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is Alexander Slotin.
1910년 12월 1일 ~ 1946년 5월 30일
제정 러시아의 박해로 캐나다로 이주한 유대인계 가정 출신의 평범한 캐나다의 물리학자, 화학자.
맨해튼 계획[0]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0] 맨해튼 계획 : 제 2차 세계대전 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 맨해튼 계획에서 개발된 핵무기는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공격에 사용되었다.
로스 앨러모스 핵실험 사고
1946년 5월 21일, 슬로틴과 그의 동료 7명은 핵실험에 사용될 예정인[1] 플루토늄 덩어리를 중성자 반사재인 베릴륨으로 감싼 반구 2개를 하나로 합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1] 1946년 7월 1일 비키니섬 핵실험 "Operation Crossroad"의 1번 핵폭탄 Able에 담겨저 폭발했다.
두 덩어리가 붙을 경우 연쇄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적절한 중량(임계량)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슬로틴은 엄지를 위쪽 구멍에 넣어서 왼손으로 위쪽 반구를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스크류 드라이버를 밀어넣어 반구의 높이를 조절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두 개를 붙인 후 재빨리 떼어내는 것인데…….
갑자기 드라이버가 미끄러져나가면서 위쪽에 있던 반구가 덜컥 떨어졌다. 두 덩어리는 하나가 되었고, 임계량을 초과한 플루토늄은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원래의 계획은 이것을 재빨리 떼어내는 것이지만, 두 반구 사이를 벌릴 드라이버가 빠진 것이다! 곧바로 푸른 빛[2]과 열파가 방을 휩쓸기 시작했고, 슬로틴은 입 안에 시큼한 맛과 왼손에 작열감을 느꼈으며, 방 안의 동료 과학자들 역시 사색이 되어 공포에 질렸다.
참고로 플루토늄의 밀도는 19.8g/cm'3 으로 철 (7.85g/cm'3) 의 약 2.5배이다. 위와 같은 부피의 플루토늄은 수십 kg이 넘는 무게이고 이로인해 드라이버를 다시 꽂아 들어 올리는건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런데 슬로틴이 위쪽 반구를 왼손으로 들어내기 시작해서 바닥에 던지는데 성공했다. 두 개의 덩어리가 분리되면서 연쇄반응은 중지되었고, 슬로틴은 동료들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슬로틴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었다. 연쇄반응에 들어간 플루토늄을 맨손으로 붙들고 있었기 때문에 무려 21시버트에 달하는 방사능 피폭을 당했던 것이다.[3] 이 정도로 피폭을 당한 사람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슬로틴의 통증을 덜어주려고 시도하는 것 뿐이었다.
[3] 1~2 시버트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사망률과 암 발생률이 유의미한 수치로 올라간다. 6 시버트 이상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한달 뒤 90% 사망하며, 8 시버트 이상에서는 잠복기 없이 증상이 즉시 나타나고 2일에서 2주 가량 생존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의 피폭량을 알아보기 위해 증언에 따라 사고상황을 재현한 그림
슬로틴은 플루토늄 반구를 분리한 직후 동료들에게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것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실험실 바닥에 분필로 자기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을 그렸다 (위의 그림에서 각 인물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는 것은 슬로틴이 그린 원 때문이다). 다른 과학자들을 위해 거리와 피폭량의 상관관계를 산출할 데이터를 얻기 위한 것으로, 죽음의 공포에 굴하지 않는 과학자혼이라 하겠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군 시설에서 일어난 일이라 기밀로 취급되었지만 얼마 안 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슬로틴이 실험 중에 실수를 저질러서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애초에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방사능 물질을 다루도록 한 실험 계획이 문제였고 슬로틴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타인을 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해리 K. 더그힐란 2세의 사고 등 몇 차례의 원자력 사고가 이어지고 있었고, 이 사고가 결정타를 먹여 미국은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기계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래는 Thomas P. Ashlock가 로스 앨러모스 타임즈에 기고한 시다.
Slotin - A Tribute
May God receive you, great-souled scientist!
While you were with us, even strangers knew
The breadth and lofty stature of your mind
Twas only in the crucible of death
We saw at last your noble heart revealed.
신께서 그대를 받아주실 것이오. 위대한 혼을 지닌 과학자여!
그대가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이방인들조차 알고 있었소
그대의 마음의 관용과 고결함을
죽음의 시련이 닥친 후에야
우리는 그대의 숭고함을 알게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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