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 경제 발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이다.
서중석 : 친일파, 극우 반공 세력은 경제를 박정희 한 사람이 다 발전시킨 것처럼 주장한다. 박정희란 한 인물을 절대시하는 거다. 그런데 이건 너무나도 후진, 옛날식 역사 인식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도대체 경제가 그 한 사람 때문에 발전하고 잘됐다, 이런 식의 논리가 어떻게 횡행할 수 있나. 그런 게 횡행하는 사회가 참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경제 상황이 이승만 시기엔 왜 그렇게 나빴는가. 1960년대 중반부터 1976-1977년까지는 왜 상당히 좋았는가. 또 1980년대 중반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왜 그렇게 좋았는가. (이런 문제들은) 그 당시 국내외적인 여건, 경제적인 여러 조건과 함께 정치 담당자, 테크노크라트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한 사람한테 귀결시키는 것, 그런 역사 인식처럼 저열한 것이 없다.
프레시안 : 이야기한 대목 중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부터 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 상당한 호황이었던 게 기억난다.
서중석 : 그 3년 동안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만큼 고기를 잘 먹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 전엔 고기를 잘 못 먹었다. 자가용이 부쩍 늘어난 것도 그 무렵이다. 그전엔 눈 씻고 봐도 자가용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박정희 사례와 달리) 1986~1988년(의 성과)에 대해선 '전두환의 공로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이상하게도 별로 없다. 친일파(와 그 후예들) 사이에서도 그런 것 같다.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내 지인이 노무현 정권 초기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했는데, 그 친구가 대통령을 대신해 전직 대통령들에게 세배를 다녔다. 최규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같은 사람들의 경우 인사를 짤막하게 하고 바로 나와서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전두환한테 가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경제를 발전시켰는지 아느냐'고 이렇게 얘기하고 저렇게 얘기하는데 그거 참느라고 상당히 힘들었다고 하더라.
내가 말하려는 건 (대체로 사람들이) 1986~1988년 경제 호황에 대해선 객관적인 요인을 두루 얘기하지, 전두환 한 사람의 공이라고는 안 한다는 거다. 전두환이 집권한 첫해라고도 볼 수 있는 1980년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1952년 이후 한 번도 없었던 현상이다. 4월혁명 때도 없었던 현상이다. 5.16쿠데타가 일어난 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은 안 했다. 1952년부터 계속 플러스 성장만 했다. 그런데 1980년에 급전직하한 건 유신 정권 말기에 경제 상황이 얼마나 나빴는가를 단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거다. 그런데 (박정희의 업적을 힘주어 말하는 이들이) 그런 건 (충분히) 설명을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