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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마음의 연초.
게시물ID : sisa_4788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니크네힘
추천 : 2
조회수 : 3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05 14:40:41
안녕하세요... 도무지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않는 혼란스럽고 무기력한 마음 때문인지 주말내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다 행여나  이런 심정이 조금 정리되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글을 써 봅니다. 

'저는 서울 변두리에 거주하는 계약직 노동자입니다.'라는 제 소개를 몇 번이나 지웠다가 다시 씁니다. 고작 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게 '계약직 노동자'라는 것 뿐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 슬퍼서요. 하지만 그것보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저를 소개할 표현은 없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며칠 전에 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릴까해서 그랬지만, 딱히 위안은 되지 않네요.

금요일 퇴근 후 지금까지 그냥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한두시간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내가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그냥 나이를 한살 더먹은게 우울해서 그런건 아닐까. 언제 망할 지모르는 위태로운 회사의 언제 짤려도 이상하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라는 현실을 더이상 견디기 힘든 건 아닐까. 
뭐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현실들은... 인정하기로 한지 오래 되었으니까요. 그것만으로는 저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철도 민영화와 철도노조 파업에 관심을 가지고 몇번의 집회에 참여하고 민주노총 침탈 당일 걱정스런 마음으로 경향신문사 앞을 찾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커녕 노조가 있는 회사에도 한번도 다녀보지 못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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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학생들의 연이은 대자보들도 많은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됐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게 용기와 위로를 주려고 쓰신 것은 아니시지만요... 왜 제가 그 대자보들에서 큰 위로를 느꼈는지는 저도 사실 모르겠습니다. 너무 고단한 생활 때문인지, 오랜 자취생활로 외로웠는지...ㅎㅎ...
실은 저도 대자보를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약직 노동자일 뿐인 저는 붙일 데도 없고 그정도의 용기는 나지 않더군요...

철도노조의 파업철회는 물론 제가 실망을 느낄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철도노조나 민주노총이 어떤 정치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도 아무것도 없고요. 그들도 힘든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노동자들일 뿐이니까요. 그 힘들고 고된 일상속에서 어쩌다 주어지는 잠깐씩의 행복을 뺏어갈지도 모르는 희생을 요구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31일 고 이종남 님의 분신이 있었지요... 마지막으로 그가 외친 구호보다는 그가 삼십대 편의점 시급 노동자였다는게 더 이슈가 되어버린...

저는 이제 곧 잊혀질 그 분의 죽음이 사실은 많이 절망스럽습니다. 사람들이 그분을 보는 시선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고... 약자와 소시민이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어떤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심란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까...하여 끄적여본 글인데...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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