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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풍요는 어디에서 왔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잊는가.
게시물ID : sisa_2181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연.
추천 : 1
조회수 : 3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8/05 23:03:02

시게 분위기가 엉망진창이라 진지한 글을 하나 올리고 싶은데, 새로 쓰자니 피곤하고 해서... 옛날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어투가 좀 시게엔 안맞을수도 있긴한데, 그렇다고 내용이 이상한 글은 아니니 조금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콘스탄트 가드너'라는 멋진 영화를 보다 보면, '봉사단체란 놈들은 다국적기업과 손잡고 아프리카에 대한 착취를 지속시키는 새끼들일 뿐이야!'라는 말이 나온다.(실제 대사완 약간 다르지만 뜻은 같으니 패스.)

 

일단 제 3세계에 대한 착취의 예시를 들자면,

 

 

『 에티오피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입니다.

이 나라의 매출액의 4분의 3은 바로 커피를 통한 것인데요. 이는 스타벅스를 통한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농장 노동자는 1500만명. 이들 하루 평균 임금은 1달러도 채 안되는데요,

영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커피-검은황금(블랙골드)"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의 원두 값은 90원도 채 안된다고 합니다.

 

이 나라 국민들이 바보같이 스타벅스의 휘하에 일만하는 것은 또 아닙니다. 자필로 쓴 커피 제품명, 시다모(Sidamo), 하라(Harar), 이르가세페(Yirgacheffe) 를 특허청에 등록했는데 이는 바로 25%의 수익 분배율을 사수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p.27 [식량전쟁]) 그런데 이 또한 스타벅스가 반대했죠. 』

 

 

스타벅스 커피는 유명한 얘기고, 이러고 노는 애들이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란 것도 뻔한 일.

저런식으로 나라의 경제가 통째로 어떤 한가지 산업에 의존하게 되면, 그 상황을 바꾸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인권단체가 '아동을 착취하는 나이키 공장'을 졸라 까서, 나이키가 공장을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그래서 그 지역은 실업대란. 이런 식으로 어떤 지역의 경제를 다국적기업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컨트롤 당하는 나라는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게 소위 말하는 경제식민지.

대항해시대 당시 유럽애들이 아프리카-신대륙에 하던 것과 똑같이, 식민지를 착취해서 본국을 돈더미에 올리는 행위. , 우리의 풍요는 식민지의 가난에서 기원한다. 물론 착취를 실제로 행하는 건 다국적기업이지만 그 착취의 열매를 우리가 선진국(경제적으로) 사람이라는 이유로 누리고 있는 것이 현실.

  

그래서 이거랑 봉사단체는 무슨 상관인가 하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어. 우리의 풍요가 어디서 왔든, 스타벅스 한잔을 위해 에티오피아에서 사람들이 1달러도 안되는 돈에 땀을 질질 흘리든 어쩌든, 그건 스타벅스가 한 일이니까. 좀더 많은 이윤을 위해 숲을 밀어버리고 강을 오염시켜가면서 돈을 벌고, 그 결과로 숲을 잃은 약초상과 강을 잃은 어부가 기존의 삶을 포기하고 공장노동자가 되는 12조의 돈벌기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에게 책임은 없지. 우리가 한 일이 아니거든.

 

하지만 간접적인 책임은 존재하고 그것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야. 그러다보면 모여서 단체를 만들고, 3세계 사람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지. 그래서 행동에 나서다보면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러면 그것은 다국적기업들에게 위협이 돼. (경제적)식민지 애들이 까부는 건 우습지만, 소비자님들이 덤비면 무섭거든. 그러면 그건 '변혁'으로 이어지지. 구조가 바뀌는거야. 조금이라도 식민지의 사람들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근데 그건 돈이 안되거든. 그래서 그게 싫은 사람들이 많거든.

 

바로 여기에 봉사단체가 등장하는거야.

