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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의 한계
게시물ID : sisa_207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연.
추천 : 0
조회수 : 75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06/10 11:32:49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humorbest&no=483216&page=3&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83216&member_kind=

이거 보다가 예전에 들었던 강의가 생각나서.
일단 휴머니즘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광대하니 모든 인간은 권리가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로만 한정짓고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휴머니즘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인간 자체를 존중하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 자체를 존중하긴 했으나 사람들의 인간에 대한 인식자체가 문제였죠.

아주 단적인 예를 들어서, 르네상스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고,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함을 사람들의 대다수는 흑인노예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하고, 인디언들과 접촉을 할때는 '저들이 인간인가'에 대한 토론이 진지하게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놀랍게도 '외모는 유사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였습니다.
비인간적인 노예사냥과 학살, 그리고 노예와 식민지인들에 대한 가혹한 처우는 단순히 그 시대의 사람들이 야만적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두가 인간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겉으로는요.

모두가 인간이라면 같은 수준의 인권을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간 사이에도 '우열'이 존재한다는 인식 때문이었죠. 바로 그 인식이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기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상적 믿음이 인간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유색인종에 대한 연구, 그리고 여성에 대한 연구는 언제나 같은 지점을 가리켰습니다. 그들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감성적이며, 충동적인 '열등인종'이라는 것이죠. 이런 인식은 긴 세월동안 학계의 주류였습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했고, 과학의 이름을 빌어 이것을 증명하려했죠. 그리고 그 시대에는 그 증명들이 과학적으로 옳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했던 현실이 변화한 것은 단순히 시대의 변화라기보다는 히틀러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1차원적으로 말해서, 같은 백인이 그 열등인종으로 분류되고 학살되는걸 지켜보고 나서야 인류의 등급에 대한 담론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걸 인식한거죠.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여전히 그러한 경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학계의 주류에서는 쫓겨났으나 소수는 그러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대중의 인식에는 아직도 열등인류 또는 비인간을 구분하는 경향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종류의 연구가 '과학'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서 객관성이라는 것을 방패삼아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들의 연구는 객관성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때 여성이 열등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던 시대와 같이, 이미 존재하는 편견이 연구의 방향을 결정짓고 결과의 해석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휴머니즘 또는 우리의 인식의 한계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휴머니즘은 그 속에 인간의 영역을 설정해놓습니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지만, 모두가 같은 인간인 것은 아닌거죠.





ps.
제가 예전에 들었던 강의에서는 마지막에 매우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사할뿐 인간이 아니다'라고 했던 시대가 있었음에 착안해서, 아예 휴머니즘이라는 개념 자체에 도전하는 질문을 던졌죠.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이 인간을 가축처럼 부리고 학살하면서 "너희도 동물들에게 똑같이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한다면 어찌 대답할 것인가.'

타당한 답이 나올 수 있을리가 없는 질문이긴 합니다만, 의미심장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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