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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소설 변희재 2부 <변희재 다크나이트>
게시물ID : sisa_2424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질투는나의힘
추천 : 6
조회수 : 86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10/31 05:03:18



※본 소설은 100% 픽션이며 실제 인물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2004년의 어느 날

 

희재가 실종 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고 행적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어느날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걱정이 된 진중권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현상금 300만원을 걸고

실종자 찾는 전단을 붙였지만 희재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한달 뒤 희재가 직접 중권을 찾아 왔다.

평소 제법 덩치가 있었던 그 였지만 그 동안 어디에서 무슨일을 했는지

상당히 야위어 있었고 기운도 없어 보였다.

 

“희재야! 그 동안 어디에 있었어? 가족들도 연락이 안되고 내가 얼마나 걱정을......”

 

“형.....저 이대로는 안되겠어요

이대로는 세상을 바꿀수도 없고 형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없어요”

 

“그게...무슨 소리냐 희재야....”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세상이 달라 질까요?

썩어버린 근본을 잘라버리지 않는 이상 우리의 대화로 저들을 설득 시킬 수는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희재야 그렇지만....”

 

“저는 전향 하겠습니다. 위장전향 해서 저 썩은 무리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그들의 입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그들을 대표하는 논객이 된다면......

 

“그땐 중권이 형의 혀로 제 목을 쳐 주세요

제 목을 몇 번이고 날려서 그들의 입지를 좁혀 주세요

그렇게 하는게 그들을 붕괴 시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리고.....만약.....”

 

“만약?”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들을 대표하는 입이 되지 못한다면....”


“그땐 제가 병신이 되겠습니다. 광대가 되어 여기 저기 우스꽝스러운 언변으로

또 궤변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테니 중권이 형은 그런 저를 밟고서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십시오”


“죄송합니다. 중권이 형님 앞으로 개인적으로는 연락 드릴일 없을테니 큰절 올리고 물러 나겠습니다.”

 

처음으로 형이 아닌 형님 이라고 부르는 희재의 말에 순간 중권의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형과 형님 그 한글자 차이에 이미 뒤돌아 멀리 가고 있는듯한 희재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중권은 큰절을 올리는 희재를 당장이라도 일으켜 붙잡고 설득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확고한 희재의 모습에 마음으로 눈물을 삼키며 그를 놓아 주어야 했다.

 

전향을 한 후 희재는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그동안 글을 실어주던 잡지에서는 더 이상 그의 글을 받아주지 않았으며

간간히 나가던 토론에도 나갈 수 없게 되었고 

교류를 나누던 많은 진보 인사들과도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의를 품은 희재에겐 아무 상관도 없었다.

다만 그에게 있어 유일한 슬픔이란 진중권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

그와 함께 열정적으로 토론을 나누며 밤을 지새우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전향을 한 후 희재는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친노에서 반노로 돌아서 맹렬하게 노무현을 비판하고

안티조선 운동을 지지하던 그가 우익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하였다.

처음에 의심을 하던 보수측 사람들도 점차 그의 열성적인 모습에 감탄하여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어머 희재씨 안녕하세요 토론 하러 나오셨나봐요?”

전여옥 이었다.

 

“아...네 안녕하세요 의원님도 혹시 토론을?”


“원래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몇시간 전에 당에서 갑자기 지시하는 바람에”

 

“아 그렇군요....”

 

“요즘 기사에서 자주 보이시데요 예전엔 친노......성향이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그럼 지금은 노무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무현 개X끼 할 수 있어요?”

 

“네 물론이죠 노무현 개X끼”

 

“음......전향한게 맞군......”

 

“아 참 그리고 오늘 상대방으로 진중권 나온다고 하니 그 새X 발라버리자구요

그 새X 정말 내가 시X 개XX 확 입을 XXX

 

순간 희재는 당장 들고 있던 볼펜으로 여옥의 눈을 쑤셔 애꾸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떨리는 손을 꽉 쥐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희재가 잠시 말이 없자 여옥이 그의 표정을 보더니 물었다


“Why so seri......음 아니...... 왜 그렇게 심각해요?”

 

“아...아닙니다. 좀 긴장이 되서”

 

“그럼 먼저 갈께요 있다 뵈요 호호”

 

희재는 전여옥의 뒷모습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나지막 하게 중얼 거렸다.

“다른 사람은 욕해도 되......

그러나 진중권은 욕하지 마라 감히 너 따위가 욕 할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날 토론은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전여옥은 어버버 거리다가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다가 찌그러 졌고

희재는 모든 역량을 다해 공격 했지만

진중권의 절반의 절반도 받아치지 못했다.

 

원래 희재의 계획은 그게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토론에서 계속 승리하여 보수층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비록 진심으로 존경하는 진중권이었지만 토론에 있어서 만은 모든 힘을 다해 공격할 생각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희재는 혼자 술을 마셨다.

토론 녹화분을 보면서 화면에 대고 반박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멋진 제스쳐로 "아닙니다 제가 증거를 보여 드리죠" 하면서

빈 종이를 공중에 흔들기도 하고 박수도 치고 웃고 환호성도 지르며

“이겼다! 내가 이겼다. 내가 토론에서 진중권을 이겼다!” 하고 외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공허한 자괴감 뿐이었다.

 

이 년만에 처음으로 중권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중권이 말했다.

