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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임나일본부, 그리고 학폭
게시물ID : sisa_1226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쿠오로
추천 : 6
조회수 : 81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3/10/17 08:10:04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제국을 격퇴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관할하게 된 영국이 유대인에게 해당 지역에 국가 수립을 약속하면서 야기되었다. 전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영국이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고 뛰어난 과학자를 배출한 유대인들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는데, 문제는 그 지역이 오랜 세월 아랍인들의 삶터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영국은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이 끝나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아랍인들에게 이미 약속한 상황이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오스만제국에 반기를 들었던 아랍인들은 그야말로 영국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국가를 건국하려는 이유는 유대교 경전에 그 지역이 수천 년 전 조상들 땅이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굴곡진 역사적 과정을 통해 나라를 잃고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유대인들은 이주민으로서 차별과 멸시, 박해와 학살의 대상이 되어 (특히 유럽에서) 간난고초를 겪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옛 조상 땅에 유대인 나라를 건설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유대인들의 비원이라 할 만했다.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유대인들의 민족주의 운동을 ‘시온주의’라고 한다. 알다시피 영국은 아랍인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유대인 국가 건설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건국은 팔레스타인에 살던 아랍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조상 대대로 멀쩡하게 살던 곳에서 쫓겨나 졸지에 난민 생활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아랍인의 거주지역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고, 항의하고 저항하는 아랍인들에게는 이스라엘 군경의 가혹한 구타와 무자비한 총격이 자행됐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신들이 당했던 차별과 학대에 대해 분풀이하듯 애꿎은 아랍인을 핍박했다. 이런 일이 칠십여 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다.

일련의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이들은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는 과격한 테러리스트들이 못된 짓을 한다고 여긴다. 이것은 마치 고등학교 3년 내내 심각한 학폭에 시달리던 학생이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의자로 학폭 가해자를 내리찍었는데, 자초지종을 모르는 외부인이 그 장면만 보고서는 학폭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사적 배경을 아는 이들 중에서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민간인을 사살하고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짓을 저지른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게 양비론을 늘어놓는다. 차라리 학폭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국가 사법 체계에 의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가? 세계 경찰이나 되는 듯 행세하는 미국은 가해자 이스라엘의 든든한 뒷배다. 국제사법재판소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미국을 위시한 서방 강대국의 입맛대로 운영된다. 억울함을 호소할 대상도 없고 약소국을 지켜줄 초국가적 사법 조직도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은 그저 언젠가는 도래할 소멸의 순간을 기다려야만 할까(참고로 하마스의 만행이라고 언급되는 사건들 다수가 가짜뉴스로 밝혀지고 있다).

그 어떤 민족이든지 칠십여 년 동안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인종청소에 내몰린다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며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치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잘못했으니 둘 다 자중하라는 식의 양비론적 언사는 사실상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의 불평등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가.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시오니즘은 나에게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떠올리게 한다. 임나일본부설이란 일본 야마토 정권이 서기 4세기부터 6세기까지 한반도 남부지역을 통치했다는 주장인데, 시오니즘의 근거가 유대교 경전이라면 임나일본부의 근거는 ‘일본서기’라는 역사서다. 혼자서 중얼중얼 사리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면야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만약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내세우며 대한민국의 남쪽 영토를 점령하고 우리 국민을 축출하면서 일본인 거주지를 확대해 나가는 행태를 칠십여 년간 지속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노예로 사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그 누가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에게 노예로 사는 평화를 강요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았던 아픈 역사를 겪지 않았는가. 최소한의 인류애적 양심이 존재한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누구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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