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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ㄱㄴ의 맞춤형복지의 진실(혈압주의)
게시물ID : sisa_4845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긴앙돼형아
추천 : 11
조회수 : 1071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4/01/27 22:39:34
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 빈곤층에게 국민으로서 최저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 아래 도입되었다. 복지를 ‘은혜받음(수혜)’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로 인정한 대표적인 사회복지제도다. 이 법에 따르면, 최저생계비보다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모두 소득으로 환산한 총액)이 적은 가구는 누구나 그 차액을 국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다.

수급 여부를 가름하는 기준인 최저생계비 또한 정부의 임의적 재량이 아니라 민간위원이 포함된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도록 해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 또한 최저생계비 산정에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단서를 달아 생존권적 기본권의 범위를 확대했다. 한편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시민은 ‘수급권자’, 즉 급여를 지원받을 ‘권리’를 가지는 자로 명명했다. 즉 기초생활보장은, 시민에 대한 국가의 ‘채무’로 간주되는 것이다.

복지부·국토부·교육부가 급여 따로 지급

이런 기초생활보장법을 박근혜 정부가 개편하려는 목적은 매우 화려하다. “우리나라 복지 패러다임이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과 사회 서비스가 균형적으로 보장되는 미래 선진형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수급권자의 선정 기준도 “최저생계비에서 중위소득으로 변경했다”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기초생활보장을 자활 능력이 부족한 시민뿐 아니라 중위소득자에까지 넓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힐 정도다. 이는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바다.

그러나 개정안을 찬찬히 분석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꼼수에 기반한 기만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유재중 의원이 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핵심은 최저생계비 개념의 폐기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그동안에는 나름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최저생계비 액수(예컨대 2013년 4인 가족 기준 월 154만6000원)가 산정되었고, 이보다 소득인정액이 낮은 가구는 무조건 기초생활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제거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준은 무엇일까? 보건복지부 장관 등 중앙행정기관장의 임의적 판단이다. 그래서 중앙생활보장위가 결정하는 것도 구체적으로 액수가 정해진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보장수준’이다. 최저보장수준이라는 모호한 표현은 “행정부에서 알아서 재량껏 급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쪼갠다. 지금까지도 기초생활보장 급여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것이었다. 수급권자로 인정되면 대다수 가구에게 7개 항목의 급여를 통합적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이를 보건복지부가 총괄했다. 부양 의무자가 있는 수급권자에게는 의료급여나 교육급여만 보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런데 개정안은 ‘예외’를 ‘일반적 경우’로 만든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교육부는 교육급여, 국토부는 주거급여를 따로따로 제공한다. 부서별로 선정 기준도 다르다. 교육급여는 중위소득의 50% 가구까지 받을 수 있는 반면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이하만 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 이하 가구만 지원받는다. 이게 ‘맞춤식’이란다. 이러다 보니 과거 통합적으로 지급되던 급여를 받던 수급권자들이 앞으로는 어떤 급여는 받고 다른 급여는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른바 ‘복지 공급의 통합성’이 무너지는 사태다(여기서 중위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으로 순위를 매길 경우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는 개정안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14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확대된다고 자랑한다. 당연하다. 과거에 통합적으로 지급하던 급여를 세부 항목으로 쪼갠 뒤 한두 개씩만 여러 가구에 나누어주는 것이므로 수급권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수급자들에게 제공하는 급여 수준을 대폭 낮추며 대상 가구를 늘렸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생계급여가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이 중위소득의 38% (2010년) 내외였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30% 이하 가구에 대해서만 생계급여가 지급된다. 소득 기준이 무려 8%나 낮아지기 때문에 생계급여 수급권자도 대폭 줄어든다. 대신 정부의 관련 재원은 늘어난다. 이 돈으로 다른 항목의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수급 대상자를 80만여 명 확대했다는 것이다. 밑돌 빼서 윗돌 메우는 전형적인 꼼수다.

반발 여론 막으려 정부 아닌 여당이 발의

또한 박근혜 정부는 “경제 사정에 따라” 급여 대상을 줄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최저생계비가 수급권의 기준으로 법제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폐기되었다. 개정안에 나오는 ‘중위소득의 30%’ 등은 법제화된 기준이 아니다. 그래서 중앙행정기관장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알아서 조정할 수 있다. 즉, 복지 공급의 임의성이 증대하고 권리로서의 최저생계 보장도 무너지는 것이다.

개정안을 만든 것은 박근혜 정부(행정부)다. 그러나 행정부가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하도록 했다. 이 또한 꼼수다. 정부 발의 법안인 경우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반발 여론이 확산될 수 있지만, 의원 발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개정안이 유치하고 치졸한 방식으로 저소득층 가구를 기만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수급 대상을 늘리라고 촉구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묵살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나마 다져왔던 ‘권리로서 복지’의 토대마저 허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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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뒷골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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