3세계에 가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찾아서, 먹을걸 주고 진료를 하고 약을 줘. 그럼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지. 살았지. 만세.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본국에 보내. 그럼 후원자들이 사진을 보고 행복해하겠지.

'나는 뭔가 했다.' '그들이게 도움이 됐다.' '내 풍요를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만족하겠지.

 

근데, 가난하고 병든 사람은 사진에 찍힌 사람의 수십, 수백, 수천배는 더 있어.

그들이 왜 가난할까? 나라가 워낙에 후진적이어서? 인간들이 게을러서? 아니. 경제구조가 이미 그렇게 잡혀있기 때문이야.

그들이 왜 약을 못먹을까? 가난해서? 그건 맞아. 하지만 하나가 더 있어. 제약회사들이 그들의 물가에 맞지 않는 가격에 약을 팔기 때문에. 물론 장사는 장사지만, 가격을 수십, 수백배로 뻥튀기하고 그 가격 그대로 제3세계의 빈민들에게도 강요하면... 걍 죽으라는 거지 뭐. (에이즈 약과 그 복사약에 대한 유명한 얘기들)

 

결국 봉사단체의 활동은 식민지에 동정을 베풀고, 그 동정을 통해 본국의 간접적 착취자들이 책임감을 잊게 만드는 역할을 해. 봉사단체들이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러니까.

간접적 착취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 언젠가는 변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편승해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직접적 착취자들이 수단을 바꾸게 강요할 날이 올거야.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아. 간접적 착취자들은 봉사단체에 돈을 약간 내고, 그들이 찍어다준 사진을 보며 웃은 다음, 책임감을 떨쳐버리거든. 남은 건? 꼬맹이들 일하는 사진을 볼때나 조금 화내고 말겠지. 그 애들 부모가 제대로된 임금을 받는다면 애들이 일할 필요도 없어지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

 

너무나도 마법같지.

그들이 본래 가져야 할 것들을 다 착취해가고,

그들에게 빼앗은 것으로 놀라운 풍요를 누리면서,

피착취자들 중 한줌 밖에 되지 않는 이들에게 동정을 베푸는 것으로 그들을 잊을 수 있다니.

 

물론 이건 서양인들 얘기야. 기본적으론 그래. 국내 자료를 따로 찾아본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게 우리 얘기가 아닐까? 이정도의 경제 규모가 정말 한강의 기적만으로 간단히 이루어지고 유지되는 걸까? 설마.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을 착취하고 있는데.




이 글을 썼던게 아마도 고딩때. 대충 5~7년은 된 글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은 저런 미묘한 표현으로 간을 볼 필요도 없이, 명백한 착취국가의 반열에 들어있죠. '경제강국'은 듣기엔 좋지만, 그것은 언제나 제3세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하층민(중산층이상, 그러니까 평균보다 명백히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의 자리에 위치해있는 내국인또한 착취당하긴 입장이긴 합니다만, 그런 이들 또한 제3세계의 희생을 바탕으로한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거죠.


아주 단적인 예시를 들어서, 당신이 차는 축구공은 아동노동의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마시는 커피의 원가는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싼 가격일거고요. 또한 당신이 먹는 고기가 아마존 열대우림을 벌목해서 방목지를 늘린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일상속에서 동남아의 땀을 입고, 아프리카의 피를 마시고, 아마존의 눈물을 씹고 있을 수도 있다는거죠.

정확한 사례야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당신이 이 착취의 결실들을 모두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시장경제를 떠나서, 지리산 산속에서 스스로 농사를 하고 스스로 옷을 짓고 모든걸 스스로 해결하지 않는한은.


물론 이것을 받아들인다는건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당신또한 착취당하는 입장에 불과하고, 당신에게 주어진 결코 쉽지않은 삶이 있고, 또한 자신의 문제와 이 사회내의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을테니까요.

그래도 인식은 필요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공론화가 되었을때, 성찰과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를 지지하는 한마디라도 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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