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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본 FTA (노통이 시작한 FTA, MB가 마무리?)
게시물ID : sisa_1270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말씀더
추천 : 5
조회수 : 4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28 15:40:59
저는 서울시민으로서 이번에 기호10번을 찍은 40대입니다. 40대의 대다수가 10번을 선택했으니 
자랑도 아닙니다만, 아주 오랜만에 제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어 기분은 좋습니다.^^
참고로 지난 6.2지방선거 때에도 제가 찍지 않은 5세훈 후보가 당선 되었고, 
2007년 대선 때에도 제가 찍지 않은 후보(현직 대통령)이 당선됨.

그러나 그렇다고 저는 노빠도 아니고 민주당 지지자도 아닙니다. 
먹고 사느라 바쁘고 몸이 귀찮아서 누구처럼 봉하 마을에 애들과 참배하러 간 적도 없습니다. 
다만 내가 뽑고, 내가 욕했던 노전대통령이 당한 정치보복에 대해선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촛불 집회에 나가진 않았지만, 유모차 부대에 대해 탄압을 하는 정권을 보며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으며,  
등록금 반값 공약에 대해 '심리적인 반값'이 공약이었다는 말바꿈을 보며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난리가 난 서울의 한강 걸레상스 사업과 애들 밥먹이는데 반대하는 이상한 투표를 보며, 
40대를 살아가는 친구들과 술안주 삼아 한심해했던.... 그런 평범한 무당파 소시민입니다.^^ 

아마 40대의 꽤 많은 서울시민들이 저와 같은 '무당파'로서 투표를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경제를 살려달라며 몇 년전 MB를 대거 찍은 무당파들은, 이제 계속되는 양극화로 인해 
숫자상의 경제 지표를 올리는게 아니라 실질적인 내 주머니부터 살려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당파로서 FTA를 바라보는 생각을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것은 정권의 문제, 좌/우의 문제, 보수/진보를 떠나서 봐야한다는 겁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 짓겠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반대파를 자극하는 것에 우리가 절대 광분하며 속아서는 안되는 부분입니다.

이 카피는 마치 노대통령과 이대통령이 결국은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건데 왜 이렇게 반대하느냐? 라는
FTA 반대 세력을 향한 다그침 같아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의도로 제작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노빠까지는 아니지만 노대통령에 대한 적으나마 그리움을 지닌 저같은 소시민은 이 문구에 
심히 황당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전 이 광고에 대한 반론을 위해, 노대통령은 그래도 국익을 위해 FTA를 체결하려 했고, 
한나라당은 국익을 팔아넘긴 매국노다...라는 식의 논리를 믿고 싶어집디다.
즉, 한미 FTA의 독소조항 등은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을 하면서 새로 만들어졌다.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라는 주장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하지만 냉정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사실과는 다르거든요...

첫째, FTA를 통해 국익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국익이란 것을 무엇으로 보느냐의 패러다임이 서로 확실히 다른 것만은 사실입니다. 
한나라당이 보는 국익과 보편적인 국익, 대기업이 본 국익, 각 경제 분야에서 바라보는 국익 등은 분명히 
다를 수 있고, FTA로 이익이 되는 분야와 서로 다른 이해 집단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FTA를 통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분야에 대한 대책과 '독소조항'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논리로 가야 합니다.
호주 등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의 FTA에서 절대 넣지 않은 독소 조항들이 우린 많습니다. 
(FTA 독소조항 관련 게시물은 여기를 참조...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bestofbest&no=58330&page=1&keyfield=subject&keyword=독소조항&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58330&member_kind=)


둘째, 독소조항을 어느 정권이 넣었느냐 이겁니다. 
여기서부터 우리가 진짜 열받으면 안되고 냉정해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재협상을 통해 이번에 독소조항이 들어갔다는 주장... 저도 막연히 그런거라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이 정권은 제게 그간 신뢰를 계속 잃어왔고, 또 민주당이 결사반대하고 있는 이유도 
재협상에서 독소조항이 들어갔기에 그런거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독소조항은 참여정부에서 최초 기안한 협정에도 들어있었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조차 당시 한미 FTA 체결에 대해 엄청난 찬반이 엇갈렸습니다. 
저도 아니길 바랬지만 사실은 최초부터 있었던 거였습니다. 당시를 회고한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그 당시도 투자자국가제소같은 그런 엄청난 독소조항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우리 통상관료들이 제대로 협상못하고
 독소조항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지고, 투자자 국가제소 조항은 한국에서 낸 
 초안에도 버젓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는겁니다." (2011.8.8 YTN 인터뷰)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참여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했고 거기에 각료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속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며 
한미FTA 독소조항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2010.11.4 오마이뉴스)

즉, 그때는 장관 이하 통상관료들도 그 파급효과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는 당시 [좌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후 여러 정책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받고,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적 인기도 급락하게 되지요...

결론적으로 저와 같은 무당파에게 FTA 찬성이냐 반대냐는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며, 
참여정부/현정부의 싸움도 아닙니다.
FTA는 장하준 교수가 말하는'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만든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속에서, 
그들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수출 중심의 우리 한국에게 매우 쉽지 않는 선택이요, 이슈인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여기를 참조...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bestofbest&no=58398&page=1&keyfield=subject&keyword=FTA&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58398&member_kind=)

따라서 두 정권은 FTA를 통한 '국익'에 대한 패러다임이 달랐음에도 이를 추진했고,
두 정권 다 '독소조항'의 문제를 알면서도 그 파급효과에 대한 부분을 애써 축소해서 생각했던 겁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러한 면에서는 노통이 시작한 FTA, MB가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웃깁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그간 계승하기는 커녕 다 반대해놓고 말입니다.

참여정부, 행정수도 이전 추진 - 한나라당, 특별법 제정 결사 반대
참여정부, 동남권 신공한 건설 추진 - 한나라당/MB, 경제성 날림 검토, 결국 반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관련 종부세 신설 - 한나라당/MB, 폐지.. 부자감세로 정책기조 변환
참여정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 시도 - 한나라당, 반대
참여정부, 각종 시민단체 예산 지원 - MB정부, 촛불집회 참여 단체 예산 삭감 

이래놓고 많은 불평등, 독소조항이 존재하고 있는 한미 FTA만은 수정 없이 참여정부를 계승해서 추진하겠답니다.
그간의 다른 정책들은 다 반대해 놓고 제일 비난받았던 이것만 말입니다...

무당파인 제가 볼 땐 두 정권 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별 이슈화가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오늘 저를 우울하게 만드네요.
국회에서 결국 강행처리된 이후에 또 많은 국민들이 걱정/후회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건 투표로도 뜻을 모을 수 없으니 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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