수와 함께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한지 1년간 함께 연구하고
양자중력이론에 따라 특수한 물질이 있다면 안정적인 웜홀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특수한 물질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참고로, 그 음의 에너지를 가진 그 특수한 물질이 실제로 1998년에 간접적으로 관측되었고
이 물질을 요즘은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1988년 논문이 발표될 때보다 지금은 개연성이 더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 당시에는 주장의 강도가 그런 물질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물질이 존재하긴 한다 수준이니까요.
그냥 존재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 우주 물질의 68.3%가 암흑에너지이며
(그 이전에는 74%라고 하다가 2013년 다시 관측된 결과 68.3%였습니다)
점점 정상물질이 암흑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고까지 합니다.
그런데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까지 인류의 암흑에너지에 대한 지식은 너무나 일천합니다.
그 많은 암흑에너지가 어디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우리는 모릅니다.
우리 은하 가장자리에 있는 암흑물질이 중력을 만들어낸다면, 암흑에너지는 척력을 만들어냅니다.
이 암흑에너지를 이용한다면 웜홀이 붕괴되지 않도록 잡아둘 수 있는 것이지요.
 
시간여행이 양자역학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은 2006년 EBS 특집 '아인슈타인, 블랙홀을 말하다'에 나옵니다.
킵 손 교수와 김성원 교수가 등장합니다.
 
동영상 링크 : http://www.ebs.co.kr/replay/show?prodId=6807&lectId=1183568
 
 
 
20141111_14000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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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텍 킵 손의 홈페이지에도 김성원 교수와의 공동연구가 중요한 업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김성원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양자역학과 중력이론을 결합하였다고 합니다.
 
http://www.its.caltech.edu/~kip/scripts/biosketch.html
 
그래서 킵 손의 이론에 대해서는 공동연구자인 이대 과학교육과 김성원 교수가 잘 소개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이 시간여행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김성원 교수에게 자문을 자주 구하는 편입니다. 
인터스텔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간여행 관련 과학 기사들이 많이 작성될텐데 
기자들이 자문을 누구에게 구했는지 관심있게 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여행에 대한 킵 손 교수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간단하게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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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물질을 이용해서 웜홀을 만든 후에 한쪽 출구(A)는 지구에 두고
한쪽 출구(B)는 A로부터 광속에 가깝게 멀어지게 합니다.
그러면 시간지연현상 때문에 B쪽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A쪽은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릅니다.
그 다음 다시 B를 A에 가까이 오게 합니다.
예를 들어 1년 정도 A와 B 사이에 시간 격차가 생겼다고 가정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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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위의 그림과 같은 웜홀 타임머신이 완성됩니다.
A의 웜홀 문을 이용해서 B로 나오면 1년 전의 과거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B에 들어가서 A로 나오면 B의 입장에서 1년 후의 미래에 가게 됩니다.
만일 이 타임머신이 2114년 완성되었다고 가정한다면,
2113년과 2114년을 오가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타임머신과 보통 SF 영화의 타임머신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 웜홀은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중대한 제한 조건이 있습니다.
1) 웜홀을 만들기 이전의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2) 웜홀이 유지되고 있는 미래로만 갈 수 있습니다.
 
웜홀을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요구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웜홀을 유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갈 수 있는 미래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또한 인류의 기술수준으로는 아직 웜홀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전으로는 갈 수 없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하지만 외계인이 미리 웜홀을 만들었다면 그 이전으로의 여행은 가능합니다.
 
이상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음의 중력(척력)을 만들어내는 암흑에너지에 대해
인류가 더 자세하게 알아낼 수 있다면
제한적이지만 안전한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논리적인 인과율이 깨진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목요일 수능 문제를 먼저 보고서 수요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는 미래의 주가나 1등 로또 번호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조상을 실수로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에는 큰 혼란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 혼란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여행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타임머신이 존재할 때부터의 과거까지만 돌아갈 수 있다는 법칙을 고려할 때
단순히 아직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일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그때부터 인류는 인과율이 깨진 우주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지요.
 
물리학자들은 시간여행으로 인한 인과율의 혼란이 물리학적으로 모순이 없는지 검토해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미래의 나와 과거의 내가 만나는 것은 고전물리학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양자역학에서는 확률이 보존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나와 만나는 순간 서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미래에서 오는 시간여행자는 인과율을 깨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겠지요.
 
인과율 때문에 시간여행에 대해 회의적이던 호킹도 최근에는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광속에 가까운 여행이 우리에게 줄 놀라운 깨달음은 이 우주가 각각의 지역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흐르며, 우리 주변 곳곳에 작은 웜홀이 존재하고, 아마도 언젠가 우리가 물리학에 대한 지식을 이용해 4차원을 가로지르는 여행(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스티븐 호킹)
"the real wonder of our journey is that it reveals just how strange the universe is. It's a universe where time runs at different rates in different places. Where tiny wormholes exist all around us. And where, ultimately, we might use our understanding of physics to become true voyagers through the fourth dim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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