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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난게 저예요. 엄마, 전 비겁한 경찰인가요?
게시물ID : sisa_226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크숟가락
추천 : 1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9/17 11:50:24



지난 15일 전동차 흉기난동 현장에 있었던 안양 모 경찰서 소속 이모(25) 순경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사건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의 편지는 경찰청 온라인 소통계 공식 트위터(@polonsori)를 통해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맞아요. 엄마, 뉴스에 난 게 저예요"라고 시작되는 편지에서 이 순경은 "사실 겁도 났어요. 술에 취한 녀석의 눈동자가 풀려 있었어요. 무언가 계속 혼자 말을 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기에 계속 따라가면서 지켜봤지만, 녀석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는 없었어요"라고 떠올렸다.


이때 퇴근을 위해 사복차림으로 이 전동차를 타고 있던 이 순경은 몰래 112에 신고한 후 이씨를 뒤쫓았으며, 자신의 신고를 받고 화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 올라탄 경찰과 함께 반항하는 이씨를 제압해 검거했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006447621&code=41121111&cp=nv1&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


" 맞아요. 엄마. 뉴스에 난 게 저예요."

 

사실 겁도 났어요. 술에 취한 녀석의 눈동자가 풀려 있었어요. 무언가 계속 혼자 말을 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기에 계속 따라가면서 지켜봤지만, 녀석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는 없었어요.

 

걱정 마세요. 이제 다 끝났어요. 전 괜찮아요. 다친 데 없어요. 그보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에요. 녀석과 마주친 순간부터 계속 기회를 엿보았지만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여서 자칫 잘못하다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이 경찰관들이 출동을 빨리 해줬고, 합심해서 같이 체포할 수 있었어요. 엄마가 걱정할 만큼 아찔한 순간이긴 했어요.

 

저는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늘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경찰관은 할 수 없어요. 그게 숙명인 걸요. 야간 근무 할 때 마다 엄마 잠 못 이루고 뒤척이시는 걸 알아요. 그러지 마세요. 제발, 저 이제 벌써 삼년도 지났어요. 투신이라고 하잖아요. 투신. 많이 익숙해졌고 지금 와서 후회하지도 않아요.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겠다 혼자 쉴 때도 늘 상상을 하곤 해요. 그렇게 상상을 하는 것도 훌륭한 연습이 된다고 선배들이 그러세요. 마치 스포츠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듯 말이죠. 경찰은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어떤 상황에 직면할 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쉬는 날도 뒷주머니에 늘 수갑을 차고 다녀요. 친구들은 '직업병이다' 그러지만 전 저에게 주어진 운명을 회피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지만 모두들 외면하고 있었어요. 녀석의 진로를 막아서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저는 녀석이 다른 곳을 보는 사이 112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정확하게 차량번호와 통과지점을 알고 있었다는 거죠. 비명소리를 듣고 줄곧 기회를 보고 있었거든요. 경찰관이 한 명이라도 출동하는 순간 저는 녀석을 덮칠 준비를 하고 있었죠.

 

사실 흉기를 소지한 녀석이 지하철에 탑승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긴 하죠. 그러나 그것도 경찰이 다 예방하기는 어려워요. 불심검문이라는 게 있지만, 누구를 범죄자로 의심하는 순간 경찰관은 그 사람에게 범죄의 혐의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해요. 자신의 신분증도 제시해야 하고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죠. 자칫 말실수를 하는 날이면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민원을 받기도 해요. 그래도 친절하게 끝까지 설명하기 위해 최근엔 불심검문 교육도 받았어요.

 

경찰이 신경 써야 할 곳이 지하철 뿐 인가요? 언제 어디서 범죄가 발생할지 모르는 판에 예방이란 게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안전한 나라라는데 자부심을 가져요. 지금 제가 근무하는 파출소에 하룻밤 당직 인원이 열두 명이예요. 관할 인구가 삼만 명인데 할 수 없어요. 그나마 누구 한둘이 휴가를 가거나 교육을 가는 날엔 순찰차 두 대 돌리기도 빠듯한 상황이죠. 신고는 밤새 폭주하고 새벽 네 시쯤 되어 어슴프레 동이 터올 때면 온 몸에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그래도 전 그나마 괜찮아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 중 세 명 빼고 모두 4-50대거든요. 특히 오십이 넘어가신 선배님들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세요. 당직 다음 날에는 거의 시체처럼 하루 종일 누워 있기도 한다네요. 선배님들 살아오신 걸 들을 때면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목이 먹먹해 질 때가 있어요. 몇몇 분들은 배부른 소리한다고 말씀들도 하세요. 경찰 하고 싶어 노량진 학원가에 수 천 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하죠. 저 역시 몇 년 전만해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요. 물론 그 때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직장은 아닌 거 같아요. 그러나 제가 좀 피곤하고 조금 더 위험하더라도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다면 그건 보람 있는 일이잖아요. 엄마가 말씀하신 가치 있는 삶이잖아요.

 

엄마, 늘 내 걱정만 하는 엄마, 이제 그만 걱정하세요. 뉴스에는 났지만 뭐 그렇게 제가 비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설령 비난 좀 받더라도 제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경찰관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고 선배들이 그러셨어요. 욕을 먹고 안 먹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그 얘긴 그만 하세요.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앞으로 그런 상황이 또 닥친다면 저는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저는 경찰이니까요.


http://m.wikitree.co.kr/mobile_view.php?ar_id=85041&topmenu=headline



언론이 충분한 정보전달자 역활을 못하는 시대 ...


시민은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까?



아는만큼 보이는걸까? 보고싶은 것만 보는걸까?


아는만큼 보는 사람도 있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사람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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