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차한성 전 대법관을 만난 결과도 보고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에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이 직접 지시하고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과 차 전 대법관이 만나기 두달 전인 2013년 10월 당시 주일 한국대사였던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71·구속)이 청와대와 외교부에 “강제징용 판결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다시 파기환송시켜야 한다”고 보고한 문건도 확보했다. |관련기사 8면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조사를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얘기해 일제 강제징용 재판을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청와대는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였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1일 비서실장 공관으로 차한성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64)을 불러 만난 결과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인정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재임 기간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아 온 김 전 실장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다고 직접 시인한 것은 이번 강제징용 ‘재판거래’ 사건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