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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의료파업에 대한 주요 논점들!! 총정리!!
게시물ID : sisa_11614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르네상스렌디
추천 : 1/14
조회수 : 96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20/08/23 22: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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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국에서 당직 서면서 펨코하는 흉부외과 팰로우야.


미국 건너와서 일 시작한지 이제 한달 살짝 넘었고 이제 슬슬 적응이 되서 당직실 컴퓨터에 한글 추가하고 펨코 중이야.


예전에 한 번 USMLE (미국 의사 자격) 시험 합격증 받고 신나서 올렸다가 포텐간거 보고 글삭 한적 있는데

이젠 완전히 건너와 있네.


전에 합격증 올릴땐 워낙 이바닥이 좁아 아는 사람이 보면 바로 나인지 알것 같아서 찜찜해서 지워버렸는데

그냥 뭐 누군지 알아보면 알아보라지뭐....


내가 지금 일 시작한 병원은 미국에서도 항상 손가락안에 드는 초대형 병원이고 심장 수술도 엄청 나게 하는 곳이야. 한국에서 팰로우 하다가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알아봐서 실제 임상일하는 팰로우로 건너와 있고 미국 애들이랑 같이 수술 하고 일하고 있어.

영어가 안되서 미치겠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하는 중이야.


한국에서 지금 의사 정원 늘리는 문제로 말이 많은데 의사 정원 늘려봤자 우리 과 상황이 좋아질 수가 없는 이유를 미국 시스템과 비교해서 설명해줄게. 반박은 언제든 환영인데 근거가 있었음 좋겠어.


한국에서 내 전문의 동기는 약 20명이였어. 흉부외과 점점 줄고 있다고 사람 없다고 난리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지.

근데 그 친구들 지금 다 뭐하는 줄 알아? 대학병원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애들은 절반 정도 될까?


흉부외과가 대학병원에 못붙어 있다는 건. 특히 나같이 심장수술하는 사람이 거기 없다는 건 흉부외과로 못 산다는 거야.

어짜피 우린 개업도 안되고 개업하더라도 전공 살리는게 아니니깐. 수련받으면서 한번도 못본 하지정맥류 개업이 진짜로 흉부외과로 사는 건 아니자나.

그럼 왜 사람 없다는 데 절반도 못붙어 있을까.

특히 나같이 심장하는 애들은 내 동기중에 한 손가락으로 뽑을 정도만 대학에 남아 있게 된걸까.


간단해. 병원에서 사람을 더 안 뽑으니깐. 흉부외과 지원자 없다곤 하지만 전공의 주 80시간 개나 주고 일 시키면 되고, 전공의 주 80 시간 지켜야하면 팰로우 굴리면 되고, 팰로우 없으면 기존에 뽑아 놓은 교수들 노예 처럼 굴리면 되니깐.

같은 한통속 아니냐고? 의사들끼리 부려먹는걸 왜 누굴 탓하냐고? 병원장은 의사긴 하지만 대부분 대학병원에 병원장이 자기가 원한다고 의사 더 뽑을 수 있는게 아니자나. 대부분 대학병원은 국립이거나 초대형 재단 소속인데 무슨.

뭐하나 잘못하면 짤리는게 재단 소속 대학병원 병원장인데....


그래도 대학병원 교순데 월급 천만원은 줘야하는데 천만원 주고 더 뽑을 만큼 수입은 안나고 정부에서 다른 직군은 주 40시간이니 하면서 의료인력은 제한에서 친절하게 빼줬는데 뭘. 이미 이사람들은 전공의 시절부터 개처럼 일하는게 익숙하고. 어짜피 일안해서 사람 죽으면 그거 눈앞에서 봐야하고 소송당하고 멱살잡히는데 울면서하도 일할텐데.

뽑아서 돈안되고 사람 많이 뽑아서 편하게 일하게 해놓으면 인건비 안벌려서 적자날거고 뭐하러 더 뽑겠어. 나 같아도 안뽑아.


돈 밖에 모르냐고? 그건 아닌데 돈 안벌고 직원 몇 천짜리 병원을 어떻게 운영해.

그래도 비영리든 뭐든 하나의 큰 회사나 마찬가진데 적자 내면서 운영하면 다 문닫아야지. 직원 월급 땅파서 줄것도 아니고.


의사 월급 줄이면 되지 않냐는 감정적인 이야기 나올때 됐는데 월 천 받고 주 80시간 100시간 일하는 사람들 보고 월급 더 줄이라고?

내 와이프가 군의관 장기하라고 그렇게 꼬셨었어. 월 천 받고 100시간 일할래. 600 받고 40시간 일할래. 부사관 원사달면 그게 차라리 낫겠다고.

다 때려치고 피부과를 하던 성형외과를 하던 유튜브를 하던 하겠지. 600 받으면서 집에 허구헌날 안들어오면 와이프가 참도 참겠다. 전공의, 군의관 때 박봉에 대학원 대학교 학비에 아직 마이너스 인생인데.


그래서 안뽑아서 자리 없고 자리없어서 더 안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망하는 거 뿐이야.

흉부외과 전공의 더 늘린다고 어짜피 대학병원에 수술할 수 있는 외과 의사 수는 똑같을 거야. 결국.


미국은 그럼 어떤지 알아?

전공의 엄청 적게 뽑아.

미국에서 외과 의사 엄청 인기 좋은 이유가 뭐냐면 돈 잘 벌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긴 때문이지.

얘네는 대도시 아닌 곳에서 자기 수술 경력 좀 되면 1년에 50만불도 받는것 같더라고. 뭐 인력 구직 사이트에 80만 불+ 알파 까지 봤어. 어마어마 하지. 근데 그렇게 비싸게 주고 모셔가는 이유는 자리는 많은데 흉부외과 별로 없어서야.

