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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7
게시물ID : sewol_56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2
조회수 : 2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1 01:01:15

-기념관-


두희야.

오늘도 놈의 애비의 기념관에 다녀왔다.

현충원과 마찬가지로 매일 한번씩 다녀온다.


오해할지 모르니까 미리 말 해 두지.

놈의 애비의 기념관이 바로 내 직장이다.

내가 좀 놀래켰나?


기념관은 수백억을 들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놈의 애비의 사진과 기념품들이 가득한 곳이지.

놈도 가끔씩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요새는 관장까지 나와서 일개 미화원인 나에게

관람객이 그렇게 없냐고 물어볼 정도니 말 다 했지.

난 일하러 갈 때마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놈의 애비 사진을 바라보곤 한다.

정말이지 황제의 즉위식때나 쓸 것같은 대형초상화사진이야.


가끔씩

경찰이 순찰을 해야하는 의무라도 있는지,

의무경찰이나 지구대원들이 잠깐씩 들려갈 때가 있는데

현충원과 마찬가지로 그들과도 인사를 텄어.

난 경찰들과 안면을 튼 이후로 매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곳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지구대에 각종 지원품을 보냈다.


그 사람들도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알고보면 그저 착한 보통사람들이었다.

매번 내가 보내주는 과자며 음료수며 커피에 고마움을 표시했지.

나중에는 내게 감사패까지 주더군.

-정말 애국심이 투철하시군요.

-뭘요. 이게 다 나라를 위한 일이지요.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일이기는 하다.

나라망친 놈의 애비묘를 참배하고, 직장이 놈의 애비 기념관이고,

집에 돌아오면 놈을 언제 죽여야 할까를

잠드는 그 순간까지 생각하고 있는다는 게

얼마나 웃긴지.


두희야.

이런 나에 비해서

불과 서너달도 안되는 시간에 김구 선생의 암살에 성공한

너와 너희 일당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놀라곤 한다.

너의 암살은 그렇게 쉬웠다.

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총을 줬고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가 있었다.

필요하다면 갖은 유흥에 여자는 물론이고 장래에 소원까지 모두 들어주었다.


유감스럽게도 내게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공받지 않더라고 난 전혀 슬프지 않다.


두희

너를 박살냈을 때도 5천만이 넘는 이 나라 사람들 중에

단 한사람만이 너를 처단했지.

아주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너를 잡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오로지 그들이 너를 잡아 진실을 알기위해 보낸 그 기나긴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겪는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기념관이 직장이니 일을 해야지.

청소를 하는 틈틈이 놈 애비의 기념물들을 보고 또 보고

모든 설명까지 낱낱이 외울정도가 됐다.

말이 미화원이지 할 일도 참 많다.

경비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임시경비도 서 줘야하고

시설관리가 자리를 비우면 시설관리의 잡무까지 다 하지.

관장의 고급승용차 문도 열어줘야 하고

관리실의 갖은 잔심부름까지 다 해주다보면

하루가 후딱간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난

그들에게 쓰레기를 치우는 또 하나의 쓰레기일뿐.

그래도 내게는 사명이 있으니 버틴다.


취직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기념관의 모든 것을 익혔다.

각 층의 계단이 몇 개인지

전시장 어느 곳에 한번에 몇 명이 모여있을 수 있는지.

몇 명이나 앉아있거나 서 있을 수 있는 것까지.

모조리.

심지어는 먼지가 몇 개나 떠다니고 있는지 달달 외울 수 있을 지경이 됐다.


이제는 놈이 멀리서 내 쪽으로 걸어온다 해도

몇 발짝이면, 몇 초후면 나를 스쳐갈 수 있는지 눈을 감고도 알수가 있지.

두희야.

난 오늘도 놈이 내게 다가올 그 순간만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부지런히 기념관을 쓸고 또 닦는다.


그래야만 놈이 내 손에 박살 날 때,

기념관의 그 어느 곳에 피가 묻더라도 더욱 선명하게 보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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