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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연구의 논문과, 그 논문의 저자 됨 요건
게시물ID : sisa_1136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rinus
추천 : 14/5
조회수 : 1356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9/08/22 13:47:15
많은 학문 분야에서 논문을 쓰는데, 그 분야마다 논문의 가치, 쓰는 방식 등등은 다 다릅니다.

따라서, 의대에 있으면서 의학연구 논문을 쓰는 사람의 입장도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씁니다.



조국 후보자의 딸 논란을 보고 있자니, 

의학 연구를 하고 의학 논문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참 우습네요.

1.
"논문" 이라는 단어부터 따지고 넘어가야 할텐데,

논문이라고 하면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부터 학위 논문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학위 논문은 thesis 라고 하고 그 양도 방대하고 며칠 상간에 실험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반면,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은 대개 article로 불립니다.

article은 사전적 의미상, "기사" 정도 됩니다.

학술지에서도 해당 논문은

"original article" 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학위 논문, 즉 thesis 는 엄격한 단계를 거치고, 여러 단계 심사를 거친 후에 통과가 되지만,

학술지 게재 논문, article은 해당 학술지의 editor가 보고, 동료 심사 (peer review)를 거쳐서 게재됩니다.

thesis를 쓸 수 있는 자격은 매우 제한되지만 (당연히 해당 학교의 학생이어야 하고, 논문자격 시험 통과, 일정 학점 이상 이수  등등)

article을 쓸 수 있는 자격은 따로 없습니다. 아무나, 써도 됩니다.

고등학생도 실험 잘 하면 써도 되고, 중학생, 초등학생..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2. 저자 요건, 즉 저자 됨.

학술지 게재 논문의 저자 됨은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1) 연구 개념과 계획을 수립하고 자료를 수집, 분석 및 해석에 있어 실질적으로 상당히 기여한 자 
(2) 논문을 작성하거나 논문의 주요한 지식(知識)적 내용을 수정하는 자 
(3) 논문 원고의 출간을 최종 승인하는 자


(저자됨 이라는 review article에서 따 왔습니다.
박기영, pISSN: 2234-8646 eISSN: 2234-8840 http://dx.doi.org/10.5223/pghn.2012.15.Suppl1.S26 Pediatric Gastroenterology, Hepatology & Nutrition 2012 November 15(Suppl 1):S26-S30)


1번 항목은, 연구 디자인을 하거나, 분석을 하거나, 통계 해석을 하거나 등등 무언가 참여를 하면 됩니다.
2번 항목은, manuscript를 집필하거나, 회람해서 수정을 하거나 하면 됩니다.
3번 항목은, 논문 최종본을 읽고 OK 라고 말하면 됩니다.


따라서, 만약 영문 교정만 했다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통계 분석 회사에서 통계 분석만 해 주었다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Acknowledgement 에 감사 인사로 넣어 줍니다.


이 3가지 중 하나라도 안 했다면 저자가 되면 안되고, 3가지를 다 했다면 당연히 저자가 됩니다. 

3가지를 다 한 사람을 저자로 넣는 것은 연구 윤리 위반이 아닙니다.


3. 1저자를 누가 하는가?

1저자, 교신저자 (책임저자), 저자 목록의 마지막에 오는 저자를 누가 할 건가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순서를 정하고 누가 어느정도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신저자 (책임저자)의 몫입니다.


조민 양이 수행한 해당 연구는, 검체에서 DNA를 뽑아서 이거에 이런 저런 처리를 하고 전기영동을 걸어서 패턴을 보는 연구인데,

아마 하려면 연구비가 몇백 만원 정도 들어갈 겁니다 (검체를 얻는 것과는 별도로)


대개 많은 의대 교수들이 이런 프로젝트 들을 돌리고 있고 Lab을 운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교수들이 딴 연구비로 실험용 벤치 운영하고, DNA 추출 키트 사고, gel 사고, 했을 테고, 전기영동 기기도 사고 했겠죠.


해당 교수가 자기 연구비로 이 장비들을 사서 지원을 했을테고,
또, 누구누구의 검체를 이용해서 어떤 어떤 제한 효소를 써서 분석해 보면 된다 라고 알려줬을 것이구요.
한국 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쓴 논문인데 그 연구비는 당연히 해당 교수가 받았겠죠.

구체적인 DNA extraction 방법이나 전기영동 방법, gel 만드는 방법 등등은 해당 교수의 연구원이 알려줬겠죠.


따라서, 이 연구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해당 교수가 교신저자(책임저자)가 되고, 그 논문의 기여도는 그 교신 저자가 평가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고등학생이 쓸 수준의 논문이 아니다" 라고 하시는데,

저정도 수준의 논문 쓰는 거 어렵지 않고, 비슷한 다른 논문 참고해서 많이 읽어보면 쓰기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해당 내용을 1저자가 이해하고 쓴건지, 이해하지 못한채 쓴건지를 제 3자가 알 수 있나요?

이해하고 썼다고 말할 근거도 없지만, 반대로 고등학생이니 이해하지 못했을거다라고 말할 근거는 있을까요?


이 문제, 별로 논란 안됩니다.

1. original article은 누구나 써도 상관 없다.

2. 저자 요건 다 갖췄다.

3. 1저자 누구 줄지는 교신저자 마음이다. 
(기여를 전혀 안 한 사람에게 주면 안되지만, 해당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에 누구 줄지는 
연구비 대고, 연구 설계하고, 연구를 주관해서 책임지는 교신 저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집니다)



** 누군가는, 그래도 고등학생이 2주에 어떻게 논문을 쓰냐고 하는데,

실험 + 논문 작성까지 2주만에 다 했을리가 없죠.

해당 논문을 보면 12월에 투고하여 그 다음해 3월에 수락이 됩니다.

인턴을 언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인 점을 생각해 보면 여름 방학때 인턴을 했다하면 가을 내내 논문 작성, 수정... 등등을 해서 12월에 투고 했겠죠.


고등학생이 30개나 되는 참고문헌을 다 뒤져가며 썼다는게 말이 되느냐?


아마, 조 민 양이 처음 썼던 초안을 보면 아주 형편 없을 겁니다. (비하 하는게 아니라, 의대생들, 전공의들, 심지어 전임의들이 써오는 논문 초안들, 다 당연히 형편 없습니다...)

그걸 논문처럼 보이게, 그럴듯하게 고쳐서 작품으로 만드는게 교신저자의 일입니다.

전공의들이 써온 논문이 대개 교수 손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논문으로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거 없이 쓴 문장에, 이런 이런 참고문헌 찾아서 추가하라고 해 주는 것도 교신저자의 일이고, 능력인 거구요.


"이 논문을 어떻게 고등학생이 썼냐? 수준이 말이 안된다?"

라고 하는 건 논문이 어떻게 쓰여지나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이건, 성실한 고등학생 + 능력 좋은 지도교수의 합작품 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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