 

“희재냐! 희재야!? 전화해 줘서 고맙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니?

오늘 토론은 괜찮은 편이었어 니가 만약에 내가 제시한 통계의 신뢰도 부분을 지적했더라면 나도 힘들었을꺼야”

 

“아니요....저도 그건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걸 지적 했어도 형이 쉽게 반박 했을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휴우......희재야 힘들지는 않니?........”


“형....저는 여기까진가 봐요.....”


“그게 무슨 소리야?....넌 잘하고 있어”


“아니요....이제야 제 한계를 알 것 같아요....형 제가 말 했었죠?”

 

“그들을 대표할 수 없다면 차라리 병신이 되겠노라고....”


“형....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 가세요”

 

“희재야!!! 희재야!!!”


중권은 다시 통화를 눌러 보았지만 길고 긴 통화음 만이 그와 희재의 마음의 거리를 알려 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이후 희재는 본인의 의도대로 진중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심하게 발렸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조롱과 손가락질을 받게 되었다.

비록 그의 의도는 알고 있지만 마냥 바라보고 있자니 그의 처지가 안타까워

중권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하였다.

 

“니가 전향하지 않고 그대로 남았더라면.....조금만 버텼다면....제갈량은 되지 못했더라도

육손이나 서서 대접은 받았을터인데......아니 최소한 지금처럼 십상시나 허유 취급은 받지 않았을 텐데....

그때 왜 내가 널 말리지 않았을까?”

 

중권은 담배연기를 뿜어 [듣보] 라는 글자를 만들어 본 후

이내 흩어 버렸다.

  

2007년 디-워 라는 영화가 개봉하였다.

관객들은 많이 들어왔지만 많은 평론가들의 평은 좋지 않았고

평론가와 네티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그 평론가들 중에는 진중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희재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며 몇 년만에 호탕하게 웃었다.

“중권이형!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형은 이제 보다 높은 곳으로 가십시오!”

 

희재는 큰 계획의 준비를 하기 위해 재산을 털어 알바들을 수십명 고용한 뒤에

평론가들의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테러하고 디씨와 각종 커뮤니티를 디 워 찬양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디워 팬들과 어중이 떠중이 까지 합세하여 제법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제 언론에서도 떡밥을 물고 판이 커졌고 희재는 자신의 인터넷 신문에도 디워를 찬양하고 

진중권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디 워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 디-워는 이미 한편의 영화가 아니라 디-워 현상이라고 불릴만큼 많은 사회적 논쟁들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희재는 생각했다.

“이제 승부를 벌일 때가 왔다.”

 

그리고

디-워 백분토론......

 

영화 한편이 잘 만들어졌냐 아니냐를 두고 설전을 벌인

한국 공중파 역사상 전무 후무할 토론일지도 모른다.

 

희재는 영화 관계자가 나가는게 모양새가 좋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토론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그동안 디-워 관련 글을 쓰며 얻은 입지를 이용해 토론자들을 추천하며

의도적으로 발리기 쉬운 호구들을 골라서 추천하였다.

운 좋게도 추천한 사람들이 토론에 나오게 되었고 게다가 희재가 군데군데 심어 놓은

시민 토론객들의 뻘짓으로 진중권은 쉽게 상대방을 바를 수 있었다.

 

각종 포탈에는 진중권의 이름이 도배되기 시작하였고 그가 방송에서 말한 deus ex machina 라는 말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그 동안 티비 토론과 언론 매체를 통해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었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뒤이어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네티즌과의 디-워 끝장토론 

희재를 비롯한 평론가들의 반박,네티즌들의 반박 자료를 종합해서 들고온 네티즌 패널들


그 동안 인터넷에 모인 자료들로 봐서 진중권의 필패를 예측하거나

최소한 진중권의 입장 번복 내지는 일부 사과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1:4로 동시에 치뤄진 토론에서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처럼 아름따다 가져온 네티즌들의 반박을

진중권은 거의 합법적 강간에 가까울 정도로 사뿐히 즈려밟고 가며 처절할 정도로 발라버렸고


토론에 참여했던 네티즌들은 온갖 조롱과 비난을 받으며 버로우 했으며

진중권은 일반 대중들 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까지 알 정도의 대중적인 인지를 얻었고

희재는 그 날 이후로 [듣보]라는 공식 타이틀을 얻었다. 


위장전향으로부터 3년

진중권을 만나기 위해 노력 했던 것의 몇 배의 노력

변절자,배신자,기회주의자등 자신에게 쏟아지던 수많은 비난들

자신이 존경하고 친애하고 아끼던 사람들과의 절교

진보와 보수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이방인의 비애

방송과 기고가 거절 당하며 생활고에 시달린 나날들

그리고......

진중권에 대한 그리움을 참아내는 길고 고독한 싸움의 시간들


진중권의 이름이 여기저기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희재는 드디어 자신의 시련이 꽃을 피웠다는 것에 환호성을 질렀고

한편으로는 그간의 고통과 서러운 날들이 떠올라 펑펑 울었다.


그동안 힘이 들어도,고독해도,외로워도,비난을 받아도 눈물 한방울 흘린적 없던 희재는

그 날 89년 중권을 처음 보았을 때와 99년 진중권을 다시 만났을 때 흘린 눈물을 합친 것 보다 

배나 많은 눈물을 흘렸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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