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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기억함으로서 미래를 약속하는 공간
게시물ID : sewol_562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4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31 01:08:59

아픔을 기억함으로서 하나가 되는 공간. 26년만에 찾은 서울에서 꼭 가 봐야 한다고 생각한 곳이 있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 시국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리본공작소에 들러 어머니들과 함께 리본을 만들며 미사를 기다렸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히려 저를 다독이시는 분들 사이에서 저는 리본과 군번줄을 끼었습니다. 마치 묵주를 돌리는 마음으로. 

미사가 시작되기 전, 저를 알아본 초등 동창이며 활동가인 미경이가 제 이름을 부르며 뛰어와 저를 안았습니다. 미경이의 손에 이끌려 항상 이 미사를 위해 애써 주신 신부님, 수녀님들, 그리고 그 광장을 늘 지켜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 분들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오신 그 분들이야말로 지금의 진행형인 촛불혁명의 최선봉에 서 계신 분들이었고, 오늘날 제가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자긍심의 출발점이었을테니까요.

정말 오랫동안 그 광장에 서고 싶었는데, 손에 손 잡고 기도를 드리며 슬픔과 감격, 기쁨과 아픔이 섞여 가슴 속에서 어떤 원형질 덩어리가 되어 뭉치는 듯한 마음이 되더니, 그것은 결국 미사 내내 쉴 새 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됐습니다. 주위에 걸려 있는 깃발에 그려져 있는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사 장소의 뒤에서 빛을 받아 예쁜 빛으로 솟아나는 분수, 그 뒤의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의 동상, 광화문, 그 뒤로 보이는 경복궁의 처마와 병풍처럼 둘러 있는 북악 사이로 참 평온한 일상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버스들은 달렸고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갔으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 아픔을 기억하는 이들의 기도와 찬송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내내 그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정작 광장에 함께 서야 할 때 함께 서지 못했다는 미안함 같은 것이 저를 눌렀고, 이제사 그 기억의 광장에 나도 설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 아픔 속에서 기억과 연대의 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전 분명히 보았습니다. 계속해서 시야가 부옇게 흐려졌습니다. 미경이는 내게 자기의 손수건을 건넸고, 그 손수건은 축축하게 젖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나라가 있었습니다.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으로 돌아갈 때, 저는 더욱 기쁘고 자랑스런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루속히 미수습자들이 모두 돌아오고, 세월호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길...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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