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대북 메시지…정부내 엇박자

대화제의 놓고 논란…소통·조율 부족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정부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대화의 수준과 방향을 놓고 혼선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11일 대북 성명을 두고 나왔던 청와대와 통일부간의 엇갈린 목소리를 정부가 봉합하는 상황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12일 대화보다는 억지쪽에 무게가 실린 언급을 해 논란을 가열시켰다.

◇ "北과 대화하자는 건 상황 악화" 발언 논란

정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의 긴장조성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주먹을 쓰겠다는 사람 앞에서는 주먹이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지 사과를 하든지, 사정을 하든지, 대화를 하자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현재는 도발하면 엄청난 손해를 입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쟁 억지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부는 다각도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지원이나 협력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가 이르다"면서 "지금은 전쟁 억지력을 공고히 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신중돈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실장은 "정 총리의 발언은 전쟁 억지력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진지한 대화의 자세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날 류 장관이 대북 성명에서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기조와는 사뭇 다른 톤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내에서 대북 메시지가 혼선을 주는 일이 계속된 셈이다.

◇ 정부 내 조율시스템 도마…北 메시지 접수에 혼란

문제는 정 총리의 언급 전에 이미 류 장관의 대북 성명을 놓고 정부 내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는 점이다.

류 장관은 북한 당국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한 것과 관련, 대화제의라기보다는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전날 성명 발표 뒤 설명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도 류 장관과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박 대통령과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 이후 청와대의 뉘앙스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북측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앞선 류 장관·김행 대변인의 설명과는 분명한 온도 차가 감지된 것이다.

대북 메시지를 놓고 정부 내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12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 당국에 대화를 촉구한 류 장관의 전날 성명에 대해 "사실상의 대화제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궁색한 변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에서 대화제의라는 적극적인 설명을 내놓자 뒤늦게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북대화 제의에 대한 엇박자는 정부 외교안보라인 내 소통과 정책조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가안보 사안을 두고, 특히 북한을 상대로 한 대북정책에 이 같은 혼선이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 내에서 정책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 총리의 언급으로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이 언급한 대북 메시지에 진정성이 있는지 북측이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