내가 일하는 병원은 미국에서 항상 흉부외과 1위 2위를 다투던 병원이야. 수술은 한국의 웬만한 초대형 병원 3-4배 정도 하고 있어.

근데 전공의는 연차당 2명 정도야 그나마도 외과하고 건너오는 거니깐. 지금 나랑 일하는 전공의가 총 4명이 끝이야.

아산병원 흉부외과 전공의가 연차당 5명인걸 생각하면 한 연차 전공의만도 못한 숫자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총 숫자야.


인기가 좋은 만큼 처음부터 정말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애들이 들어오고

적게 배출되는 대신 한명한명 나가서 한명의 외과의사로써 활동할 수 있게 가르치고

교수들도 여유가 있으니 진짜 잘 가르쳐서 애네들은 보통 팰로우를 안해. 안해도 나가서 수술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니깐.


전문의가 취직을 해도 그리 사는게 나쁘진 않아. 여전히 애들도 열심히 일하지만 중황자실에 밤이나 낮이나 중환자 전담의가 있어서 작은 일은 연락 받을 일이 없고. 한 병원에 흉부외과가 여러명이 있으니 돌아가며 콜당직 서도 크게 부담없고.

낮엔 열심히 일하지만 밤엔 가족들이랑 지내고 주말엔 골프치고 낚시하고 여행 다니고. 누가 안하고 싶겠어.

전공의들도 부지런하게 일어나서 일하지만 저녁이 되면 당직만 빼고 다 집에가 6시가 됐는데 왜 아직도 남아있냐면서 나한테 화냈다... 몇일 전에.

난 한국에서 6시에 바깥 구경을 한 일이 드물었는데 ㅎㅎ

전문간호사, 중환자실 전담의, 교수 등등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굳이 그렇게 일하지 않아도 되니깐 가능한 거야.

나도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뽑힌 외국인 팰로우인거고.


우리 나라? 전문의가 되도 병원에 흉부외과 2명 막 이러헥 있으니 수술하다가 외래 보다가 중환자실 환자 안좋으면 뛰쳐나가고, 여행 가다가 돌아오고, 와이프 애 낳았는데 3일만에 얼굴보고. 근데 월급은 뭐 일반 회사원 보단 낫지만 한 7-800? 정도 받아. 뭐 잘나가시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7-800이 보통 수준이야. 대학병원.

그나마 그자리도 없어서 결국엔 피부 미용, 정맥류 하고 있는 거고. 아니면 개처럼 구르기 싫어서 나간거던지...


의대생 더 뽑는다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까. 어짜피 더 안뽑을 텐데. 아니면 월급 을 500으로 줄이고 2명 뽑을거 3명 뽑겠지. 그냥 때려치던지 미국에서 어떻게든 남아서 살던지 할거야 그럼.


대우를 잘해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고 부족해지지 않아. 미국은 시골 지역은 도시 지역의사 연봉 2배 이상을 줘. 심지어 3-4배도 있고.

그러니깐 젊고 괜찮은 의사들이 몇년이라도 와서 일하고 돈 좀 모이면 나가고 하면서 부족하단 이야긴 안나와.


그리고 10년? 내가 흉부외과 의사 10년차야. 아직 심장 수술 나 혼자 제대로 할수가 없어. 나름 좋은 의대 나와서 좋은 곳으로 수련 받고 미국 병원까지 와있는데 앞으로 몇년은 더 있어야 자신 있어 질것 같아. 잘할려면 10년은 더 걸리겠지.

근데 10년 시골에 박아둔다고 그 사람들이 무슨일을 할수 있을까.

사실 강제로 뽑아서 10년만 채울 생각 가득한 사람들이라면 내 환자 맡기고 싶지도 않고...


다른 이유라면모르겠지만 우리과 같은 사람들 이름 팔아 인원 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 망할 것 같으니깐....


그리고 진료 시간 짧아서 늘려야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양심은 있는지 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야.

마사지도 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른데 진료비가 적으니 어쩔수 없단 생각은 안해봤는지 모르겠어.

여긴 진료 시간 따라 돈 받아. 환자 진료 보면 차팅하면서 시간을 얼마나 할애했는지 에 따라 진료비 청구하게되어있어.

간단한건 여기도 짧게 환자 보고 끝나. 오래 환자 봐야할 거면 돈 그만큼 더 받아. 싼 대신 5분 진료 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수십년전부터 만들어진건데 돈은 그대로 주면서 진료 시간만 늘리라니....


자꾸 돈돈돈 한다고? 난 내 월급 통장에 얼마찍히는 지 연말정산 하면서 아는 사람이야.

관심도 없고 용돈은 한달에 10만원 정도 쓰는거 같고. 옷은 병원 옷 있고 다녀. 근데 나도 자식새끼 있고 거의 혼자 애키우는 와이프 있는데 월급은 제대로 들고 가야지 이혼 안당하지. 안그대로 이혼당한 흉부외과 의사 수두룩한데....




점점 내용이 산으로 가고 하소연이 되는거 같네.

그냥 있다보니 여기가 너무 부러워. 어짜피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레지던트 다시해야하는데 그것도 생각중이야. 레지던트는 박봉이지만 한국에서 교수하는 것보다 아이랑 더 많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여튼 그냥 흉부외과, 그리고 흉부외과가 탑오브탑인 미국에서 일하다보니 정부 정책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라서 하소연 좀 했어.


일할 자리가 없어서 흉부외과가 망해 간다고 하소연하니 지원자를 더 늘려준다네.

신기 하네. 청년 실업 일자리가 없다고 하소연 하면 외국인 노동자 들여올 거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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