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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연재소설] - 박살! #14
게시물ID : sewol_573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1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4 19:51:03

- 배회 -


두희야.

간만에 난리를 좀 쳐봤다.


네가 예전에 하던 수법 그대로였지.

놈은 껍데기만 물러섰을 뿐

여전히 어둠속에서 힘을 떨치기 시작했다.

놈은 무엇이든 자기 돈벌이를 방해하는

사람이나 표적만 있으면 얼마든지 제거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졌지.


제 버릇은 개를 못 준다더니.

무슨 일만 일어나면 사람들을 긁어모았다.

어디서 그런 돈이 펑펑 나오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놈은 또 다른 범죄를 잔뜩 저지르고 다녔어.

그래도 여전히 놈은 반성하지 않았다.


-저는 억울합니다! 피해자는 저라고요!

이번에도 사람을 긁어모아서 반대대모를 했지.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예전의 하인들과 똘마니 조직을 시켰지.

진부한 놈.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수법이 똑같아.


예전처럼

태극기를 그러모았는데 나도 시위에 참가를 했지.

두희야.

시위란 참 좋더라.

네가 예전에 했던 짓거리와 똑같다.

사람을 모으면 돈도 주고 밥도 사주고

이동이 불편하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차편도 내주더군.


관광버스가 수백 대나 동원이 되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는지 알수도 없다.

10년 전에도 그랬지.

참가하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어느샌가 주최측이라는 사람들이

다시 버스 하나로 가득 실어 나르더군.


다들 예전처럼 야구배트에 죽창까지 들고 완전무장을 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태극기를 둘러매고 심지어는 성조기까지 흔들어 댔지.

여기가 성조기를 들고 폭력을 일삼는 미국인가?


아무도

주최측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무얼하는지도 몰랐지만

노인이 무슨 돈이 있어.

용돈에 밥도 주고 차편까지 제공하니 안 가고 배길 방법이 있나.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태극기를 잔뜩 들고서 주최측에서 하라는대로

종일 소리만 질러대면 그만이었어.


-근데 태극기는 그렇다쳐도. 이거 죽창은 좀 오버아닌가?

-에이. 그냥 시키는대로 해요. 우린 경찰도 못잡아간다니까.

-아닌데, 저번에 경찰에서 잡아가던데?

-걍 잡는 시늉만 하는거에요. 금방 훈방이라며 보내줘요.

아마도 놈은 조만간에 정치복귀를 할 모양인가봐.


그런데 정치에 복귀하는 게 뜻대로 잘 안됐나보지.

그러니 또 폭력이 필요했겠지.

질리도록 진부한 놈.

누군가 마이크를 잡더니 최대한 악을 쓰라고 해.

일부러 반대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라는거야.

그 와중에 내가 제일 눈에 띄었나보다.


하긴

요새도 난 놈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빠짐없이 나가고 있거든.

-어! 태극기 어르신이네요?

-그런데. 무슨?

-아, 잠깐만 이쪽으로...


으슥한 골목으로 갔어.

주최측 사람이 살짝 건네준 돈봉투가 제법 묵직해.

-유명하시니까 좀 더 생각해 드리는 겁니다.

-아니, 뭐 이런걸 다.


거참.

이번에는 놈이 무슨 짓을 꾸미려하는지 알아보려고 참가를 했는데

기본수당 외에 용돈까지 두둑하게 주다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난 시키는데로 놈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사람들쪽으로

무작정 걸어들어갔어.


태극기를 휘두르면서 무조건 머리를 디밀면서

손 닿는 사람들마다 마구 때리고 위협했다.

야구배트와 죽창으로.

놈을 처단하기 위해 단련한 몸이었지만,

놈의 정치복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물리치는데

폭력까지 휘둘렀으니 나도 이만하면 갈데까지 간건가?


여하튼

일단 시비를 걸고 방송사 카메라가 몰려오면

일부러 찍히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다짜고짜 길에 누워버려.

-아이구 이놈들이 노인을 때리네!

이런 쳐 죽일놈들!

그걸로 오늘 알바는 끝이야.

누가봐도 연기지만 어쨋건 젊은 사람들이 노인을 때린걸로 됐으니

일이 점점 커졌어.


그리고... 그리고?

뻔하지.

놈을 비호하는 방송사에 대문짝만하게 내 모습이 나왔지.

-백주대낮에 노인폭행! 이 땅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나!


두희야.

어때 네가 자주 써먹던 수법 아닌가.

상황이야 뻔하지.

양측의 대치상태를 본척 만척 하던 경찰이 갑자기 개입해.


일단 내가 반대측 청년들에게 맞았다는

물적증거를 잡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항의는 소용이 없어.

그 다음에 경찰이 우르르 몰려서서는 나를 에워싸지.

그리고는 잽싸게 나를 데리고 도망치듯 시위장소를 떠나는거야.


도착한 곳은

근처 파출소였어.

파출소는 참 포근했다.

소장같은 사람이 직접 커피도 날라주고 굽신거리더군.

-어르신. 나라를 위해서 참 고생이 많으십니다.

-뭐. 그 정도를 가지고.


물론

나같이 허접한 데모알바를 극진하게 대접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겠지.

놈이 정계에서 물러났는지 그렇게 오래 됐는데도

국가에서도 놈의 일개 친위대 대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나봐.


새삼 놈의 힘이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경찰이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고는

이번에는 차로 직접 데려다주기까지 한다는거야.


물론

거사를 앞두고 내 거처를 알게 할 수는 없지.

그냥 가까운 전철역까지만 태워달라고 둘러댔지.

모르긴 해도 놈은 오늘의 폭력시위가 꽤나 만족스러웠을 거야.


두희야.

난 말이다.

오늘처럼 놈의 주변을 배회하면 할수록

점점 놈에게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하지만

놈에게 가까워진다고 해서 내가 불쾌해 한다는 편견은 버려.

오히려 이건 아주 좋은 느낌이지.

놈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져야만 처단하기도 쉬우니까.


내가 놈의 주변을 배회하는 유일하는 이유는 단지 그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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