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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지록위마(指鹿爲馬)
게시물ID : sisa_12293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ope81
추천 : 8
조회수 : 99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3/12/26 14:38:44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져다 놓고 가리켜 말(마)이라고 부른다.

 

요즘 중학교 교과 과정에 한문이 필수인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한자가 필수 교과과정이었습니다. 한자를 쓰기를 좋아했던 저는 한자 시간에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여러가지 성어에 얽히 고사 이야기를 듣는 것에 큰 흥미를 가졌었습니다. 

 

그런 고사 중에서, 민주주의가 꽃이 피어 우리 손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국민의 손으로 직접 나라의 지도자를 뽑게 된 우리 나라 상황에서 절대로 일어날 것 같이 않아 코웃음 치며 들었던 고사가 바로 지록위마의 고사였습니다. 사슴을 황제 앞에 가져다 놓고 이를 보고 사슴이라 하지 않고 말이라고 하는 사람은 살려 두고, 사슴이라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나중에 처단하던 간신 조고의 이야기인데, 현재에는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이야기라 몇 천년 전 정치가 고도로 발달하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지 않던 시대에나 있던 이야기라고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현대 한국 정치사를 보면 이 지록위마의 사건과도 같은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는 것을 봅니다. 이명박의 BBK투자 회사 설립과 관련해 주어가 없다는 이유로 이명박이 BBK의 소유주가 아니다라는 희대의 명언과 더불어, 이번 바이든 날리면 사건은 고도화된 기록장치로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박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을 상대로 어처구니 없이 지록위마의 행태를 자행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문가를 동원해서, 그렇게 말한 것을 확정할 수 없다는 지독한 법기술적인 논리로부터 시작해서, 언론의 탈을 쓰고 입꾹하는 기자와 신문사들, 방송사들. 어쩌면 그렇게 하나 같이 저러는 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방통위원장 후보로 오른 김홍일. 검찰 출신의 명석한 두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귀에 잘못이 생긴건지 뇌에 잘못이 생긴건지, 대통령의 발언을 바이든 대신 날리면으로 들었다고 합니다. 만약 저런 발언을 윤석열이 아닌 이재명 대표나 다른 야당인사가 했어도 과연 저걸 날리면으로 들었을까요? 정말 진정 묻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끝나게 되는 몇 년만 지나가더라도 모든 사람이 희대의 코미디라고 생각할 이 해프닝이 왜 지금은 그냥 저렇게 어물쩍 넘어가도 되는 겁니까? 그냥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넘어가면 될 사안에, 그렇게 하지 못해 그렇게 명석하고 뛰어난 사람들을 다 바보흉내를 내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안타까운 지록위마가 또 어디 있습니까?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 큰 일기를 끌었던 책이 있습니다. "논리야 놀자" 전후 세대인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배고프고 굶주린 삶은 그들에게 논리적으로 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감정이 아닌, 논리, 그리고 구습이 아닌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치가 우리 세대에게 주어졌고, 전후 세대 이후 가장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제 세대가 받아들이기에 지금 기성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행태와 거짓에 눈감고 입꾹하는 기성언론인, 그리고 이성과 논리보다는 갈라치기에 당해 조롱과 패드립으로 밖에는 대화가 불가능한 일부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오고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사회와는 정말 거리가 먼데, 어쩌다가 이 땅에 이런 자들이 득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정말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투표도 잘해야겠지만, 선거는 기술자들이 충분히 장난을 치면 말도 안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역사적으로 봐왔기 때문에, 투표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될 것 같지 않고요. 

 

인구가 절벽으로 향해가는 요즘 다둥이 아빠로서 우리 자녀 세대들이 너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세대를 우리 자녀들이 물려받으면 과연 그들이 행복할까 하는 그런 걱정말입니다. 그래서 더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짧은 영상과 밈들에 열광하기 보다는 책을 읽고 생각의 힘을 키워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상은 자꾸 생각없이 재밌고 자극적이고 때로는 조롱하는 일에 낄낄거리며 웃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더욱 씁쓸하네요. 

 

이번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진보진영에서는 제발 자기 밥그릇 지키기, 승리에 도취하기 보단, 미래세대를 위해 먹거리만이 아닌 올바로 사고하는 미래세대를 기르기 위한 정책에 힘을 더 써줬으면 좋겠네요. 

 

P.S 전 제 주변에 아직까지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면 의절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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