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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도 정치다.
게시물ID : sisa_1204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의습작
추천 : 1/2
조회수 : 4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14 15:40:52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나랏녹으로 지금껏 입고 먹고 공부하고 있는터라 한나라당이건 참여/국민정부건 정부에 맞서는게 왠지모르게 꺼려지면서도 젊은 피는 어쩔수 없는지 점점 부조리에 염증을 느낍니다. 이렇게 친구들사이에선 수꼴로, 군인인 아버지께는 빨갱이로, 언젠가는 나같은 존재들도 이해받는 세상이 오리라 믿으며 조용히 살고있는 1인입니다. FTA관련 오유분들의 의견이 궁금하여 몇자 적습니다. (정확한 수치나 사실관계는 저보다 훨씬 잘 알고계신분들이 많을것으로 사료되어 감히 적지 않고 생략하겠습니다. 그냥 알아듣기 쉽게 일반화하여 적어봅니다.) 우선 제가 알기로는 [쇠고기파동],[촛불집회]로 상징되는 07~08년 시절 오유의 분위기는 역시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때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소위 '여론'이 합의문 비준에 더 큰 걸림돌이었으며, 어찌보면 우리국민 스스로가 지금껏 지루하게 진행되어온 재협상 과정을 시작한 셈인지도 모릅니다. 모자란 제 지식으로 비추어보건대 당시의 협상은 한국 관점에서 충분히 잘 된 협상이었습니다. 조중동의 계산에 뻥튀기가 있었더라도,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거대 산업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있었던 우리 입장에서, 그와 같은 큰 시장을 열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농축업 부문을 양보했던건 단순히 숫자로 봤을때 '유리한'조건이었고, 솔직히 저는 체결 당시에도 '미국애들이 미쳤나..우리 차/테레비 엄청 팔릴텐데 어쩔라고??ㅋㅋ'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야당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촛불집회가 한줄기 희망의 빛과도 같지 않았을지 생각됩니다. 안그래도 부시라는 멍청한원숭이가 생각없이 "한국 에프티에이 콜?!흐허헣" 이러고 있는 마당에, 한국이 대국민적으로 단합하여 빠른 비준과 이행을 압박했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골치아팠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때 '미친소'라는 무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광우병에 걸리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는다는 공포심에 호소하여, 영국 수상의 딸이라는 비극적이지만 상징적인 사례를 등에 업고, '정부가 국민을 버렸다'는 분노는 촛불로서 광화문거리를 불태웠습니다. 저같은 사람까지도 '나도 한번 나가봐야 하는거 아닌가..'해서 친구랑 둘이 굳이 약속을 잡아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우리는 미국소를 먹고 있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미국소 한점도 안드셔 보신분 조용히 반대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돈없는 학생입장에서 0.00몇1% 찬스보다 소고기라는 현실이 제게 주는 효용이 더 크기에, 오늘도 몇점 먹었네요. 우매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소)고기를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구요. "진짜 광우병 한번 걸려봐야-"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솔직히 광우병 걸려 죽을만큼 X같은 팔자라면 그냥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그 흔한 위암/폐암/장암 등등의 무서운 다른 질병들은 다 피하고 광우병으로 죽는다면....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당시에 제가 소고기에 대해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이, 천재적인 분석으로 정부를 물먹이려는 이들의 선동의 결과였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어떤 산업의 대미관세가 얼마나 내려가고, 그 대가로 어떤걸 어느정도 건네주고>와 같은, 협상을 평가하는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논의들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숨어있는 광우병 환자가 몇명이고, 치사율이 어떻고, 몇개월 이상은 되고 안되고>와 같은, 분명 중요하지만 부차적인 논의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요. 결국 결론은 "국민적인 재협상 요구"였습니다. 막말로 무관세로 들어와도 안먹으면 그만입니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정말 똑똑한 방법은 재협상 요구가 아닌, 대응방안에 대한 내부적 논의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방법은 많아요. 국민들이 힘을합쳐 수입하시는 사업자분들을 설득하고(미국소 안먹을테니 사오지 말라고), 그러면 수입업자들이 몇개월 이상 소고기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수출업자로부터 물량공급을 안받아 버리는 식의,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대해서 미국이 취할수 있는 조치는 없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금도] 미국소를 거부할수 있겠습니다만, 말씀드린것 처럼 이미 많은 분들이 드시고 계시죠..(미국소고기로 새로 생기고 있는 고기부페 수만 봐도...) 한마디로, 소 안사오고 차를 팔면 되는거 아닌가요? 소는 위생안보상의 문제로, 국민들의 단합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싸고 좋은 한국차 안타겠다고 우길 가능성보다, 우리들이 미국소 안먹겠다고 뭉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겁니다.) 그래서 아시다시피 기적같은 단합이 이루어졌습니다만, 방향이 틀렸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재협상을 요구하여 수많은 재협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 자국에 불리한 에프티에이를 무리하게 할필요 없다는 기조로 돌아섰고, 결국 다시 나온 지금의 합의안은 처음의 그것보다 우리에게 훨ㄹㄹㄹㄹ씬 불리합니다. 미국 의회가 유례없는 초스피드 비준을 해낸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소고기 먹기 싫다고 재협상 해오랬더니 더 병맛으로 협상했네"하고 정부를 욕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상대로,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결과를 만든다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선동은 정치인들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 중 하나입니다. 당적과 정치철학을 떠나서 그렇습니다. 한나라당만 선동/알바/조작하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혹은 그 외 정치인들은 선량하게 진실만을 말한다는 생각은 버려야합니다. 정치인은 어디까지나 정치인이고, 국민은 그들을 그 자체로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직도 소고기파동을 한국 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은 자주적인 역사라고 믿으십니까 아직도 재협상요구가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에게는 불리한 자국 산업에 실드칠 시간을 주고, 우리에게는 불리한 우리 산업을 영리하게 보호할 거국적 동기를 앗아갔는데도요? 미친 소고기는 먹을대로 먹게되고, 테레비는 테레비대로 (상대적으로) 못팔게된 합의안을 놓고, 자 이제 미국도 비준했으니 우리도 얼른 비준하자고 지X하는 한나라당을 보고있자니 정말로 가슴이 아파서 길게 끄적여봤습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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