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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1
게시물ID : sewol_56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2
조회수 : 1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3 22:31:58

-살인예고-


두희야.

지옥에서 잘 지내지? 몸은 건강하고?

요사이 통 꿈에서 너를 보기 힘들구나.

지옥에서 무슨 일이라도 없으면 좋으련만.

그 병신년 이후로 벌써 10년이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그리고 김구 선생을 암살하고 부귀영화까지 누린

네가 몽둥이로 맞아 죽은지도 30년이 넘었구나.

좀 더 빨리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꼭 이 말만은 전해야겠기에 갑자기 연락했다.


-내가 조만간 사람을 하나 때려 죽일 생각이다.

얘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내 근황도 전하마.

난 요새 영 의욕도 없고

그래서인지 입맛도 없고. 많이 힘들다.

의사는 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던데 잘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말야.

두메산골 깡촌에서 무작정 상경한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도 언저리에서나마 자리잡고

육십이 넘어서도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이만하면 출세한거 아냐?

이게 다 놈의 덕이라고 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젊은 애들도 직장을 못 구하는 마당에

아직도 일 할 곳이 있으니 이게 어디냐.

내 직장?

어느 기념관의 미화원이지.

미화원... 옛날에는 청소부라 불렀지.

따지고 보면 나 같은 고아출신에 무작정 상경한

시골촌뜨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냐.

그저 성실하고 정직한 걸로 우직하게 버티는거지.

소처럼 말이야.

근데 나는 무슨 소일까. 들소일까. 황소일까.

그게 어떤 소이건 죽을 때까지

오로지 일만하다가 죽는

소만도 못한 인간의 삶.


사람이 소하고 같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니

무척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게 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겠지.

그런데 늙으면 옛 생각에 빠지는 일이 많아.

너처럼 현실을 직시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좀 바보스러운 데가 있거든.


여하튼

사람이 산다는 게 별거 있겠냐만,

나이 들어보니 건강이 제일이란 말이 가장 와 닿더라.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요새는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일하고 집에 오면 몸이 천근만근 같아.

뭘 좀 하려고 해도 도무지 기운도 나지 않고.

그래도 예전에는 세상 돌아가는 건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일하는 사이사이 신문도 읽고 했는데 말야.


무슨 기사라는 게 죄다 그 모양인지.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악한 놈이 모조리 이기고

착한사람이 죄다 지는 내용이 그렇게 많은지.

영 살맛이 나지를 않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권선징악도 많긴 한데

현실로 돌아오면 전혀 와 닿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배움이 많이 짧잖아.

이런 나도 말이다.

아이교육 생각해서 없는 형편에 신문도 빠지지 않고 받아보고 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다 헛일인 것 같기도 해.

뭐,10년이 지나봐야 달라지는 게 하나라도 있어야 말이지.

살맛이 안나.


두희야.

계속 이런 말만 하면 네가 뭐라 할지도 모르겠다.

나잇살이나 먹고 세상 탓이나 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뿔 없는 나도 말이다.

나름의 개똥철학은 있다. 아예 아무생각이 없는건 아니야.


여하튼

나도 벌써 육십을 훌ᄍᅠᆨ 넘겼는데,

남자로 태어나서 이름값은 하고 죽어야 할텐데.

말은 이렇게 해도, 여지껏 이모양 이꼴이니

죽은 애 하고 아내한테 그저 미안하지.

그래도 뭘 어쩌겠어.

그저 이를 악물고 살아가면서 좋을 날 있겠거니 하고 지낸다.

오직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할뿐.


한참을 떠들다가 물어보는 걸 깜박했네.

두희는 맞아 죽을 때 나이가 몇이더라?

아마도 일흔 여덟인가, 아홉이였던가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

여튼

아홉수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다음 아홉수까지 살아있을 수나 있을지.

죽을 때 죽더라도 할 일은 꼭 마치고 죽어야 하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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