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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4
게시물ID : sewol_567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1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6 00:31:02

-북한의 소행-


두희야.

아이들이 바닷물에 빠져 비참하게 죽었는데도

그 모든 것이 북한의 소행이었단다.

너는 김구 선생을 죽이고는 조금 다르게 말했지.

민족을 위해, 대의를 위해

같은 당의 수장인 김구 선생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너는 당당히 말했다.

이 한몸 바쳐서 나라를 구하겠노라고.

그나마 그 시절은 상상력이 남아있던 시대였나 보다.

같은 편의 전횡을 보다 못해

내 한 몸 바쳐 죽여 버렸다고 하면

반대파는 아예 할 말이 없을테니.


그저 조문이나 가는 척 하고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가 죽었다고

그럴싸한 추도사를 읊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에이, 귀찮아.

김구 그 개자식. 뒈져서도 귀찮게 하네.


사실은 이랬지.

그런데

네가 거짓말 했듯

네가 그렇게 아끼던 이 나라는 전혀 나아지지가 않았다.


혼란에 혼란을 거듭한 것도 모자라

전쟁과 군사반란을 거듭할 뿐이었다.

세월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사회를 지배하는 너와 너의 일당들은

너희들의 죄를 숨길만한 최고의 핑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북한의 소행이었다.

공무원의 무책임으로 지하철이 온통 불타도

북한의 소행이 의심스럽다.


시내버스가 점검미비로 연기만나도

북한의 소행이 의심스럽다.

뭔가 너희들이

공짜 용돈을 왕창 뜯어내려고

엉터리 정책을 내놓다가 언론에 걸려도

북한의 소행이 의심스럽다.


그걸 보도하는 언론이

너희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다시 북한의 소행.

그 중의 압권은

내 아이가 죽었을 때였지.


아이들이 살겠다며 아우성치다가

바다에 빠져 죽어가고 있을 때도

놈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그 시간에 놈은 사우나에서 불법 제대혈 주사나 맞으면서

다른 돈벌이 수단을 구상했을까?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자기 자식 해외유학걱정이나 하며

이게 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시켰을까?


-이...사태를 어떻게 할까요?

-걍,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면 되잖아!

쉬고 있는거 몰라! 다시는 부르지말라고!

두희야.

저번에 말이야. 내가 손톱을 깎다가 실수로 살을 찢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것도 북한의 소행인가?

하지만

너희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먹혀들어갔다.


왜냐고?

이제 사람들은 복잡한 생각은 질색이거든.

오로지 자기 이야기만 하기를 좋아하지.

그러면 그럴수록 두희, 너와 너희 일당들은 신바람이 났지.

사건의 진상이 뭐건

일단 북한의 소행만 붙이면 그야말로 만능이었다.


그 사이에 두희, 너와 너의 일당들이

더 많은 나쁜 일을 꾸미기 위한 시간을 벌수 있었지.

그리고

너희들이 발명한 북한의 소행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진실이고 나발이고 상관없었어.

다짜고짜 북한만 얽어만 놓으면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바로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시스템말이다.

사고가 나자 얼마 후에

우리 아이들이 죽은 것도 북한의 소행으로 그냥 죽은 것이고

나라의 잘못은 없다는 논리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북한의 소행이 아닌걸로 밝혀졌어도

놈과 놈의 일당들은 제대로 된 성명한번 발표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또 흘러가고 묻히면 그만이었다.

-그러려고 있는거 아냐? 북한의 소행.


어차피

자기자식이 죽은 것도 아니니까.

놈들은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어.

그래서

난 오랫동안 투쟁을 했다.

놈의 집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언젠가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질 것이라

일말의 기대도 해 봤지만,

항상 내게 돌아오는 말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라는 비난뿐이었다.


그렇지.

그저 자기네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빨갱이였고

아이들이 죽은 건 북한의 음모에 의한 테러라 우겼으니

그게 아니라고 끝까지 따진 나야말로

북한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가 딱 어울리겠군.

북한의 소행이 아닌걸로 밝혀졌어도

놈들은 이런 말을 계속 했다.


-다 끝난 일로 왜 그래.

돈까지 집어줬잖아. 그게 모자라?

하지만

새로운 삶이란 내게 불가능했다.

설령 내가 아닌 누군가가 새삶을 얻으려고 하고

직장을 얻으려고 해도 전에 보다 더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북한과 엮인 빨갱이를 무서워했다.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랬다.

-저 빨갱이들 독한거 봐라.

일도 안하면서 펑펑 노는 걸 보면

북한에서 돈도 주나봐.

저것들 다 북한의 사주를 받고 저러는거야.

남한을 음해하려고 일부러 그러는거라고.


-그러게. 자식 죽은게 무슨 벼슬이야?

저게 다 무슨 위세래?

그럴수록 난 이를 악물었다.


북한의 사주를 받아

아이들을 모두 물에 수장시키고 그 틈을 타

남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조직적 계획을 짠건가?

그나저나 놈은 요새 무얼하고 있을까?

어디 나가지도 않고 방구석에 쳐박혀서.

제 측근들하고 다시 이 나라의 허술한 구멍을 찾아

이번에는 나라를 통째로 팔아먹을 구상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이 나라를 하나도 남김없이

죄다 털어먹으려는 놈과 놈의 일당들의 무한한 욕심.

이 나라가 완전히 무너져도 나만 살면 된다는 악마의 마음.

근데 두희야.

이런 놈들의 생각이야 말로 남한을 전복시키려는 북한의 소행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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