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에 오퇴위아 섬에서 한 극우 인종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무려 77명의 사망자가 있었던 노르웨이 역사상 최악의 테러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범은은 자신을 변호할 변호사를 직접 지목하죠. 그 변호사는 사민주의 정당 노르웨이
노동당의 당원으로 그 범인과 정반대의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변호를 맡게 된 그 변호사에게 다들 이유를 묻습니다. 왜 악마를 변호하느냐? 그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살인범이라도 허술한 변론으로 심판 받아선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을 지목한 범인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법적 권리만큼은 최선을 다해 지켜드리겠다. 당신이 받아 마땅한 형벌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재판이 끝난 후에 그는 그 재판과정 전체를 책으로 엮어 냅니다. 따로 기록할 만큼
그 자신에게도 내적인 갈등이 있었던 거죠 개인의 신념이나 공동체 규범과 직업윤리가
그렇게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내 가족을 해친 범인의 치료를 맡게 된 의사 내 동족을 학살한 나치를 변호하게 된
유태인 변호사 그들에게 그런 내적갈등이 없을 수가 없겠죠. 일본 전범기업을 변호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승태 대법원장이 빼내준 기밀자료를 받고 정부 관료들을 만나
로비 하는 건 법정에서 그 법적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정당하게 노력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반칙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는가? 제가 김앤장에게서 확인하고 싶은 건
그겁니다. 그들에게 과연 그런 갈등이 있긴 있었는가?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