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두번에 걸쳐서 녹화했습니다.

첫번째는 인터뷰였고, 두번째는 일베사람과 만나는 내용이였습니다.

첫번째 인터뷰에서는 일베의 사회적 영향력과 생성과정을 말씀 드렸습니다.

오유를 공격했던 과정과, 대화하려고 노력했던 그 시간의 이야기를 쭉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의견을 방치하고 있는 운영자는, 그 침묵 자체가 일베 유저의 논조와 성향에 대체로 동의하는 것이란 지적도 했고요.

취재하는 기자님은 취재하면서 발견한 서사를 방송에 풀고싶어 하셨던것 같습니다.

일베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다른 커뮤니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꽤 괜찮은 방송이 될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베사람과 한번 1:1로 대화해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일단 일베에서 화자로 나서신 분이나 저나 이 자리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술자리를 함께하며 가볍게 하는것으로 알고 왔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발견한 사건들의 의견차를 확인하고, 함께 대화로 풀 수 있는 부분과 함께 공통되는 의견은 없는가... 를 이야기할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즉, 이 대화를 시작할때에는 이미 어느정도 취재진이 가지고 있는 결론이 나와있을것이라 저희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도착해보니 스튜디오였습니다.

검은 천에 의자 두개를 조명으로 쏘고 저희 둘이 대화하게 하더군요.

주제는 한가지였습니다, '일베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였죠. 아무런 대본도, 아무런 정리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만나는 분과 토론을 해야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였습니다.

저는 일베의 시스템. 그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일베분도 오늘의 유머의 시스템을 지적하게 되었습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희는 운영자이거나 일베와 오늘의 유머의 대표도 아니기 때문에 병림픽이 시작되었지요.

여기에 일베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홍어'를 지적하려다 보니 이것은 지역비하적 의미가 당연히 담겨질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저와 일베유저분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이건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

아무튼 이 난잡한 토론이 끝난 직후 저와 일베유저분은 긴시간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놀랍게도, 상당히 통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차이점은, 사용하는 용어와 그 말에 심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구나... 정도의 차이였습니다.

범죄의 범위까지의 행위는 용인할 수 없어 하셨고. 그분들의 사용하는 언어속의 기성세대와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분노'또한 직접 만나보니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분노 자체는 저또한 공감이 가는 부분들 이였습니다.

이런 공감의 대화를 듣던 기자분은, 이 대화가 아깝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마 기획하시던 그림은, 일베와 오유의 유저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그림을 담고싶어하셨던것 같습니다. 그럼 진작 말슴해주시지...

함께 돌아가는 자리에서 더욱 의기투합하여 저희는 꽤 친해졌습니다.

다시 녹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저희 둘다 기자님과 통화를 하였습니다만...

어제까지 연락을 주신다고 하면서. 다시금 연락은 있지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글을 씁니다.

솔직히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저희가 뱉은 말에는 책임을 지게 될겁니다.

그래도 오늘의 유머 분들이나, 일베 유저분들에게 자그마한 사죄의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1:1 토론회의 내용은 지극히 저희들의 개인의 의견이며. 그 사이트를 대표하는 대표자도 아니였습니다.

그저 저희들의 부족한 생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로인한 리스크는 누가 뭐래도 저희들이 짊어질 테니까요. 그냥 이 상황만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싶어 글을 썼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