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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9
게시물ID : sewol_567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1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06 17: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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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사우나 -


두희야.

놈이 자주 다닌다는 모 호텔 사우나에 다녀왔다.

거사를 치루기 전에 그냥 구경 한번 다녀왔다.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둘러쌓인 목욕탕은 태어나서 처음본다.

아니,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지만 정치인들이 많이 찾아간다더구나.


거기에는 봉황이 입구에 그려진 VIP실에 있는데

놈이 물러난 후에 그곳에 자주 들른다고 하더군.

나중에 알고보니

호텔에서 차별화된 사우나로 승부하겠다며

놈에게 인테리어 자문까지 구한거였어.


예전에

놈의 집무실 옆에 붙어있던

초호화 사우나를 재현했다는 컨셉이 성공을 했는지,

TV에서 많이 본 유명인사들로 가득하다.

특별예우가 있는지 호텔측에서 놈에게만은

지금도 무료 이용권을 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놈은 예전에 사우나를 마치고 나면

꼭 정한 듯이 저 VIP룸과 똑같은 방에 들어가

수면주사와 불법 제대혈 주사를 번갈아 맞고 있었다고 하더군.

사우나가 병원도 아닌데.

어때

이 정도면 네가 김구 선생님을 암살하고나서

누린 혜택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암살직후에

너를 수사해야 할 책임자가 자신의 집무실 옆방에 너를 모시고

쉬라고까지 했으니 말이다.

사우나를 마치고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슬쩍 물어봤어.


-여기 VIP실이 그렇게 대단하면서?

-아. 저희 호텔의 자랑이지요.

아무리 연기라지만 구역질이 나도 참아야 해.


-한번 볼 수 있나?

-고객의 반말이 당연한다는 듯 호텔직원은

여전히 호텔직원스러운 미소를 띄운 채 공손하게 대답을 해.

-정말 죄송합니다.

일반고객분들은 물론 저희 회원이시라도 그건 좀...


난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미리 수건에 덮어 놓은 10만원권 세장을

살짝 보여줬지.

-아니, 고객님. 이러시면 제가 정말 곤란...

-꼭 한번 보고 싶어서 그래.

절대 소문 안낼 테니까.


-이게... 규정에 어긋나는 일...

이라면서 조용히 받더군.

아니나다를까. 그럼 그렇지.

두희야.

네가 꿈꾼 미래의 이 나라에서

돈으로 안되는 일이 어딨겠냐.


살인도 쉽게 돈으로 살 수 있고

그 살인한 돈으로 얼마든지 떵떵거리고 잘 살 수 있는 나라에서

그깟 호텔 사우나 VIP실 정도 구경하는데는 그리 큰 돈이 들지도 않았다.

-어이구. 이거 무슨 고장인가... 하면서

호텔직원은 조용히 감시카메라를 끄더군.

잠깐이나마 난 호텔 VIP실을 볼 수가 있었어.


이건 정말 대단했어. 대단했다구!

온통 금색으로 칠한 사우나 내부와는 달리

VIP실은 정갈한 원목에 검은 옻칠까지된 방이였지.

마치 일제시대에 조선총독의 개인방을 꾸민 것 같은 옛스러운 다다미방.


다다미 방인데도

커다랗게 주름을 잡은 붉은 색 커텐에는 금실로 주름까지 잡혀 있었다.

천정에는 커다란 샨델리아가 달려 있었지.

한눈에 봐도 위엄이 넘쳐흘렀지.

그 방의 한가운데 벽에도 커다란 금빛 봉황이 그려져 있었어.


놈은 예전에 그 방에 누워서 지난 옛일을 떠올렸겠지.

지 애비의 옛 영광과 자신이 누리는 영광을

견줘 보면서 추억에 잠겼을거야.


그리고

가만히 누워서는 좋았던 옛시절을 그리워하는거지.

그러다가 어디선가 연락이 와.

-큰일났습니다.

-뭔데?

-배가 침몰해서 아이들이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근데? 알아서들...해.


그뿐이야.

다시 옛 추억에 잠기는 거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불법 제대혈 주사를 맞으며

다시 한번 젊어질 자신의 세포를 뿌듯해 해.


그리고

제대혈 주사가 끝나면 나른한 몸을 풀기위해 다시 수면주사를 맞아.

그러면 기분좋은 꿈이 놈에게 밀려오지.


놈에겐

오로지

그뿐이야.

다시 찾을 젊음과 옛영광을 되찾을 궁리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어.

누가

언제 어떻게 죽어가는지는 아무래도 좋았지.


오로지 놈에겐 돈과 젊음만이 중요했지.

두희야.

사우나를 마치고 호텔에서 나올 때

난 흥분에 온몸이 다 떨렸다.


놈이 자주 들른다는 그곳에는 악의 기운이 가득했다.

그놈의 호텔 사우나 때문에 주말 내내 앓아 누웠다.

집에 돌아오니 열이 펄펄나더군.

아직도 다리가 휘청하지만 이제 털고 일어나야지.


내겐 해야만 할 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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