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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밴 아이들 추억…오늘도 눈물 참는 동네
게시물ID : sewol_559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은연인
추천 : 5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4 14:24:40
르포 학생 80명 희생된 고잔1동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한달이 갓 넘은 지난 18일 오후 4시30분께 경기도 안산시 고잔1동 단원고 근처 골목. 한 노래방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방의 50대 여주인은 “사고가 난 지 꼭 한달 만인 그저께야 겨우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동네에서만 10년 넘게 살면서 노래방을 꾸려왔다.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놀러오던 학생들의 얼굴도 눈에 선하다.

“(신문 등) 기사에도 자주 나온 이○○도 여기 자주 왔어요. ○○이가 한번은 ‘아줌마, 저 오디션 나가려고 하는데 돈이 없어요. 노래 연습 좀 하고 가면 안 돼요? 저 나중에 가수 되면 여기 선전해드릴게요’ 그랬는데….” 그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차올라 두루마리 휴지를 한 움큼 떼내 눈물을 훔쳤다.


주민 상당수가 상주인 셈 
‘세월호’ ‘단원고’ 금기어 돼 

학생들로 붐비던 노래방 주인 
“가수 되면 선전해준다고 했는데… ” 
24년째 동네 지킨 빵집 주인도 
“애들이 ‘이모~’하고 들어올 것 같아” 

세월호 참사로 학생 80명이 숨진 고잔1동은 지난 한달, 동네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였다. 한달이 넘은 지금, 문을 닫았던 가게는 다시 문을 열고 철모르는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재잘거렸다. 골목 어귀에선 캔맥주를 들고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도 있었다. 겉보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베인 상처는 아직 그대로였다. 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세월호’와 ‘단원고’는 ‘금기어’였다. 이 동네에서 15년째 슈퍼마켓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우리끼리 만나도 단원고 학생들과 관련된 얘기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상처가 될까봐 조심조심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9000여가구가 사는 고잔1동은 3~4층의 낮은 연립주택들이 빽빽하다. 5층 이상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75㎢ 넓이의 마을 전체는 지금껏 휑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했다.

고잔1동에서만 단원고 학생 108명이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8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살아 돌아온 학생은 24명뿐이다. 이 동네 90가구 가운데 1가구꼴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살고 있었던 셈이다. 희생된 학생들의 친구, 그리고 유가족과 알고 지내던 이웃까지 합하면 이 마을 사람 상당수가 상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잔1동 주민센터 근처 빌라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우리 딸은 단원중을 졸업한 강서고 2학년이다. 중학교 때 친구였던 애들 가운데 한명만 살고 다 죽었다. 딸이 몇 날 며칠을 울기만 하고 잠도 못 자다가 이제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중단됐던 동주민센터의 각종 프로그램도 다시 시작됐지만 주민들은 좀체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고잔1동 주민센터 이병인 사무장은 “사고 직후 주민센터에서 중단했던 에어로빅이나 웃음치료, 웰빙댄스 같은 프로그램들을 15일부터 다시 열었다. 그러나 기존에 하던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못 하겠다’며 환불을 요구해 전액 돌려줬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이 자주 찾았던 장소는 빈자리가 더 컸다. 단원고 남학생들이 자주 들르던 ㅇ피시방의 50대 여주인은 세월호 사고 뒤 문을 닫고 자원봉사하려다 이곳에 모이는 학생들 때문에 평소대로 문을 열어두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엔 수업 끝나고 게임 한판 하고 학원 가던 애들이 내내 검은 옷을 입고 여기서 모여 친구 장례식에 갔다. 아이들에겐 그래도 추억의 장소일 텐데 문을 닫아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24년째 고잔1동에서 빵집을 한다는 여주인은 눈이 벌개진 채 말했다. “부모들은 오죽하겠냐만 주변 사람들도 상처 많이 받았어요. 애들이 당장이라도 ‘이모!’ 하면서 뛰어들어올 것 같아요.”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87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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