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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2
게시물ID : sewol_567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3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4 08: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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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아이1 -


두희야.

예전에는 딸애와 통화하는 꿈을 자주꿨다.

수학여행비용을 송금 해달라고 했어.

통화는 그게 다였다.

아주 짧았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들었던 내게 무슨 돈이 있나.

그래도 자식부탁이니까 없는 돈을 탈탈 털어서

수학여행비용을 부쳐줬다.


무능한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했지.

그런데 말야.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아이에게서 수학여행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문자 한마디가 없구나.

남들은 괘씸한 자식을 뒀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그렇지가 않아.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아버지.

이제는 제 무덤도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

미쳐 죽은 엄마조차 제대로 못 돌본 아버지.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아이와 마누라가 내 곁에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거사가 성공을 하건, 실패를 하건

놈들은 가족부터 닦달하기 시작할 테니까.

그리고 아무거나 증거를 만들겠지.

-아버지가 평소에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니지 않았냐.

-남편이 이상한 불온서적을 본 적은 없냐.

-누군가 남편을 자주 찾아오지 않았냐.

만약에

내가 평소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불온한 책을 보지 않았더라도

사람하나 찾아오지 않더라도


원래부터

사람을 죽일만한 악독하고 나쁜 인간이었다는걸

꾸며대는 것쯤 놈들에겐 식은 죽 먹기가 아니냐.

거기에 빨갱이나 간첩을 추가하면 금상첨화겠지.

증거? 그런 증거 따윈 없어도 상관없겠지.

대충 만들어 내면 그만이니까.


이러니 딸과 마누라가 내 곁에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길 수 밖에.

두희야.

이런 나를 보면 너는 한심하다고 하겠지.


딸을 잃고 마누라도 잃고 모든 것을 다 잃은

인생패배자...

그러고보면

두희, 너는 대단한 가장이었다.

두희,너는 김구 선생을 죽여서 떼돈을 벌었다.

아무 사업밑천도 없던 네가? 누가 그렇게 돌봐줬길래?

평생 입을 열지 않는 댓가로 그렇게 마누라와 자식들이 호강을 했지.


두희

네가 죽은지 한참이 지났지만,

지금도 어디 이민을 가려해도 돈이 없으면 움쩍달싹도 못한다.

서민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중산층이라고 해도 이민은 절대 쉽지가 않아.

그런데

두희, 너는 어땠냐.

해외여행 자유화도 풀리지 않던 시절에

아주 쉽게 가족들에게 거액의 돈까지 쥐어주고

남미나 동남아도 아닌 꿈의 나라 미국으로 이민까지 보낼 수가 있었지.

너는 누구보다 자식들을 사랑했다.

너의 자식들이 더러운 암살범 안두희의 자식이라는걸

알 수 없도록 국적세탁을 했지.

그리고는 마치 남의 일이었던 것 마냥

너희 자식들을 선량한 미국시민으로 잽싸게 변신까지 시켰다.


두희야

네 자식을 바라보니 하나뿐이었던 내 딸아이는 지지리 복도 없구나.

그래서일까?

죽은 내 자식이 오랜만에 꿈에 나와서는 웃음기 하나 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몇 푼 안 되는 수학여행비에 벌벌 떠는 이 무능한 아버지를 원망한 걸까?


-어디로?

-제주돈데, 근데 배로 간데. 아우 쪽팔려.

-쪽팔려가 뭐야. 아빠한테. 근데 비행기로 안간데?

-몰라! 학교에서 지네 맘대로 정했데.

꿈이지만 아주 가슴이 찢어져.


두희야.

아주 가끔씩이긴 하지만 이번 거사에 회의가 들기도 해.

거사가 도대체 뭔지.

이런 걸 해봐야 죽은 내 가족들이 알아줄까?


두희야.

너는 집안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육군사관학교 장교출신에다 성공한 사업가.

돈 잘 벌고 능력 있는 아버지.

그런 너에게 나라의 앞날이나 민족은커녕 김구의 목숨 따위가 무슨 상관있었겠냐.

식구들 모두 등따숩고 배부른데.


- 병신들. 독립운동하면 뭐하고!

민족운동하면 뭐하나!

삼대가 줄줄이 가난한데.

이런 생각을 뼈에 깊이 심어준 두희,

너와 네 패거리들의 원수를 오늘날 내가 대신 갚아주느라 이 고생을 한다.

이 점만은 알아줬으면 해.

그러니 두희야. 조금만 더 기다려라.


네가 예전에 누군가에게 박살이 났던 것처럼 조만간 있을 내 거사에 대해

그 누군가가 반드시 고마워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걸로 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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