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기업에 부담되지 않도록"... '자기부정' 비판 # 장면 1 1년 전인 지난해 9월 27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졌다. 이튿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전격 사고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눈시울을 붉혔다. 당선 이후 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정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박 대통령은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 대책 수립을 강조했고, 환경부는 7월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 장면 2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 '유해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을 비판했다. 그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에게 "규제를 강화하는 기본취지는 이해하나, 민관협의체 등을 통하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취지가 시행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국민 안전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강조했지만,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정책 후퇴를 선언했다. 복지·경제민주화 분야의 공약 뒤집기에 이어 국민안전·환경 분야에서도 정책 후퇴가 가시화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 부정'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이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악마'라는 단어를 거론한 것에 대한 비판도 크다. 화학물질 사고를 막기 위한 두 법안은 지난 4~5월 압도적인 찬성률로 국회를 통과했고, 현재 환경부가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화평법 대표발의자인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복지정책을 후퇴시키더니, 안전국가를 천명했던 사실을 잊고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채 '재벌의 천사'가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