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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연재소설] - 박살! #15
게시물ID : sewol_57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괴발살!
추천 : 0
조회수 : 2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3/15 23:50:39

- 빨갱이 - 


두희야.

난 언젠가부터 네가 그렇게 싫어헀던 빨갱이까지 됐다.


물론 내가 원해서 빨갱이가 된건 아니고.

사연이 좀 길다.

네가 암살한 민족 지도자 김구 선생님도

네가 보기에는 빨갱이였겠지.


그래. 빨갱이는 너처럼 놈이 싫어하는 그 모든 것이었지.

-놈이 싫어하는 생각

-놈이 싫어하는 말

-놈이 싫어하는 행동

이유따위는 필요없었지.

놈의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죄다 빨갱이였다.

같은 편이라도 마음에 안들면 그냥 빨갱이였다.

그 중 가장 큰 대역죄는 두희,

너를 먹여주고 입혀준 어르신을 비방하는 모든 행위와 비난이었지.


네가 군인이 되기 전의 네 직업은 빨갱이 잡기였지.

그건 어떤 사명감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빨갱이 잡기는 네게 가장 큰 밥줄이었으니까.

어르신!

두희. 너에게는 이 얼마나 높고 귀한 말이냐.


어르신이 그렇게 싫어하시는 빨갱이 잘 잡는 너에게

좋은 입을 것과 먹을 것 그리고 집과 재산까지

평생을 책임 줘 주셨으니.

어르신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모든 세력들이

네 눈에는 다 빨갱이로만 보였겠지.


그렇게보면

네가 김구 선생을 암살 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

너의 밝은 앞날을 보장해 줄 고마운 분의 일을 방해한다는 건

곧 네 밥줄이 끊어진다는 말이었으니까.


두희야.

언제나 너는 오로지 너의 미래만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승승장구하는 세상에서

가난을 못 벗어나더라도 우리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김구 선생의 정신이야말로 네 눈에는 대역죄요, 반역이요, 빨갱이였겠지.


두희.

너는 정말이지 어르신의 말을 잘 따랐다.

젊었을 때는 빨갱이 잡는다고 테러를 일삼았고

늙어서는 왜 이 좋은 민주주의를 음해하냐고

이게 다 빨갱이들의 소행이라고 했다.


그러니

네가 모시던 너의 윗분들이 너를 항상 아끼고 사랑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겠지.

게다가

너는 의리의 사나이로 칭송받기까지 했다.


암살 이후부터 네가 맞아 죽는 그 순간까지

진정한 살인의 배후가 누군지를 말하지 않았으니

어르신이 보시기에 얼마나 귀여웠을까.

너하고는 달리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왜냐고?

난 무슨 사상이나 신념을 가질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새벽같이 일 나가서 별을 보고 들어오는 마당에

무슨 거창한 사상이며 신념이 다 뭐냐.

그거야말로 너처럼 배운자들의 오만이며 사치가 아닐까?

하지만 난 어느날 갑자기 빨갱이가 되기 시작했다.

내 아이의 죽음으로 너무 많은 보상금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빨갱이 전설의 시작이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난 사건의 전말을 곰곰이 다시 짚어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희들의 수법은 간단했다.

아이가 죽은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는 유가족의 뜻을 교묘하게 섞은 말장난이었다.

그리고 놈이 하인들을 풀어 유포한 유언비어는 이랬다.


-더러운 것들. 빨갱이들이 사주했지! 왜 국가에 혼란을 일으키는거야!

-어차피 볼 일도 없는 천민들의 자식인데 이만하면 거액아냐?

-더 이상 추잡하게 죽은 아이들 무덤팔이, 시체팔이하지마!

너희들이 말하는 빨갱이는 그렇게 쉽고 편한 것이었다.

내 자식이 죽은 것에 대한 보상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너희들은 이렇게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라. 걍 주는 대로 받아라.

너희들이 매일같이 모여서 지랄들을 해 대니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전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 아니냐.

이거야말로 국격에 흠집을 내고 이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빨갱이들의 음모가 아니냐!

그러니

없이 살던 너희들에게 이 정도로 챙겨주는 것만 해도 너희들은 감사해야 해.

놈과 놈의 하인들이 그렇게 맹렬하게 보상금을 걸고 늘어지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들이 받을 정당한 보상금은 놈이 손 댈 수도 없는 돈이었으니까.


그 보상금은

눈먼 돈이라서 다른 곳으로 세탁해서

금새 자신들의 돈으로 만들 수 있는 돈도 아니였다.

보는 눈이 워낙에 많은 돈이라 건드릴 수도 없는 돈이었다.

주기는 죽어도 싫은데 줘야하는 돈이었고,

먹지도 못할 남의 돈이었으니

주는 생색만 내는 것도 짜증이 나고 싫었겠지.


그래서 너희들이 생각해 낸 게 빨갱이였지.

-자. 봐라.

매일 같이 사람들이

가장 많은 거리로 나와서

텐트를 치고 서명을 받고하니 보통 민폐가 아니다.


-죽은 자식팔은 돈이 더 필요하면

대 놓고 더 달라고 하면 될 것이지.

더럽게 이게 무슨 짓거리냐.

- 날이면 날마다 거리에 나와서 왜 이 난리냐.

어르신이 주무시는데 시끄러우시단다.

귀찮다고! 이제 그만 좀 하자고!


-이제 그만하고

이 푼돈이나 받아가라. 안 받을거면 말고.

-이제 다 없던 일로 하자고 쫌!

-싫다. 진상을 밝혀라. 그게 우선이다.


-닥쳐. 우리가 오늘부터 빨갱이라고 하면

너희들은 그날부터 그냥 빨갱인거야!

자꾸 시끄럽게하면

빨갱이로 만들어버리겠다.

너희들이 빨갱이건 아니건 그런건 상관없어!


두희야.

근데 이걸 어쩌지?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을 버리고 전향한 놈이 가장 무섭다며!

원래 아무런 사상도 신념도 없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놈을 위해 태극기까지 휘두르는 더러운 빨갱이거든.

그럼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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