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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도 있는 일이었을 텐데..
게시물ID : sewol_15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ushian
추천 : 2
조회수 : 5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24 04:41:31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다. 중간고사 기간이었지만, 시험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시험 기간에 이렇게 뉴스를 계속 보고 인터넷으로 새로운 소식이 뜨진 않았나 살펴본 적은 처음이다. 그들에겐 생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고는 완전히, 완벽하게 인재(人災)라고. 따라서 피해를 줄이는 것도 가능했고,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었다고. 처음에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땐, 전원 구조될 줄로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꼭 이럴 때만 내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사고 경과가 지나갈수록 사회의 크고 작은 병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병폐들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꾸준히 누적된 고름이 사고를 통해 쏟아져 나온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고름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이 썩은 고름이 사방에 흘러넘치는 꼴을 또 보게 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야 할까? 뚜렷한 해결책이 내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문제들을 나열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글을 쓰는 게 비통하고 분하다. 그래도 이 글을 보고 한 번쯤 이 사회를 다시 되돌아봐준다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면, 그걸로도 족하지 않을까.

 

1.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는 중고 선박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배였다. 1994년에 건조된 배이므로, 내용연수가 20년이 넘었다. 2009년 선령제한 20년을 30년으로 완화하는 일종의 규제 완화 조치가 있었다. 이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진 않는다. 물론 규제 완화 조치가 없었더라면 세월호가 바다로 나올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규제를 무턱대고 완화한다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피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규제를 완화하려는 결정을 내릴 때에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규제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암덩어리가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사회의 산물이다.

일단 규제 완화 조치가 있었으니, 그에 걸맞게 안전 검사를 철저히 하였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다. 세월호는 원래 600명 정원이었던 것을 300명 더 태우려고 무리하게 배 뒤쪽을 개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개조가 적법했다고 한다. 안전 검사도 무사 통과한 거 같은데 사실 이건 꼼수고, (세월호의 원래) 선장은 휴가를 냈다.

위에 언급했던 것들─무리한 개조, 명색뿐인 안전검사, 규제 완화 조치 등─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볼 수 없더라도 사고가 보다 확실하고 걷잡을 수 없이 '확대'시키는 데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참고링크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40416213907139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649354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918155
http://media.daum.net/mainnews/newsview?newsId=20140422134307406#page=1&type=media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117&aid=0002453720


2. 피해자 가족분들의 억울함과 비통함이라는 심정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총리는 물벼락을 맞고, 라면 먹는다고 넷상에서 비난받고, 급기야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올라가자는 말까지 나왔다.(난 이 행진 영상을 봤는데, 구호가 대담하게도 "정부는 살인마!"였다.) 나는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요인들이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여러 차례 후벼파고도 아무도 이를 치료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상처난 곳에 모래를 뿌리고 꼬집고 후벼파고는 "이제 그만 분노하시고 진정하시죠."라고 물으면 그 질문자가 사이코패스는 아닌지 의심해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우선, 정부는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피해자 가족분들의 분노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두 번째, 정부는 생존자가 몇 명인지 실종자가 몇 명인지 사망자가 몇 명인지조차도 제대로 집계해내지 못하고 오락가락 발표를 반복했다. 이 또한 피해자 가족분들의 억울함과 비통함을 키우는 (첫 번째 이유보다는 작지만) 직접적인 원인이다. 결국 정확한 통계를 내는 건 포기한 모양이다. 세 번째, 그래도 사회의 지도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무개념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질렀으며, 약자라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조롱하는 세력 또한 존재하는데, 이것도 그들의 상처에 못 박는 행동이다. 또한 무엇이 진정한 알권리이고 무엇이 약자를 위한 물러섬인지 전혀 구분하지 않는 언론인들도 그들의 상처에 모래를 뿌리는 행동이다. 배려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대해선 너무 많은 사건이 있어 내가 다 일일이 쓰진 못하고 참고링크만 건다. 마지막으로, 마지막까지 생존했을 지도 모를 사람들을 구조할 의지가 없는 정부의 의지에 진절머리가 난다. 오유에서 한참 이야기되었던 다이빙벨 말이다.

이번 일이 정부의 무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결정판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할 수 있던 사람들을 안 구한다는 게 말이 되는 처사인지 궁금하다. 유속이 강하다, 바닷속이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왜냐하면, 그런 정황들이 구조에 방해가 되는 건 배가 완전히 전복된 이후의 이야기인데, 나는 배가 전복되기 전, 그러니까 배가 아직 옆으로 누워있을 때에 모두 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배가 완전히 전복될 때까지 이번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대부분 '지시 불이행'을 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건과 사고가 터질 지 모르겠다만, 이걸 박근혜의 무능으로 생각지 않으면 대체 대통령은 왜 뽑은 건지 묻고 싶다.


참고링크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097&l=244709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2&oid=079&aid=0002588390
http://mirror.enha.kr/wiki/청해진해운%20세월호%20침몰%20사고/사건사고
http://todayhumor.com/?humorbest_871298


3. 대통령은 선장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앞서 2.를 쓰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면만 부각시켰는데, 그건 일부러 그런 것이다. 내가 정부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다. 사고를 일으킨 것은 선장이지만, 선장은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정식으로 처벌받을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대통령이 사법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시국을 틈타 사법부에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앞으로도 범죄자 또는 범죄혐의가 있는 자들에게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낼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리는 수다. 물론 대통령이 신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자신이 받을 비판이 듣기 싫어 취하는 수단은 결론적으로 비겁한 행동인 것이다.


참고링크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57614


4. 이번 사고로 얻을 교훈이 있다면...

세상은 험하고, 만에 하나 갑작스런 사고에 처하게 되면, 어느 누구의 말도 무조건 믿지 말고,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재난 전문가들이 재난 상황에선 지시 방송에 따르라는 말을 하지만, 지시 방송을 믿을지 말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스스로 판단한다는 것이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가 아님을 밝혀둬야 겠다.

스스로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5. 그냥 이 말이 하고 싶었다.

이건 사족이라 안 쓰려고 했지만, 내가 애초에 왜 이 글을 썼는지,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되짚어 보면 꼭 해야 할 말인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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