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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제와 고인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sisa_1159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주불한당
추천 : 4
조회수 : 1294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20/07/10 16:18:22

제 페이스북에만 방금 올린 글을 고민하다가 종종 소식들을 알리러 글을 써온 이곳 오유에만 퍼와서 글을 남깁니다.


< /성문제와 고인에 대한 단상>

 

1. 74년생으로 지방에 사는 저는 고인과 일면식은 없습니다. 그냥 그의 책 <국가보안법 연구 1,2,3>20대에 공무원시험 공부하듯 탐독했던 기억, 2011년 보궐선거 때 그를 응원하는 활동을 시작으로 페북을 시작했던 기억,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딱 임기를 정해서 깔끔히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던 자신과의 철저한 약속과 당신의 자택을 역사비평사에 전부 기증한 뉴스. 10층짜리 건물의 희망제작소를 열어 반자본주의 정신의 자본주의 내 체제 개혁 실천 매뉴얼을 보드라운 시민의 이름으로 행하였던 뉴스, 1인 시위 개념을 처음 실천했던 그 참신함과 창의력 등등 시민사회의 지평을 넓혀온 개혁자적 모범들, 재산을 다 기부해버려 남은 재산이 빚만 6억인 사람...

 

그리고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론을 맡은 이래 1993년 서울대조교 성희롱 피해 사건 변호인으로서 한국 사회 최초로 성희롱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셨던 분, 여성인권에 누구보다 철저했던 것으로 보이는 그 분.

 

개인적으로, 저는 그 분이 서울시장을 두 번만 하시고 우리 제주도지사로 출마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여기저기 푸싱하곤 했었습니다. 사라진 후에야 묻어진 미담이 밝혀질 아까운 사람...

 

2. 여기까지가 제 헛헛함의 이유입니다. 지금 인터넷 온라인에는 사망 직전 고소당한 여비서 성 추행 문제를 들이미는 악플 들이 상당하다 하지요? 개인적으로 공소권 없음이라는 제도가 개정되었으면 합니다. 해서 억울한 피해 약자들이 평생의 한으로 남지 않도록 시시비비를 명명백백하게 가려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그 여성분을 사회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음 합니다.

 

3. 그러나 그럼에도, 장례 기간에는 망자에 대한 억측과 조롱과 비판이 아닌 비난을 자제됐으면 합니다. 어떤 이들은 안희정 모친상에서 안희정 씨가 거물들의 화환을 앞세워 나 아직 죽지 않았어는 세 과시를 한 것과 비견해 상중에라도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반성하지 않는 정치모사꾼 안희정 따위와 박원순 시민운동가의 일생은 비교 깜냥이 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혹여 지금 고인을 무조건 비판하는 이들 중 젊은 분들은 아마 고인 생의 전체 중 앞부분에 대한 미세한 정보를 모르고서 저지르는 비판은 아닌지 자문해 보았으면 합니다.

 

4. 사람이란 특히 공인이란, 망자의 생을 통틀어 시일이 흐른 훗날 종합적 평가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누구나 삶에 공과가 있습니다. 만약 사망 직전 언급된 그 사건이 부분적 진실이 아니라 100% 진실이라면 그것은 무거운 과가 될 터이고 남겨진 측근들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음으로 양으로 모든 책임과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만, 그렇다고 고인의 전 생을 관통하는 공이 보잘 것 없는 게 되어선 안 될 일입니다. 방송에서는 시민사회 업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실상은 고인의 정성과 노력과 헌신이라는 족적까지 폄훼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위선자라는 말은 함부로 갖다 불일 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생의 마지막 추함을 위하여 그동안 착한 척 선한 영향력을 위해 고인이 가일층 노력해 왔다는 논리 모순을 굳이 말하고 싶은 건가요?

 

5. 그러나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좀 흘러서 누군가들은 피해 여비서를 위한 증언을 좀 해주었으면 합니다. 고인에 대한 신실한 애도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고인은 이제 역사적 인물로서의 평가대에 올려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6. 성추행, 성희롱 문제에 있어서 누구나 잘못을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희정, 오거돈, 홍준표, 탁현민, 무수한 남성 연예인 등은 잠깐 고개 숙이는 것으로 진정한 반성은 때운 채 고개 빳빳이들 그 정글 판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반면에, 제가 아는 고인은 그들과는 다르게 마음을 쓰셨을 분이라 생각합니다.

 

7. 애도는 애도대로 표하되 장례 이후 고인을 다시 탈탈 벗겨내는 갑론을박은 본인들부터 자중했으면 합니다. 다만 피해 추정 여성의 피해회복을 위하고 여성인권을 더 신장하고 남성 공직 사회를 더 단도리 할 수 있는 방향으로들 말과 글과 지혜가 모아졌으면 합니다. 절제하면서도, 상대를 까대며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정중한 바른 말은 할 수가 있는 게 우리 인간입니다.

 

고인을 위선자라고 까대기 하는 것도, 피해 추정 여성을 두 번 세 번 언급하며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언동도 모두 저는 자중해야 할 것이자 때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글을 쓰는 손과 입과 말이 오호 코시다.’또 좌파 성추행운운하며 자신들이 더하면 더했을 성범죄에 대하여 정치공방의 꺼리로 삼으려는 수구정치세력과 일베 같은 이들과 같은 지점에 서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지금 입이 근질근질해하는 그들을 위한 업둥이가 돼서야 되겠습니까?

 

8. 필부의 이 글도 어쩌면 시끄러운 소란 하나 더하는 부질없는 글이 될까 올려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됐습니다만, 저 또한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어지럽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제 개인 페북에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이리 글을 마무리 합니다. 노무현 서거 직후 그이의 과를 거론하며 뾰쪽하게 인터넷을 수놓았던 분들이 있었다면, 왜 노무현을 찍지 않았던 분들까지 장례 기간 동안 상실감에 다들 힘들어했는지 그런 보편적 민중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합니다. 지금도 상실의 시대입니다.

 

* 글 쓰는 내내 고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 양지 바랍니다. 아직은 그리해야 될 것 같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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