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봄 어느 날, 세월호에서 생존한 한 남성과 만났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조사를 위해서였다. 그의 집은 서울이었다. 자영업자로 건축 관련 일을 했던 그는 2014년 4월 16일, 오래 길들여 수족이나 다름없는 장비를 차에 싣고 세월호에 올랐다가 간신히 자기 몸만 챙겨 돌아왔다. 아니, 실은 그조차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말은 고통으로 가득했고, 사람들을 집어삼키던 배 안의 소용돌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그때의 풍경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