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루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당신이 말한 민주주의요. 허나 당신은 돌아선지 오래. 돌아올수 없는 신천지로 당신은 갔으니 아아 당신의 타는 목마름은 잠자는 공주의 입맞춤이었소? 그대는 나의 스승 나의 갈증이었지만 이제는 그대가 씌워준 유리조각을 귀에서 떼어내겠소. 나는 나의 갈증을 저 멀리 보이는 곳에서 홀로 되내이겠소.
이제는 숨죽이지 않고 그 이름도 당당히 쓰겠소.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