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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8
게시물ID : sewol_567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1
조회수 : 2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3 21: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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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피눈물 -


두희야.

놈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

도망치듯 물러날 때 놈은 이렇게 말했지.

-피눈물이 난다.


놈에게는 당연한 일이지.

평생 그 나이 먹도록 가만히 있기만 해도

다른사람들이 죄다 입에다 씹어서 먹여주기까지 했는데

이제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길이 없어졌으니

그 어떤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난 그 때 이런 기분이 들었다.

-저런 놈이 피눈물이 난다는 건

자신의 재산을 더 이상 불릴 수 있는 권력이 없어진다는 것.

그 권력이 없어지니 자신의 재산을 더 불려 줄 하인들도 흩어진다는 것.

그게 너무너무 슬퍼서 피눈물이 난다고 한게 아닐까.


옷 한 벌,가방에 이르기까지

제 돈 주고 물건 하나 산 적 한 번 없으니

세상의 팍팍함을 어떻게 알고, 돈 없는 괴로움을 어떻게 알까.

시장에서.

그것도 꼬릿한 냄새가 여기저기 배어있는 서민들의 재래시장에서.


고급음식이 아니면 입에 대지도 않는다는 놈이

누구나 먹는 떡볶이 하나도 도저히 목에 넘길 수가 없어서

억지로 먹는 시늉을 하려면 속으로 얼마나 피눈물이 났을까.

-이런 쓰레기 같은 시장음식을 천민들은 어ᄄᅠᇂ게 먹지?

그래도 참아야지. 이게 다 지지도 때문이야!


귀족을 자처하는 놈에게는 짜증날 일도 참 많았지.

놈의 악행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상,

앞으로는 순수하게 남의 돈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는 짜증.

자신의 돈을 쓰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생애최초로 느끼는 불편함.

지금도 자신의 돈은 한푼도 쓰지 않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쓴 것처럼 보이도록 회계처리까지 해야한다는

난생처음 겪는 어이없슴.


엄청난 공짜수금을 도와줄 수 있는 믿을만한 하인들을

더 이상 모으기 힘들다는 생각에 피눈물이 난 건 아닐까.

과연 놈은 내 아이가 아무죄도 없는데

무참히 바닷물에 빠져 허부적거리며 죽어갈 때도

피눈물을 흘렸을까?


절대로 아니지.

무엇이든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공짜로 해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모조리 잃어버린 피눈물.


이제 자신의 거짓말도 잘 먹히지가 않는다는 좌절의 피눈물.

놈이 하는 짓이라면 똥이라도 먹을 기세인 놈의 광신자들조차

놈의 도덕성에 대해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아쉬움의 피눈물.


그래. 난 놈이 그 중에 어떤 피눈물을 흘렸더라도 관심이 없다.

아무렴 어떠냐.

조만간 죽을 놈이 뭘 하건.


그렇다고

놈의 밑에서 똥구멍이나 핥고 있던 추악한 하인들을 처단할 생각도 없다.

그건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 난 믿는다.

난 시간이 없다.

내가 잡으려는 것은

오직 몸통이고 머리다.


몸통,머리,두목,수괴 등등등...

놈에게 그 무슨 말을 붙여도 상관이 없다.

이 모든 악의 근원에 있는 놈을 처단하는 것만이 내 사명이다.

아마도 이런 나를 많은 사람들이 비난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씨부려도 결국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치사하고 파렴치한 일이다.

맞다. 난 정말 치사하고 파렴치한 인간이다.

두희야.

어떻게 보면 난 두희,

너 보다도 훨씬 더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이다.


난 놈이 물러나고 난 후,

마누라가 시름시름 앓다가 점점 미쳐가는데도,

여지껏 거사를 실행하지 못하고

이렇게 기회를 노린다는 핑계로 허송세월만 보냈으니

난 아이와 마누라에게 정말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이 맞다.

왜 하루라도 빨리 거사를 준비하지 못했을까.


이 생각만 하면 나도 후회 때문에 피눈물이 난다.

두희야.

이런 내 마음을 놈이 알기나 할까?

진짜 피눈물이란게 어떤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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