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역시 새내기때 실험보고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막막했었고, 나름 열심히 해서 좋은 점수는 받았지만... 나중에 제가 조교할 때 보니 제가 썼던 실험보고서가 참 부끄럽더라구요... 오차 얘기를 왜 그렇게 적었었는지 ~_~

고찰을 읽어보면 실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이 실험을 했는지가 눈에 딱 들어옵니다. 아, 얘가 무슨 생각으로 이 실험을 했고, 이 실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생각해보았구나... 그렇게 점수가 매겨지는 것이죠. 

저의 경우에는 고찰을 아무리 길고 자세하게 쓴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내용들이 빠지면 점수를 잘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항상 어디가 부족한지 학생들마다 피드백 꼬박꼬박 적고... 채점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의 고찰은 점점 좋아지고, 어느순간에는 '어, 나도 생각 못한 내용을 이 학생이 알아봤네?'하게 됩니다. 요런 학생들한테는 10점만점에 12점 줬죠...ㅎㅎ

서론은 이만하고, 본론으로 가 봅시다. 고찰은 철저하게 실험에 대해 적는 곳입니다. 그러면 무슨 실험을 했는지를 알아야 고찰에 뭘 써야하는지 알 수 있겠죠?

무슨 실험을 했는지 어디에 나올까요? 실험책 잘 뒤져보세요~ '실험 목적'이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게 목적입니다. 오차를 알아내는게 목적이 아니고요. (오차를 알아보는 실험에선 오차가 목적이겠죠? ^^;;)

즉, 고찰의 첫 부분에서는 실험 목적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실험 결과를 분석해야 합니다. 실험 보고서의 양식에 계산과 관련된 내용이 있긴 하지만, 고찰에서 한번 더 언급해줍니다. 계산값을 어떻게 구했고, 이론값은 어떻게 되고, 오차는 어느정도 되었다...라던지 등등... (오차는 여기서 아주 잠시 얼굴만 비추면 됩니다. 오차가 목적이 아닌 이상요)

마지막으로는 이제 결론을 내려야겠죠? 이 실험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어떤 적용을 할 수 있는지 등등. 이 결론 부분이 진짜 얼마나 실험에 대해 이해했는지를 판가름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께요. 아보가드로의 수를 구하는 실험이 있어요. 대왕 주사기에 에탄올같은거 집어넣고 부피변화를 가지고 아보가드로의 수를 측정하는 실험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 실험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실험 목적은 당연히 아보가드로의 수를 구하는 것이니, 아보가드로의 수를 열심히 구해주시고... 당연히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값과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정도는 구해줘야겠죠. 오차가 이만큼이나 차이나긴 하지만, 학부생 수준의 실험에서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아보가드로의 수를 대충 비슷하게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결론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상기체와 실제기체 그래프(고등학교때도 나오는 그래프 있잖아요^^)를 그려놓고, 이런 언급을 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고요.

'실제기체는 이상기체와는 달리 인력도 가지고 있고 반발력도 가지고 있다. 압력이 작을 때에는 분자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반발력보다는 인력이 우세하고, 압력이 클 때에는 분자 사이가 가깝기 때문에 인력보다는 반발력이 세다. 하지만, 이 그래프에서 압력이 작을때라고 하더라도 1기압보다는 크다. 1기압에서는 이상기체와 실제기체의 그래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즉, 1기압에서는 실제기체 역시 이상기체와 비슷한 거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실험책에도 언급이 되어있지 않고, 교과서에서도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죠. 하지만, 왜 우리가 1기압상에서 아보가드로의 수를 측정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스스로 결론내린 것이기 때문에 좋은 고찰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고찰에 허황된 판타지 스토리를 적지는 마세요... 논리적으로 말이 되어야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_-)

뭐...조교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겠지만, 실험은 오차를 측정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뭔가를 알고자 실험 설계를 하고, 그에맞는 실험을 수행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실험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