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수호', '독재 타도' 자유한국당이 지난 주 내내 외쳤던 구호죠.

새로운 법안이 제출돼 소관 상임위에 배당되면 상임위 내 법안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칩니다. 그 다음은 법사위. 상위법과 상충 여부를 따지고 마지막에 본회의 상정. 그리고는 표결이죠. 패스트트랙은 이 과정 전체를 고스란히 다 거치게 돼 있습니다. 중간 단계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지 못하도록 정해진 시간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만들어둔 것일 뿐. 그러니까 패스트트랙은 하나의 절차이지, 법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 와는 전혀 별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특위에 참가하기로 사인까지 했지만 지난 5개월 간 불참을 했고 그 사이 나머지 정당들은 새 법안을 합의해, 그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하려다 이 사달이 난 거죠. 몰래 만든 법안을 야밤에 날치기 통과 시도한 것도 아닌데, 그저 패스트트랙이란 절차에 지정하려는 건데, 이후로도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는데, 최종적으로 표결이란 과정도 엄연히 남아있는데, 헌법 수호에 독재 타도라니. 

이 구호가 자신들이 야당이 됐다고 자신이 반대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도 아니고 제출된다고 외쳐도 되는 구호인가? 더구나 이 절차를 정한 국회선진화법은 자신들 손으로 만든건데. 이 구호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개인적으로 합니다. 이 구호를 외치다 죽고, 다치고, 고문 당하고, 감옥 간 사람들. 그래서 지금 자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독재'라는 단어를 외칠 수 있게 만들어 준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최소한 절은 하고 나서 그 구호를 외쳐도 외쳐야 하는 것 아닌가.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